트럼프 공탁금 2400억 채권 납부… 자산 압류 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뉴욕 롱 아일랜드의 매서피쿼에서 검문 중 용의자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경찰 조나단 딜러의 추모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억75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해 법원 공탁금을 납부했다. 뉴욕 법원이 트럼프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초 부과했던 '현금 5억 달러'에서 감액해준 금액이다. 자산 압류는 피했지만 추후 항소에서 지면 나머지 원금과 이자까지 납부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1일(현지시간) 맨해튼 항소법원에 1억7500만 달러의 채권을 발행해 대출사기 관련 민사소송 공탁금을 냈다.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는 이 채권의 발행 주간사가 캘리포니아 나이트 보험그룹으로 명시돼있다. 나이트 보험그룹은 업계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회사로, 자동차 대리점 사업에서 시작해 금융 서비스로 영역을 넓혔다.


트럼프는 벌금 전액의 120%인 5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내야했으나 지난 25일 항소법원이 공탁금 감액에 동의해 1억7500만 달러의 채권으로 갈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오는 11월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항소에서 지면 남은 벌금 전액과 수백만 달러의 이자를 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인 알리나 하바는 성명을 통해 "약속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보석금을 내놨다"며 "그는 항소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고 이 부당한 판결을 뒤집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1월에도 작가 진 캐럴과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해 8330만 달러의 배상금을 충당하는 데 손해보험사 처브가 항소채권을 주선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산을 부풀려 담보 가치보다 과한 대출을 받았다는 사기 혐의 1심 소송에서 패소, 30개 보험사에 공탁금 채권을 의뢰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트럼프의 소유의 부동산 자산만 담보로 삼는 데 부담을 느낀 데다 평판 리스크까지 감안한 결과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 법무장관은 트럼프가 항소에서 패소할 경우 벌금을 낼 수 없을 것이라며 보석금 전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공탁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산을 급매로 헐값에 내놔야한다고 강하게 반박하자 결국 자산압류 직전 공탁금 규모를 줄여줬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담당 판사의 딸이 민주당을 고객으로 둔 정치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며 문제 삼기도 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공모한 혐의 2건을 포함해 총 4건의 형사 기소를 앞두고 있다. 이달 15일에는 2016년 대선 전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 자금을 지급하기 위해 사업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형사재판이 열린다.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운동을 훼손하기 위해 민주당이 주도한 '마녀사냥'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서비스 트루스소셜을 우회 상장시켜 수조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하고 있으나 이날 회사 주가가 21% 급락하며 평가액이 1조원가량 급감했다.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은 지난주 상장 이후 주가가 50% 뛰었으나 지난해 순손실이 5820만달러(약 790억원)라는 공시가 나오자마자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