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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CEO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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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CEO의 글쓰기
수년 전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은 운동권 출신을 대거 채용했다.

운동 경력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이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하기 힘들었다는 이유 외에도 그런 열정이 있다면 회사 내에서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다.

그 중 한 명이 우리 부서에 배치된 이광구란 친구였다. 똘망똘망하고 밝은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몇 장의 편지 형식으로 내게 주었다. 어떻게 운동을 하게 되었고, 이후 어떤 삶을 살아왔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수필형식으로 썼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문제의식을 갖고 매사를 관찰했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지체 없이 얘기를 하는 솔직함을 보였다. 늘 윗사람 눈치를 보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얘기하던 기존 직원들과는 확실한 차이점이 있었다. 회사 내에서의 돌발적인 행동과 그의 상사란 이유 때문에 가끔 회사 내에서 당황스런 일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그는 내게 글 쓰는 즐거움과 자신감을 가르쳐 주었다.
 
당시 나는 엔지니어로서 비교적 성공적인 경력을 밟고 있었고 회사 내에서는 잘 나가는 임원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 때 사보편집실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임원으로서 직원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말로는 그런 일을 여러 번 했지만 글로는 한 번도 표현해 본 적이 없는 나는 고민에 빠졌는데 그 소식을 듣게 된 그가 한 번 해 보라고 나를 부추겼다. "이사님, 한 번 해 보세요. 이사님은 말을 잘 하니까, 글도 잘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내가 머뭇거리자 그는 "제가 도와드릴 테니 일단 초안을 잡아 보세요" 라며 바람을 불어넣었다. 할 수 없이 며칠을 끙끙대며 글을 썼다. 그 글을 그는 새빨갛게 고쳤다. 그만큼 내 글은 수준미달이었다.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지만 그가 고쳐준 대로 다시 한 번 써 보자 지난 번에 비해서는 훨씬 좋아진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몇 번 그런 과정을 거쳐 사보에 글을 싣게 되었는데 그 글은 의외로 좋은 반응을 일으켰다. 몇 번 그런 과정을 거친 후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이사님은 글 쓰는데 재능이 있습니다. 계속 노력해보세요. 좋은 일이 많을 겁니다." 마흔이 되도록 일기 한 번 제대로 써 본 적 없고 공대를 들어간 이후에 글쓰기는 문과생들이나 하는 행위로 생각했던 나는 그 때부터 글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후 글 쓰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쳤고 보탬이 되었다.
 
글을 쓰게 되면서 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끄집어 내고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허공을 맴돌던 생각은 생각 그 자체로 그친다. 안개처럼 잡히지도 않고 남지도 않는다.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갔지만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

생각은 말로 표현할 때 일차적으로 정리가 된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얘기할 때는 버벅대고 더듬게 되고 횡설수설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정리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논리적인 사람과 우기는 사람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말을 하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글 쓰기는 정리된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수정처럼 맑게 해 준다(Crystal clear).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글로 옮길 수 없다. 글을 쓰다 보면 불필요한 말은 사라지게 된다. 무리한 논리의 전개도 삼가게 된다. 정말 중요한 메시지만이 액기스로 남게 된다. 글 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최선의 도구이다.
 
글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커다란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늘 의도와는 달리 해석되는 것이 불만이었던 나는 내 심정을 솔직하게 이메일을 통해 알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런 식이다. "내 생각은 이렇고, 이런 이슈에 대해서는 이렇게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고민이 있는데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할 지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리겠다, 방송을 듣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공유를 하고 싶어 한 자 쓴다, 모 직원이 이런 식으로 우리 회사 물건을 팔았는데 반응이 좋더라.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커뮤니케이션의 양대 축은 말하기와 글쓰기이다. 많은 CEO들이 말로 훈화는 많이 하지만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하는 경우가 유리한 경우가 있다.

또 의외로 솔직 담백한 편지나 메모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글이란 그 사람 그 자체이다. 글을 주고 받으면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애정이 생긴다. 글로서 여러분을 표현하고 여러분을 직원들에게 팔아라. 그것이 CEO의 역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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