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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미지관리]헛똑똑이의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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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도 넘었겠다. 영어 노래를 우스꽝스러운 발음으로 부르는 연기자 조형기씨가 주연으로 나왔던 ‘완장’이라는 단편 드라마가 있었다. 순진하고 보잘것 없던 시골 청년이 어느 날부터 마을 저수지의 관리인이 되어 ‘관리’라고 쓴 완장을 차게 된다. 처음에는 정말 저수지를 잘 지키려는 의도로 사람들에게 완장 낀 팔을 내밀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몰래 낚시를 하려는 ‘청탁’도 들어오고, 저수지 근처의 나무를 베려고 슬쩍 쥐어주는 돈도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제 더 이상 그의 완장은 예전의 완장이 아니게 된다.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생생히 기억하는 걸 보면 어린 나이의 내게 꽤나 충격적인 인간사로 남았었나보다. 아니, 살면서 그 드라마가 자꾸 떠오르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너무나 많은 완장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주차장의 지시봉으로 때로는 탁자 위의 펜대로 사람들이 그 짧은 칼자루를 휘둘러댄다. 교통체증이나 일의 양 때문이기보다는 필요 이상 휘둘러 대는 그 칼자루와 완장 때문에, 사는 게 피곤하다 못해 우울해 질 때가 많다. 꼭 필요할 때 멋지게 휘둘러 주면 좋으련만, 우선 한번은 먼저 휘두르고는 다시 슬쩍 집어넣는다. 마치 새 칼을 선물 받고 뽐내는 어린아이의 몸짓처럼.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촌스럽게 만든 것일까. 찌들었던 가난의 설움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유치하게 지갑 속을 내보이는 졸부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그려지는 순간들이 너무 많다. 어느 작가가 말하던 ‘세탁소의 옷걸이’가 생각난다. 헌 옷걸이가 새로 갓 들어 온 옷걸이에게 ‘너는 단지 옷걸이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잠깐씩 입혀지는 옷을 자기의 신분인양 우쭐대거나 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영재 학교인 아트 앤 사이언스는 전국의 내노라하는 두뇌를 지닌 학생들만 모인 곳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곳의 기숙사이다. 학교의 여러 실험 장비나 기계들은 최첨단인데 반해 그들의 기숙사는 마굿간보다도 허름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겸손을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늘로부터 뛰어난 능력을 부여받은 대신, 사는 것에는 덜 누려야 하고, 그 능력은 세상을 위해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 능력있는 자들이 충분히 누리고 살면 거만해진다는 것이다. 하나를 가졌으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넘치려는 자신을 제어하라는 것이다.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이든 넘치면 독이 되고 화가 된다. 자기애도 마찬가지이다. 값진 사랑을 외면하고 교만하다가 결국은 연못 속에 비친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를 실감하게 되는 현장이 비일비재하다. 자신만이 최고이고 스스로에게 도취된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을 대할 때면 한 여름의 지글거리는 태양 아래의 모래밭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깔깔한 입 안을 빨리 헹구어 버리고 물로 뛰어들어 버리고 싶듯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진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건 다 아는데 교만과 자기애 때문에 결국 혼자인 헛똑똑이로 전락하고 만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는 잠언의 말씀처럼 본인만 이유를 모를 뿐 자꾸 사람들을 떠나게 만든다. 고백컨대 자리와 재력은 당분간은 사람들을 붙잡아 둔다. 그러나 그 끝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자신의 구두를 손수 닦던 링컨의 말처럼 겸손이란 ‘지극히 당연한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당연한 것으로 몸에 밴 것들을 자신에게서 제외시키면 다가갈 대상도, 내가 먼저 해야 할 것도 없어질지 모른다.

옛날 고명한 인물들 중에는 뒤뜰에 말뚝 하나 박아놓고 절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더 이상 자기를 가르칠 스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뚝을 스승 삼아 거기에 절을 함으로써 오만해지기 쉬운 마음을 가다듬으며 겸손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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