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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여전히 官이 두렵다"

성화용의인사이드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입력 : 2004.10.20 15:28|조회 : 5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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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만난 한 고위 관료는 "기업들이 '룰'을 무시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가 말한 '룰'은 정책 지도(guide)를 의미한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기업의 발언권이 강해졌고 정부가 어지간히 목소리를 높여도 들은 체 만 체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편으로 섭섭하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역으로 보면 정부와 기업이 대등한 관계가 돼 말 그대로 '정부 서비스(government service)'가 실현되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출자총액 제한 제도'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관료들의 이 같은 생각은 아직 '일반론'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올 들어 재계와 정부는 출자총액을 놓고 끊임없이 논쟁을 벌여왔다.

"계열사와 대주주의 출자를 규제하면 투자도 위축되니 폐지해 달라"는 재계의 요구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한도가 남아 도는데도 투자를 안하고 있지 않느냐. 문제가 있다면 실제 사례를 대라"고 몰아세웠다.

정부의 이러한 논리는 경제단체와 국회 정무위원회의 토론회에서도 그대로 원용돼 여권이 재계를 공박하는 근거로 쓰여졌다.

이 때 마다 재계는 궁핍해지곤 했다. 실제 사례를 대기가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물론 전경련이 그 때까지 만든 보고서에는 일부 사례가 들어있기는 했다. '출자총액 제한'으로 인해 신규투자나 기업인수를 포기한 경우, 또 연구사업부문을 별도의 수익사업으로 분사하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못한 사례 등이다.

그러나 소수의 예에 불과하고 그나마 모두 '이니셜'로 등장했다. 해당 기업들이 극도로 꺼려 실명을 대기가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 관계자는 "뻔히 내용을 알고 있는데도 '사례'를 취합해 발표한다고 하면 손사레를 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후환이 있지 않을까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만약 내용이 공개돼 불이익을 당하면 당신들이 책임지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이러한 반응은 굴지의 재벌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쯤되면 기업이 정부를 만만하게 본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기업들은 여전히 관(官)이 두렵다. 대등한 관계에서 논쟁하기를 꺼린다. 비위를 거스르면 뭔가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경제단체들은 20일 부회장단 모임을 갖고 또 한차례 '출자총액 제한 연내 폐지'를 촉구했다. 전경련은 이에 맞춰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폐단'의 실사례를 취합해 또한 차례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법개정에 앞서 여론에 기댈만한 실증을 보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전경련은 애를 먹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출자총액 제한제도로 인해 문제가 된 기업이 공개되면 당장 공정위에서 '들어와서 얘기하라'고 하지 않겠느냐"며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공개를 꺼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속사정도 있다. 어지간한 기업들은 출자총액 제한제도가 다시 시행된지 3년이 다 됐기 때문에 규제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출자나 투자는 검토단계에서 삭제해 버린다.

결국 이 제도의 문제를 예시하려면 '검토 후 폐기 사업'까지도 공개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굳이 기업 입장에서는 검토가 끝난 사업을 노출할 이유가 없다. 사업 기밀일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례를 대라"고 다그친다면 정부는 스스로 정당한 논쟁을 회피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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