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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사람이 먼저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입력 : 2005.04.15 10:44|조회 : 18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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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시 중심부 산리툰(三里屯)은 탈북자들이 외국 공관 담을 뛰어 넘는 TV뉴스 화면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지만 보통때는 젊은이들이 모여 생음악을 즐기며 술마시는 카페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이곳 카페들에서는 흥이 한창오르면 도우미 아가씨가 갑자기 족자를 들고 나오고 사회자는 경매 진행자로 변신하는 광경을 쉽게 볼수 있다. 라이브카페에 동양화 경매라, 거나한 취객들의 객기에 얹혀 경매에 끌어들이기에는 라이브카페만한 곳이 없을 듯하다. '돈을 거는'도박성 오락이라는 점에서 경매 자체가 주는 매력은 크다.

지난달 법원경매 참가자가 5만 명을 넘어서면서 최근 4년간 가장 높은 입찰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재테크 분야에도 이제 경매는 낯설지 않은 수단이다. 올해초에는 증권사가 부동산 경매펀드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10분만에 1000억원이 다팔려 추가로 500억원 어치를 더 팔았다. 얼마 안있으면 2호, 3호 펀드도 나올 계획이라고도 한다. 상반기 최고 아이디어 상품이라는 호평도 받았다.

하지만 얼마전 만난 증권업계 A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A회장은 "금융기관은 고객의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산다"며 "피땀흘려 일군 자기 재산이 경매로 헐값에 넘어간다면 그걸 사간 금융회사 이름을 들을때마다 평생 한이 맺힐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진행된 전체 경매물건의 77% 이상이 감정가 1억원 미만의 서민용 물건이고, 10억원 이상짜리 중에서도 권리관계나 임대차관계상 문제가 없이 '깨끗한 물건'은 20% 안팎이라고 하니 크고 작은 갈등과 한이 대부분의 경매물건에 쌓여있는 셈이다.

젊은 시절 부동산 경매에 나섰던 B씨는, 퇴거를 거부하는 전 주인을 내보내기 위해 가족들이 모여서 저녁밥을 먹고 있을 때 집달리를 이끌고 들이닥쳤던 경험을 돌이킨다. "가족들 앞에서 모욕을 줌으로써 모든걸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따위를 '요령'이랍시고 배우다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는 것이다.

물론, 경매도 순기능이 있고, 서민들이 싼값으로 집장만하는 지름길로 활용할수도 있는 만큼 경매 자체를 금기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라는게 어느정도는 남의 손해를 동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돈 뒤에 숨어 있는 피땀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A회장의 말은 경매 뿐 아니라 모든 투자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대목이다. 특히 금융회사라면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을 것이다. 부동산경매펀드를 내놓은 증권사가 두달여 만인 이달초 겨우 첫 운용자산을 편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뭔 흰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투자의 세계에도 상대방과 사회에 대한 배려는 존재한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주식시장의 격언도 그런 뜻이다. '월가의 전설' 존 템플턴은 주가 급락기에 공매도를 통해 돈버는 것을 금기시했다. 또 '원죄 주식'이라고 불리는 주류 도박 담배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아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자가문으로 꼽히는 경주 최부잣집에는 흉년에 헐값에 나오는 논 밭은 사들이지 말라는 가훈이 있다. 파장때까지 기다렸다가 물건을 사는 것도 금기였다. 절박한 남의 심정을 이용해 헐값에 사지 말고 제값을 주라는 것이었다.

부자 3대 못간다지만 최부잣집은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도 300년 부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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