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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 장군과 '거시기'

[영화속의 성공학]열 두번째 글..영화 '황산벌'

영화속의 성공학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05.06.0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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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는 영웅들의 차지였다. 그럼에도 실제 역사의 전개에서 영웅은 비극적 존재이기도 했다. 최소한 '해피엔딩'은 아니었단 얘기다. 적어도 헐리우드 영화가 이상하게 물을 흐려놓기 전까진 진짜 그랬다.

알렉산더 대왕, 시저, 항우, 나폴레옹 등등. 많은 역사속 영웅들이 불운하게 끝을 맺었다. 엄청난 무용과 지략에도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거나, 불운하게 젊은 나이에 죽어 가는 안타까움은 후세 문학가들에게 멋진 소재가 된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실제보다 더 멋지게 포장됐을 지도 모를 일이고. 또 영웅을 예찬하는 부류와는 달리, 영웅들의 멋있는 척에 대놓고 딴지를 거는 쪽도 많았다. 세익스피어도 그 중 하나였다. 희곡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를 통해 호머가 '일리아드'에서 멋지게 묘사해놓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을 완전히 망가지게 했다.

내용은 이런 식이다. 전쟁영웅으로 알려진 아켈레스는 트로이의 헥토르와 싸워보다 당해내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뒤에서 헥토르를 찔러 이긴다. 세익스피어 선생은 이긴 자에게 영웅의 자리까지 오롯이 내주고 싶진 않았나 보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자. 어찌보면 '영웅=비극' 이라는 이 등식에는 사실 보통 사람들의 건강한 시기심이 들어있다. 뭔 소린고 하니, 한 시대의 영웅이란 속된 말로 정말 '폼나는' 존재다.

그런데다가 '잘 먹고 잘 살았다'로 끝나기 까지 하면 보통 사람들은 무슨 낙으로 인생을 살란 말인가. 좀 비극적인 면도 있어야지 않나. 역시 신과 세상의 이치는 공평하다.

사실 한 사람이 영웅노릇을 하기 위해선 많은 보통사람들의 희생이 요구된다. 어떤 놈이 한번 영웅대접을 받기 위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죽어가야 하나. 자기들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그 보통사람들은 남한테 해꼬지 한번 한 적도 없다. 사실 그럴 생각조차도 별로 없다. 그저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 뿐이다. 그런데도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이놈 죽여라, 저놈 죽여라'하고 영웅들은 난리다.

#2.

계백 장군과 '거시기'
영화 '황산벌'은 그런 보통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영웅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컴플렉스에 조금은 위안을 준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반영웅주의'영화에 가깝다. 그렇다고 폼 잡고 잘 난척 하지도 않는다. 코미디 장르를 선택했으니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황산벌'은 꽤 괜찮은 미덕을 하나 갖고 있다. 과거 한국영화가 갖고 있던 고질병에서 상당부분 탈피해 있다. 어떤 무거운 주제를 얘기하려면 꼭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고질병 말이다. 아니면 아예 대놓고 막 나가니.

'반영웅주의'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에도 꽤 유쾌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양념 덕분이다. 연극적 장치와 조연들의 호연, 질퍽한 사투리와 일부 멋진 대사들이 꽤 맛갈지다. 극의 전개가 다소 어설픈 부분을 상당부분 막아준다.

얘기가 조금 옆으로 샜다. 영화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모두들 알다시피 계백은 불행한 최후를 맞는다. 후회없이 싸우기 위해, 또 만약 졌을 때 남겨진 가솔들이 당할 치욕을 피하기 위해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제 손으로 죽인다. 대의명분이 있다지만 그만의 아픔을 누군들 알아 줄까.

영화 속에서 계백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하지만 아내는 이렇게 항변한다. "인간아,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 것이여."

영화에는 계백과 정면으로 대비되는 인물이 나온다. '거시기'. 연기파 배우 이문식이 연기했다. 거시기라…. 변변한 이름 조차도 없다. 거시기는 싸우라면 싸우고, 욕하라면 욕하고 하는 정말 힘없는 민초다. 신라군에 의해 백제군이 전멸당할 처지에 놓이자, 계백은 자신이 탈출하는 대신 거시기를 살려보낸다.

계백은 영웅으로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나라를 구해보자고 처자식까지 다 죽였는데, 지는 마당에 또 살아서 뭣하겠나. 역사에 영원히 이름이 남을지는 모르지만, 그 회한은 저승까지도 남을 것 같다. 불쌍한 계백. 이래서 영웅은 슬프고 고독하다.

그렇게 살아간 거시기는 들판에서 일하고 있는 어머니와 반갑게 해후한다. 이름도 없는 거시기는 여전히 어머니를 모시고, 장가도 가고 아들딸도 낳고 하며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것 같은 분위기다. 그 장면에서 감정이입이 되며 조금은 위안이 된다.

# 3.

사람은 기본적으로 세가지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 돈, 권력, 명예가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권력과 명예를 가지기 위해서 보다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그나마 돈은 개인의 행복에 쓰여질 가능성이 다른 두가지 보다는 좀 더 높은 편이다.

권력과 명예는 항상 명분과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충성, 정의, 예술혼 같은 이런 대의는 대부분 상식적인 개념의 행복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권력과 명예는 보통 사람의 행복을 갉아 먹으며, 그 행복을 자양분으로 해서 키워지는 물건이다.

그러니 알려지지 않은 '무명씨'라고 해서, 권력이나 명예 같은 게 없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자. 적어도 신은 공평하다. 권력과 명예를 가진 사람들보단 보통 사람인 우리들이 더 행복하게 살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또 세상 모든 악의 이면에는 권력이나 명예에 대한 '허영심'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이 명제에 대해선 영화 '데블스 애드버킷'에서도 잘 묘사되어 있다. (이 주제에 관해선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본격적으로 이야기 해보기로 하자)

얘기가 많이 길어졌다. 이제 결론을 말하고 얘기를 끝맺자.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명예를 얻고 싶은가. 수천, 수만을 좌지우지할 권력을 얻고 싶은가. 그렇게 남과 다른 삶을 살고 싶은가. 다 부질없다. 실제로도 흔히 말하는 '남들처럼'이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렵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저 착하게, 평범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자. 그것이 바로 선하고 참되게 살아가는 길이다. 비록 역사엔 영웅들의 이름이 씌여질지 몰라도, 그 역사를 선하고 착하고 이쁘게 만드는 건 바로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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