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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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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

그건 거의 10분의 오차 범위 안에서 돌아간다. 매일 아침 알람이 울리는 시간은 6시. 나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TV 뉴스를 켜고, 세수하고, 아침먹고, 신문보고…. 나는 7시38분에 집을 나선다. 얻어 타는 이웃 회사 통근버스가 7시47분에 정류장에 도착하기 때문에 집을 나서는 시각엔 에누리가 없다.

그 통근버스 기사 아저씨도 사거리에서 기가 막히게 신호를 받고 돌아와 일년 내내 거의 한치의 오차없이 차를 댄다. 버스에 오르면 자는 시간. 버스는 47분 뒤인 8시34분에 회사 앞에 선다.

그 회사에서 우리 회사로 가는데는 걸어서 11분. 그 사이 3번의 신호등이 있는데 첫번째 신호등에서 파란 불을 받아 건너면 그때부터 지체없이 빠른 걸음으로 50m를 간다. 그러면 두번째 신호등을 기다리지 않고 건너고, 다시 3번째 신호로 이어진다.
 
나는 8시45분에 회사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 다음 듀얼 스크린에 7가지 화면을 차례로 걸어 놓는다. 그리고 아침 일을 챙기다 보면 9시30분 정각에 회의 종이 울린다. 회의가 끝나면 두번째 담배를 피우고, 다시 11시40분까지 일을 한다. 그리고는 회사 지하에 있는 헬스클럽으로 간다. 거기서 걷기 40분, 다른 운동 20분, 샤워 20분을 하고 1시에 식당으로 가서 25분안에 점심을 해결한다.

오후 1시25분 다시 사무실. 이때부터 35분 일을 하면 2시 오후 회의 종이 또 칼같이 울린다. 그 회의를 마치고 6시까지 일을 한다. 그리고 6시10분에 배달되는 가판 신문을 15분간 읽고는 6시25분 칼같이 울리는 마감회의에 들어간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고 나니 나도 숨이 막힌다. 읽는 분들도 짜증날 것 같다. 나의 일과가 오차 범위 10분에서 벗어나는 건 오후 7시 이후다. 정상적이라면 버스 두번을 타고 집에 밤 9시 쯤 들어간다. 그게 아니면 이런저런 약속 자리다. 그 자리는 업무와 관련된 것이거나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이지만 대개는 몸을 축내고 다음 날의 일과를 더욱 고단하게 만든다.
 
이쯤되면 나는 시간에 완전히 갇힌 것이다. 내가 시간을 누리는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따라 끌려가는 것이다. 시간의 포로. 그러니 나에겐 항상 시간이 없다. 시간은 쉼없이 흘러가고 계절은 바뀌지만 도심의 시간에 갇힌 나에겐 계절도 없다.

숨가쁘게 쳇바퀴를 돌다보면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달이 간다. 어쩌다 보면 봄이고, 또 어쩌다 보면 여름이다. 나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인다. 나를 옥죄는 닫힌 시간과 공간의 틀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용기는 없다. 나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 그게 나를 더욱 슬프게 한다.
 
하지만 지금 어디엔가 갇힌 포로가 나 뿐일까. 내 주변에는 온통 포로들 뿐이다. 일상에 갇힌 포로, 생계에 갇힌 포로, 욕망에 갇힌 포로, 편견과 아집에 사로 잡힌 포로, 자신이 포로인 줄 모르는 포로….

그래서 누구나 탈출을 꿈꾼다. 정작 자기를 가둔 사람은 자기 자신인 줄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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