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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아버지의 분노, 돈의 힘

성화용의인사이드 머니투데이 성화용 산업부 부장대우 |입력 : 2007.05.11 08:30|조회 : 18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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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일이다. 아들이 학교에서 얻어맞아 눈두덩이가 퍼래서 들어왔다. 힘 세고 거친 친구로부터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했다.

불길 처럼 분노가 치솟았다. 아이가 억울하게 맞고 들어온 것 만으로 그렇게 걷잡을 수 없는 내화에 시달릴 줄 몰랐다. 며칠을 끙끙 앓았다. 그렇게 참는 게 옳은 것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달랬다. 그럼에도 그 때, 그 사건은 오랫동안 어두운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소심하고 비겁했던 것 아닌가, 규율과 체면을 핑계로 피해갔던 것 아닌가, 상처받은 아이를 위해 뭔가 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

아들을 위한 보복 폭행 혐의로 재벌총수에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사건을 지켜보는 내내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아버지 였다면, 힘이 있다면, 피 흘리며 돌아온 아들을 위해 어떻게 했을 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래서 농반진반 '모든 부모의 꿈을 실현시켜준 일대 활극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 눈가를 찢겨 피 흘리며 들어온 아들, 분노의 불길, 소심하게 참는 대신 보복 폭행을 통한 채권행사.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얼마나 통쾌한가.

그러나 이 과격하고 치열한 부정(父情)에 대리만족을 느끼기 보다 또 다른 분노로 내상을 입은 부모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몇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지만 역시 너무 비범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재벌총수 아버지는 힘을 동원해 가해자를 일순 약자로 만들어 버렸다. 유흥가의 어깨들을 겁에 질리게 할 정도의 위력. 여기서 평범한 부모들은 좌절하게 된다. 보복하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그런 방식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되기 때문이다.

삶의 무게로 고단한 서민들은 '유흥가의 폭력'과 '아버지의 분노'를 헤아리기 보다 '돈의 힘'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나는 왜 참고 살았는지'를 생각하며 자괴감에 시달린다. 사실 이런일이 아니더라도 굴욕적으로 참아야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대중들이 보는 이 사건의 초점은 아버지와 아들이 직접 폭행을 했는지, 청계산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가 아니다. 이미 이 비범한 부자의 '거침없는 하이킥'에 심사가 뒤틀려 있으니, 그 끝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벼르며 뉴스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최초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이렇게 위치가 뒤바뀌어 버렸다. 재벌집 자식인 줄 모르고 마구잡이로 구타했던 유흥업 종사자는 뒤늦게 돈의 위력 앞에 납작 엎드렸다.

그들을 동정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기자들 앞에서 눈물 글썽이며 두려움을 호소하던 그들의 과거는 또 다른 약자들의 공포와 눈물로 점철돼 있을지도 모른다.

경솔과 오만이 화를 부른 건 양쪽이 마찬가지다. 가진 게 많은 쪽이 잃는 것도 많을 것이다. 가해와 피해가 또 한번 전도될 지도 모르겠다.

어이 없는 사건이지만 그래도 세상을 쉽게 보지 말라고 새겨줬으니 한 몫은 했다. 아들의 멍든 눈이 남긴 4년전의 상처가 이번에 치유됐다. 소심했지만 잘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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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소셜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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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지혁부친  | 2007.05.12 17:37

부모라면 예외없이 한번쯤 가슴앓이를 하죠. 성숙한 부모가 되는 과정이랍니다. 김승연씨 구속됐더군요. 개인의 미성숙이 그 자신과 자식과 그의 기업 모두를 망친 결과가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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