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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와 '산토끼'

[제비의 여의도 편지]

제비의 여의도 편지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입력 : 2008.09.22 15:54|조회 : 1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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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 정치권엔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논쟁이 하나 있다. '집토끼, 산토끼 논쟁'이다.

집토끼는 이미 내 집안에서 기르는 동물로 우호적 지지 세력을 뜻한다. 산토끼는 길들여야 하는 대상이다. 집토끼와 비교하면 우호적이지 않다.

정당을 비롯한 정치세력들은 이 사이에서 항상 고민한다. 선거를 치를 때나 주요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이 '딜레마'를 겪는다.

양쪽 다 일리는 있다. 이른바 '집토끼론자'들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외친다. 집안을 다스려야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산토끼론자'들은 집토끼의 한계를 강조한다. 외연 확대를 하지 않고는 선거 승리나 정책 추진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 '산토끼론'의 대표적 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다. 이미 명망있는 중진들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었지만 한나라당은 반전을 꾀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운데 대한 반격이었다.

"기존 후보들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은 "젊은 층, 중도 세력도 끌고 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산토끼론'에 밀렸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그렇다고 '집토끼론'이 용도폐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한편의 드라마였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집토끼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승자는 이명박 대통령이었지만 여론조사를 제외한 당원이나 국민선거인단은 박근혜 전 대표를 택했다. 이를 두고 MB캠프에서 뛰었던 강승규 의원은 "집토끼의 힘은 대단했다. 산토끼를 모아올 정도였다"고 평했다.

# 정책 추진 때도 비슷하다. 다만 집권 여당의 경우 통상 집토끼 우선 정책을 편다는 게 중론이다. 지지 세력을 앞장세워 외곽을 확장시키는 수순을 밟는다.

참여정부 때도 그랬다. 당시 여당은 '4대 개혁 입법'에 올인했다. 이중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신문법' 등 3가지 법안은 우여곡절 속에 빛을 봤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끝내 손질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수많은 집토끼들이 떠났다.

구여권 인사는 "집권 여당이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실용이니 개혁이니 타협이니 하면서 오락가락한 게 결국 패착이 됐다"고 돌이켰다.

# 최근 여권 흐름을 보면 다르지 않다. 감세 정책, 규제 완화, 재개발 재건축, 그린벨트 해제 등 최근 들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정책은 집토끼용이다.

그런데 결정적일 때 멈칫한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놓고 집권 여당이 보이고 있는 모습이 그렇다.

그간 각종 정책을 주도했던 여당의 기세는 찾아볼 수 없다. '당정 협의'를 강조해왔던 여당인데 유독 이 사안만은 '협의'도, '합의'도 아닌 정부의 '입법예고안'이라며 발을 뺀다.

'당론'이란 단어만 나오면 아예 손사래를 친다. '집토끼'를 잡고 싶지만 '산토끼'의 적잖은 비판이 귓전에 맴도는 탓이다.

문제는 이게 '습관'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촛불'이든 종부세든 '뜨거운 감자' 앞에만 서면 머뭇거리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비겁해 보일 뿐이다.

집에서 산을 걱정하고 산 속에서 집 생각을 하다보면 되는 일이 없다. 지난 정권이 국보법 개정을 놓고 실용이니 개혁이니 우왕좌왕한 이후 그 틀에서 허우적댔던 모습도 겹쳐진다.

여당이면 여당답게 지지 세력의 호응을 토대로 진정성을 갖고 설득해가야 한다. 산토끼도 못 잡으면서 집토끼마저 산으로 도망가면 그 때는 후회해도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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