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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울립에서 리먼, 그리고 그 이후

[김준형의 뉴욕 리포트]

김준형의뉴욕리포트 뉴욕=김준형 특파원 |입력 : 2009.09.09 14:01|조회 : 1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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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7애비뉴, 49번가와 50번가 사이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타임스퀘어에 자리 잡은 38층짜리 건물. 1년전인 2008년 9월15일, 세상을 뒤흔든 금융위기의 발화점이 됐던 곳이다.

건물 벽에 걸려 있던 '리먼 브러더스' 글자는 이제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징하는 단어로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바클레이즈'라는 이름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가끔 이 '역사적 장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번쩍이는 이 유리건물에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하지만 무심한 관광객들은 대부분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명목 달러가치 규모로 따지면 단연 '역사상 최대 금융위기'가 강타한지 1년, 월가는 아니 세계는 교훈을 채 정리하기도 전에 이를 잊어가고 있다. '9.15 이전'이나 '9.15이후'나 위기의 장본인인 월가는 몇몇 '주역'들의 얼굴 외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로 '대마 불사'라는 말이 이제는 더 이상 금융권의 상식으로 통하지 않게 된 듯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진행과정에서 오히려 리먼은 충분히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간판을 내렸다는게 확인됐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시스템안정을 위협하는 대형 금융기관 붕괴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내놓고 '대마불사 선언'을 공표했다.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요 원인중의 하나로 지목된 과도한 월가의 보너스 역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싶게 원상복귀하고 있다.
금융위기 덕에 오히려 월가의 최강자 지위를 확고히 한 골드만삭스나 JP모간 같은 회사는 물론이고 BOA 씨티처럼 구제금융으로 연명해온 금융기관들도 '인재확보'를 이유로 거액의 보너스를 합리화 하고 있다. 서슬 퍼렇던 오바마 정부의 출범 초기 각오도 온데 간데가 없어 보인다.

수익은 내 주머니로 챙기되 손실이 나면 국민 호주머니에서 벌충하는 월가의 편리한 투자 생리도 리먼 붕괴가 일으킨 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되살아났다.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올해들어 회사 자산을 신흥시장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대대적으로 투자, 거액의 수익을 냈다. '과감한 투자'라고 할수도 있지만, 시장 방향이 어긋났을 경우 다시 한번 '시스템 보호'를 위해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열어야 했을 수도 있다.

국민들에게 손을 벌린 거대 금융기관의 어느 경영진도 재산이나 몸으로 책임을 떼운 사람은 없다. 리먼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리처드 풀드도 8억달러의 재산을 날렸다지만 여전히 평생 먹고 살 돈이 남아 있고 얼마전에는 컨설팅 회사까지 차렸다.

하기야 '광기, 패닉, 붕괴-금융위기의 역사'를 저술한 MIT 교수 고(故) 찰스 킨들버거의 표현처럼 금융위기는 '다년생 잡초'처럼 사람들의 망각을 양식삼아 끊임없이 부활한다.

킨들버거에 따르면 역사상 최초의 파생상품 거품인 튜울립 투기가 일어난 이후 근 400년간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굵직한 금융위기만 50차례나 된다.
그때마다 배운게 없지 않으련만, 금융위기는 겉모양만 바꾼 채 탐욕과 무책임의 본색을 유지한 채 되풀이됐다.

'사상 최대 금융위기'라지만 이번에도 인류가 '사상 최대의 교훈'을 얻을 것 같지는 않다.

망각이나 탐욕의 본능은 어쩔수 없다지만, 공공적 성격을 띠는 금융기관의 경영에는 엄중한 책임이 뒤따른다는걸 그때마다 독하게 보여 주는게 그나마 '광기와 패닉과 붕괴'의 상처를 줄이는 길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리먼 이후 1년'은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다시 한번 월가발(發) 금융위기를 목도하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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