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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칼럼]날개가 되는 옷

그린칼럼 머니투데이 김진화 오르그닷 대표 |입력 : 2010.06.02 18:59|조회 : 5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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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칼럼]날개가 되는 옷
옷은 날개다. 그래서 아름다워야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어느 브랜드도 자신 있게 무대 뒤편을 보여주지 않는다. 패션은 표리부동하다. 백화점 쇼윈도와 화보 또는 화려한 런웨이는 그야말로 패션비즈니스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패션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산업이며 가장 세계화된 시스템에 기반해 있다. 80개 국에서 많게는 10억에 이르는 사람들이 면화농업에 생계를 기대고 있고, 3천만 명의 노동자들이 여전히 옷을 만들고 있다.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의 저자 레이철 스나이더의 말처럼 당신의 옷장 속에 걸린 청바지는 대개 몇 개의 대륙을 거쳐 탄생한 자유무역의 상징이다.

우리가 즐기는 패션은 대부분 '패스트패션'이다. 패스트패션은 유행을 빠르게 회전시키고 더 싸게 공급해 수요를 팽창시키는 방식으로 이윤을 극대화한다. 산업화시대의 논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낡은 방식은 지구와 사람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운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는 싼 가격만 보고 기뻐할 뿐이지만.

예컨대 한 시즌만 입고 버려지는 티셔츠는 수많은 농약과 화학물질을 수반하며 한 벌 당 보통 100리터 가량의 물이 소비된다. 패스트패션을 통한 이윤은 '사유화'되고, 피폐화되는 토양과 지하수 등의 사후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사회화'되어 모두의 손실로 축적된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윤리적 패션'이다. 윤리와 패션이라니, 꽤나 낯선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윤리는 규율과 금기, 책임과 의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착한 '척'하는 가식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촘촘히 연결된 세상에서 더 조화롭고 능동적으로
살기 위한 긍정의 철학에 더 가깝다.

나의 삶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름 모를 타인의 삶과 모종의 인과관계로 엮여 있을 지도 모른다는 성찰. 그리하여 내가 더 잘 살기 위해서라도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인 지구환경과 타인들의 삶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완전하고 성숙한 이기심의 발현. 이것이 노동의 땀에 기반한 패션에 '윤리'라는 형이상학적 날개를 달아준다.

윤리적 패션은 제작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노동의 가치를 존중한다. 비용의 사회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패션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패션상품은 무엇보다 아름다워야 한다. 요즘 말로 '엣지'가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감수성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면 그건 패션이 아니라 운동에 불과하다. 그리고 누구도 입지 않는 옷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낭비일 뿐이다.

최근엔 의식 있는 디자이너의 참여로 보는 건 물론이요 '만드는 과정조차 아름다운' 훌륭한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브랜드 '피플트리'는 올 봄 배우 엠마 왓슨과 함께 컬렉션을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세계적인 록그룹 U2의 리더인 보노가 설립하고 후원하는 브랜드 에던(EDUN)은 루이비통으로부터 투자와 인력을 유치했다.

런던컬렉션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윤리적 패션 세션 '에스테티카'를 통해 매년 감각 있고 획기적인 콘셉트를 지닌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패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본다.

먼 나라 얘기만도 아니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 SK와이번스 야구단 선수들은 버려진 페트병을 재생한 섬유로 만든 '그린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없었던 스포츠와 윤리적 패션의 행복한 만남이다.

오르그닷이 디자인하고 국내 봉제노동자들이 바느질한 이 유니폼은 경기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코치진의 테스트를 통과했고 팬들로부터도 신선하고 새롭다는 반응을 얻었다. SK 이광길 코치는 인터뷰를 통해 "기존 유니폼보다 훨씬 가볍고 시원하다. 신축성도 좋아서 마치 실크 소재 옷을 입고 잇는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와이번스 선수단은 올 시즌 9차례 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윤리적 패션이 개량한복이나 인체 무해성만 강조한 밋밋한 유아복만으로 표현되고 소비되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패션산업은 바야흐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디자인 감수성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옷이 '날개'다. 내 이미지를 높이는 날개, 지구 미래를 이끄는 날개.

↑페트병을 재생한 그린유니폼을 입은 박경완 SK와이번스 선수가 홈런을 치고 귀루하고 있다. ⓒSK와이번스
↑페트병을 재생한 그린유니폼을 입은 박경완 SK와이번스 선수가 홈런을 치고 귀루하고 있다.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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