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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말 악용하는 올드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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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보다 신조어에 민감한 곳은 없다. 그것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용어라면 더욱 더 그렇다. 마치 유행처럼 누구나 그 말을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그 말은 원래의 뜻을 잃고 왜곡되고 진부화된다. ‘재테크’나 ‘도덕적 해이’, ‘블루오션’ 등이 그런 용어들이다. 누구나 다 사용하지만 누구나 다 같은 의미로 쓰지는 않는다.

요즘 금융계에서 한창 각광받고 있는 ‘뉴노멀’(new normal)이란 말도 비슷한 운명이 될 것 같다. 원래 이 말은 2005년 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로저 맥나미가 처음 사용했다. 2008년에는 세계 최대의 채권 투자기관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부회장이 이 용어를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의 세계 금융시장에 적용시켰다. 자신의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When market collides)에서였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이 용어를 주제로 한 세션이 별도로 열리면서 이 말은 세계적인 유행어가 됐다. 금융과 경제 환경의 새로운 기준이나 표준을 의미하는 말이 된 것이다.

물론 이 용어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는 있다. 1980년대 이후 계속돼온 금융 자본주의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다. 금융위기로 저성장과 부채 축소(de-leveraging), 미 달러 약세와 다극화 체제가 불가피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사실 이는 특별한 전망이라기보다는 금융위기로 인해 벌어지는 사실들의 나열에 불과하다. 각각의 사실들이 일관된 흐름인지조차 불확실하다. 여러 흐름을 하나로 뭉뚱그려 그럴 듯한 용어 하나를 갖다 붙였을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에서건 이 용어는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뉴노멀이라는 말을 남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악용될 여지에 대해 경계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뉴노멀이란 말의 뉘앙스에서, 우리에게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정부의 역할과 관련이 있다. 당초 구미 선진국에서 뉴노멀은 정부 개입이 다시 강화되는 추세를 뜻한다. 그래서 정부의 귀환이라는 말도 나온다. 경제 사상이라는 관점에서는 자유방임적 시장경제주의를 마감하고 케인지언(Keynsian)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추진 중인 금융개혁안은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방향이다. 위험성이 높은 금융상품을 운용하는 대형 금융기관에 세금을 물리자는 은행세도 비슷한 맥락의 논의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이런 추세가 결코 새로운 기준이나 표준은 아니다. 이미 오랫동안 정부가 금융시장을 주물러왔다. 이런 마당에 새삼스레 정부 개입을 강화해야 할 유인은 별로 없다. 물론 금융 건전성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을 더 분명히 할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 키우자는 주장은 곤란하다. 당장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을 보자. 해당 회사에서의 선출 과정을 뒤집고 대통령의 측근이 다시 선출됐다. 이를 두고 마땅히 해야 할 정부의 개입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일을 뉴노멀의 일환이라고 한다면 세계 금융계가 웃을 일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은행세도 뉴노멀과 올드노멀인지 헷갈리는 이슈다. 우리 정부는 아직도 우리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대형 금융기관에 은행세를 물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올해 11월 주요 20개국(G-0)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구미 선진국이 주도하는 은행세를 완전히 외면해버리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이런 과정에서 국내에서만 변형된 형태의 은행세가 도입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경우는 어떤 식으로든 정부 개입을 강화하는 쪽이 뉴노멀은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 관료들과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이해에 봉사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뉴노멀이라고 주장한다. 위력 있는 신조어에 기대면 뭐든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올드노멀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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