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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가슴 없는 여자

'아마존의 눈물'과 '용산의 눈물'은 다르지 않다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머니위크 편집국장 |입력 : 2010.09.27 12:31|조회 : 9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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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허파'라는 남아메리카 열대우림 아마존. 그 아마존이 문명의 불길에 휩싸여 신음하는 것을 보면 가슴 아프다. 지구의 산소탱크가 망가지는데 내 가슴이라고 온전할까.

아마존은 그 이름부터 운명적이다. 아마존에서 '아'는 없다, '마존'은 가슴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라고 한다. 그러니 아마조네스는 '가슴 없는 여자'다. 활을 쏘거나 창을 던질 때 거추장스러운 한쪽 가슴을 도려낸 아마존의 여인족이 아마조네스다.

16세기 남미에서 황금마을을 찾아 나선 스페인 정복자들이 전투에 능란한 여인족의 공격을 받아 크게 패한다. 당시 엘도라도 탐험대장이던 오레야나가 본국 여왕에게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아마조네스'가 여기에 있다고 보고한 것이 오늘날 '아마존'이란 지역명의 유래가 됐다.

그때부터 도리질당한 아마존의 가슴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정없이 밀려나가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강에 새로 건설하려는 댐만 최소 70개라고 한다. 아마존의 원시 밀림은 이 댐 속에 하나둘씩 수몰될 것이다. 아마존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구 전체가 문명의 화염에 휩싸여 있다. 굳이 멀리서 증거를 찾지 말자. 우리 동네가 생생한 증거다.

내가 사는 평촌·의왕의 허파는 관악산-청계산-백운산 벨트다. 이중 관악산 자락을 지키던 마지막 녹지엔 관양지구가 들어서고 있다. 청계산 자락의 마지막 녹지엔 청계지구가 들어섰다. 백운호수를 끼고 있는 백운산의 마지막 자락도 두손 들기 일보 직전이다.

백운호수 주변에 마침내 플랜카드가 걸렸다. 내용은 크게 2가지다. 다음은 그중 하나. '조상이 물려준 산좋고 물좋은 아름다운 우리고장 개발이 왠말이냐.' 또하나는 이렇다.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기능성 있고, 생산적인 도시개발을 하라.' 표현은 점잖치만 속내는 뻔하다. 보상금을 두둑이 내놓으라는 것이다. 내가 가장 아끼는 백운 산책길, 평촌·의왕의 마지막 허파에도 머지않아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이 깔릴 것이다. 우리 동네에 이제 빈 틈은 없다.

청계산과 백운산 넘어 옆동네도 똑같다. 오랫동안 시골 티를 간직했던 운중동엔 서판교가 들어섰다. 고기리 별장촌도 빽빽하게 들어찼다. 그 옆은 분당과 수지고, 또 그 옆은 광주 오포와 용인 구성이다. 이 동네들도 반듯하게 구획지은 공원 몇 개와 탄천을 빼고는 허파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혹시 이와 다른 동네가 있을까? 우리는 열외라고 주장할 곳이 있을까?

문명의 식탐은 겁난다. 군데군데 큰 곳부터 먹고, 사이사이 남은 곳을 먹어 들어간다. 결국 어느 한 곳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어 치운다. 젖은 도화지에 잉크를 떨어뜨리는 식이다. 뚝뚝 떨어진 잉크방울이 번지듯 사방에서 도시는 번지고, 큰 도시에 포위된 곳들이 속속 물든다. 아슬아슬하던 서울과 수도권의 노른자 그린벨트도 보금자리 주택으로 다 풀어버렸다.

지금 우리 앞마당에서 벌어지는 일과 아마존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르지 않다. '용산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은 같은 것이다. 남미의 인디오들은 대부분 도시 빈민으로 편입될 것이다. 자본주의 문명과 접촉하는 순간, 갑자기 빈곤이 생긴다. 물질적·정신적으로 결핍을 느끼는 사람이 만들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탐욕이 '자연자본'을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북미의 인디언들이 그런 식으로 거대한 대륙에서 자취를 감췄다. 어머니 대지의 아들로 살던 위대한 자연주의자들이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문명과 자연의 충돌은 범 지구적인 전면전 수준이다. 이 전쟁에서 승자는 정해져 있다. 인간은 자연을 이길 수 없다. 자연은 스스로의 질서에 따라 착오없이 움직인다. 인간은 그중 한 부분일 뿐이다. 그 자연에 둑을 쌓고, 바닥을 긁어내고, 보를 만들고, 물을 정화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푸른 나무를 집 안에 들여놓고 전깃불 켜고, 물 주고, 비료 주면서 인공으로 키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요즘 유행하는 녹색성장이나 친환경 개발이 다 그런 말 아닌가.

  ☞웰빙노트

우리는 경제학의 핵심적인 원칙 하나를 위반함으로써 부를 일구었다. 자본을 팔아 놓고는 그것을 이익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지난 40년 동안 우리는 산림을 마구 베어내고, 강물과 대양의 고기를 마구잡이로 잡아 씨를 말리고 있으며, 지구의 석유 매장량이 무진장한 양 석유를 마구 퍼올렸다. 우리는 지구의 자연자본을 내다 팔아놓고 그것을 이익이라 불렀다. 이제 지구는 경제와 마찬가지로 약탈당하고 있다. <애드버터스의 창설자 칼레 라슨, 2009>

문명이 더 나아갈수록 자연은 더 물러나야 했다. 오늘날 하루에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아무런 위엄도 갖추지 못한 채 도살당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신이 준 선물로 여기지 않을 뿐더러, 그들이 인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을 말하면, 그들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거북이 섬(북미대륙) 주민들이 볼 때 얼굴 흰 사람들은 자연의 조화에 대해 문맹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자연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그토록 파괴적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철학>

서양인들이 전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며 행동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믿음으로 자신들의 것이 최상이 양 자기들의 생활방식을 모든 나라에 들고 가 퍼뜨리려 했습니다. 오직 발전만이 있을 뿐이며, 발전을 위해서는 단 한 개의 길만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어린애 같은 생각입니다.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의 나라들은 유럽인들의 그곳에 살러 오기를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몇천 년동안 아주 잘 살아 왔습니다. <장피에르 카르티에 & 라셀 카르티에,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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