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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칼럼]도이치 옵션사태의 복기

안동현칼럼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 2011.03.09 14:30|조회 : 6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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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1일 옵션만기일에 도이치증권 위탁계좌에서 2조4000억원의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출회돼 코스피지수가 종가 직전 1963.03에서 1914.73으로 무려 48.3포인트(2.46%) 하락했다. 이로 인해 와이즈에셋운용이 890억원, 토러스투자자문이 490억원의 손실을 입는 등 자산운용업계 및 증권업계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 이에 반해 이를 주도한 도이치뱅크 홍콩법인 등은 448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증권선물위원회와 증권거래소의 시장감시위원회에서 발표한 도이치뱅크 및 증권의 구체적인 행위를 들여다보면 경악할 정도다. 첫째, 2조4000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도물량은 10년간 최종거래일 종가 결정 시간의 전체 평균 거래대금의 3.5배, 프로그램매매 평균 거래대금의 15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이러한 물량이 출회됐을 때 시장에 줄 충격은 충분히 인지가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수탁기관인 한국도이치증권은 이에 대해 거래소에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

둘째, 프로그램 매도에 대해 오전 시스템 점검 등 사전신고 예행연습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후 2시45분인 마감시한을 1분 넘긴 2시46분에 지연보고를 했다. 실제로 대부분 트레이더가 마감시한의 공시내용만을 보고 동시호가 거래를 하는 관행으로 볼 때 1분 지연은 실제로 엄청난 정보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셋째, 일일지수차익 거래잔액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주식매수+합성선물매도) 포지션을 (주식매수+선물매도) 포지션으로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 이 부분은 특히 중요한데 합성선물의 경우 당월물 포지션이므로 청산에 대한 시그널을 주지만 선물의 경우 12월이 만기라서 11월에는 청산하지 않을 것으로 시장이 오판할 수 있는 중대한 정보를 왜곡하게 된다.

넷째, 한국도이치증권의 자기매매 담당자는 자기매매계좌에서 SK텔레콤 및 KT 두 종목에 대해 총 693억원 규모의 대량물량을 시장가로 제출해 관련 종목의 주가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이는 홍콩도이치뱅크의 바스켓 구성종목 거래의 일부를 담당한 것으로 외국인 주식 취득에 제한을 가하는 종목에 한도가 차자 편법으로 한국의 자기매매 담당자가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군다나 고객위탁주문 처리와 관련없는 직책에 있던 자기매매 담당자가 거래를 했다는 측면에서 자기매매와 위탁매매간 방화벽(firewall)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는 차익거래와 상관없이 255를 비롯한 외가격 풋옵션을 7만7000여계약이나 매수해 약 40배의 부당차익을 얻었으며 상기한 한국지점의 자기매매 담당자도 공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일련의 정보 왜곡과 풋옵션 매수 등 마치 잘 짜여진 한편의 각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더불어 한국도이치증권은 "우리는 몰랐다. 홍콩 도이치뱅크가 다 주도한 것이다"라는 식으로 책임을 미루고 도이치뱅크 본사는 한국 당국의 조치를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히는 것으로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 추후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까봐 의례적인 성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의적인 측면에서라도 도이치뱅크의 회장이 나서서 자신의 회사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사과했어야 마땅하다고 판단된다. 비슷한 사건으로 씨티그룹이 2004년 유로 국채시장에서 대규모 국채매매를 반복하는 수법으로 차액을 챙겨 영국에서 조사를 받을 때 당시 CEO가 직접 나서서 사과한 사례에 비춰볼 때 작금 도이치뱅크의 태도는 우리나라 금융감독 및 법망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 작태인지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증권선물위원회나 시장감시위원회가 내린 처벌은 그 수위에 있어 만족스럽진 않지만 규정상 처벌에 한계가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낱낱이 파헤쳐 이러한 부도덕한 일개 외국금융기관이 우리 자본시장을 유린하는 작태에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철퇴를 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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