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3세· 상공회의소 전 부회장 등도 주가조작

#1. 산업 폐기물 처리업을 하는 코스닥 상장사 Y사는 지난 2008년 건설자재 제조업체 H사를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합병이후 회사의 주가하락이 우려되자 Y사 회장 박모씨(62)는 회삿돈 15억여원을 주가조작 전문가에게 지급, 같은 해 3월부터 두달동안 주가를 조작했다. 이를 통해 박씨는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금액을 최소화하고 8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렸으나 결국 혐의가 검찰에 적발돼 주가조작 전문가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2. 지난 2008년 말 전자부품 제조업체이자 코스닥 상장사 G사를 125억원에 인수한 김모씨(42) 등 3명은 인수자금 가운데 65억원을 빌려서 지급했다. 이듬해 이 돈을 갚는데 부담을 느낀 김씨 등은 주가 조작을 통해 인수대금을 갚기로 하고 휴대기기 부품 제조업체 R사의 주가를 조작, 143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본인들 명의의 증권 계좌만으로는 주식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꾸미기 어렵다고 판단, 개인과 법인계좌 45개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닥 상장사 대상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검찰의 '칼날'이 매섭다. 10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 검찰청 금융조세조사 1·2·3부는 올해 들어 허위사실 유포, 허위매수 등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6개 코스닥 상장사의 사주 등 임직원 8명 등 총1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주가조작 범행에 뛰어든 동기는 '시세차익 실현'부터 '경영권 방어' 등 다양하다. 회사 주가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자신이 보유한 주식가치를 높이고 다른 주주들의 공격적 주식매입을 막으려는 속셈이다. 또 투자자에게 일정가격 이상의 주식가격을 보장한 경우 이 스톡옵션의 행사를 막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의 신분과 경력도 다양하다. 앞서 검찰은 주가조작을 통해 253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리고 회사자금 765억원을 횡령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구자경 LG (81,100원 ▲100 +0.12%) 명예회장의 조카 구본현씨(43)를 구속 기소했다. 전문가에게 의뢰, Y사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씨 역시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역임했다. 회사 인수자금을 갚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공인회계사 출신 경영인이다.


검찰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 사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주가 조작을 자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예전 주가조작 사범이 관련기관의 고발로 시작된 것과 달리 최근 수사는 검찰이 직접 혐의를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주가조작으로 만든 범죄수익의 박탈을 위해 주가조작 사범이 보유한 110억원 상당의 재산을 찾아 추징보전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