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겁내지 마라, 100원 오르면 4.3조 이익"

원/달러 환율이 12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고환율이 시장과 기업에 '독'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환율 수혜가 되레 기업이익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신영증권은 5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높은 원/달러 환율은 향후 기업이익을 개선시키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국내 이익모멘텀 회복은 원/달러 환율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수준에서 100원이 상승했을 때 대형 수출기업들의 국내 영업이익은 연간 약 4.3조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해 국내기업들의 영업이익이 94조원임을 감안할 때 환율이 100원 상승할 때마다 약 5%의 영업이익 상승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4.3조 증가분은 외화차입에 대한 부담가중까지 반영한 결과"라며 "모든 기업들에 대한 조사는 아니기 때문에 실제 이익 증가폭은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급격한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인덱스 우상향 곡선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반영할 때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국내 수출주 위주로 기업이익의 상대적 매력도가 부각되는 시나리오가 유망하다"며 "과거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수출주 비중이 높은 국내기업의 이익은 글로벌 대비 더 빨리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에서 국내 경기동행지수 개선분을 제외한 순수 원화가치와 종목별 이익·주가수익률이 모두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고 △내년 순이익이 올해보다 개선되며 △내년 주가수익비율(PER)이 싸다고 느껴지는 종목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영증권이 꼽은 고환율 수혜업종은 반도체, 자동차. 개별종목으로는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 LG전자, 제일모직, 삼성전기 (151,700원 ▼2,500 -1.62%), LG생활건강 (448,000원 ▼7,000 -1.54%), 대덕전자, 현대제철 (31,750원 ▼200 -0.63%), 대림산업, 두산인프라코어 (8,460원 ▼270 -3.09%), 현대차 (244,000원 ▼3,000 -1.21%), 삼성SDI, 기아차, 제일기획 등이 유망종목으로 꼽혔다.

우리투자증권은 10월 투자전략으로 △원/달러 환율의 레벨상승에 다른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종목 △원/달러 환율변동성 축소를 고려한 전략을 취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유망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원/달러 환율 연간 전망치가 상향조정됐다"며 "중기적으로는 하락반전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달러화 자금확보 경쟁과 역외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매수쏠림 현상 등 원/달러 환율이 단기에 하향안정화되기는 어렵다는 게 근거"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내년말까지 중장기 원/달러 환율은 하향안정세가 완연하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원/달러 환율상승 수혜를 논하기 쉽지 않다"며 "다만 업종별 리밸런싱 입장에서는 3분기 기말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3~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전망치 상향조정에 따른 업종별 영향력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반도체, IT하드웨어, 해상운송, 화학, 자동차, 건설 등은 환율상승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철강/비철금속과 유틸리티, 항공운송, 음식료·담배는 부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 외 업종은 중립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이 1100~1150원일 때 반도체·장비의 영업이익, 순이익 증가가 가장 컸다"며 "1200원을 넘어가면 조선, 화학의 영업이익·순이익 증가효과가 극대화됐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이상으로 상승하기보다 1100~1150원대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 레벨상승에 따른 효과는 반도체·장비, 조선업종이 가장 크고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134,500원 ▼3,200 -2.32%)이 이달 최선호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장중 1200원을 상향 돌파해 만 14개월만에 1200원 상단을 찍었다. 5일 오후 2시35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2.10원 내린 1191.90원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