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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칼럼]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안동현칼럼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 2012.05.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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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칼럼]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그리스 재정위기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만화 영화 'tweety bird'의 카나리아에게 매번 당하지만 다음회가 되면 어김없이 살아나 카나리아를 잡아먹으려는 고양이를 보는 듯하다.

한 외국교수는 기원전 4세기 아테네 주도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 주도의 펠레폰네소스 동맹 사이의 전쟁 이후 그리스가 이렇게 세계의 주목을 받는 건 처음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다.

올해 초부터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 및 기업실적이 개선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위축되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리스 총선이 연립정부 수립에 난항을 겪으면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 대선에서 17년 만에 좌파정권이 집권함으로써 사르코지 현 대통령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심혈작인 신재정협약의 앞날은 불투명하게 되었다. 이러한 유럽발 불확실성 증가로 국내시장 역시 변동성 장세에 노출되면서 외국인의 투매 및 기관의 관망으로 인해 코스피는 또다시 1900대 초반까지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프랑스 올랑드의 경우 미테랑 전 대통령 시절 경제보좌관 경험이 있고 온건좌파라는 측면과 프랑스가 역내 농산물 수출 면에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외 쪽에서 급격한 정책변화는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긴축보다는 고용창출을 위해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글로벌 시장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악재라고 는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리스 총선 문제는 그리스라는 국가의 비중보다는 유로존에 첫 탈퇴국이 나올 경우, 유로존의 존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기에 훨씬 심각하다. 과거와 달리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 멤버들이 그리스의 유로탈퇴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즉, 과거 ECB는 회원국의 탈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유로존의 분열이 가져올 경제적 파괴력에 대해 엄중히 경고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 벨기에의 루크 코엔이나 아일랜드의 패트릭 호노한 등이 '원만한 탈퇴(amicable divorce)' 가능성에 대해 문을 열어두고 그리스 탈퇴는 감당할 만한 이벤트라고 언급했다.

이는 그리스 사태를 보는 ECB의 자세에 중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독일의 바이트만 총재는 지난 주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유로존보다는 그리스에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리스의 탈퇴가 곧 유로존 붕괴로 연결될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했다.

종합해 보면 과거에는 그리스의 탈퇴를 어떻게든 막는데 주력했다면 이제 그리스의 탈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유로존을 유지하기 위한 플랜 B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변곡점에 있는 것이다. 만약 그리스가 탈퇴할 경우 화두는 그리스에서 이태리와 스페인으로 넘어가게 된다.

즉 유로존 탈퇴를 그리스 선에서 잘라낼 (contain)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유로존에 속해있는 각국 정부나 ECB등 정책당국자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위기의 전염(contagion)은 시장에서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부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소로스를 비롯한 헤지펀드의 92년 영국 파운드화 공략에서 보듯 유로화 붕괴에 대해 시장이 베팅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운드화 공략의 경우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영국의 중앙은행과 글로벌 투기세력의 전투였다면, 금번에는 유로체제를 고수하고자 하는 ECB와 유로존 국가에 대한 투기세력의 공격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정리해보면 마치 철없는 막내의 어리광을 한없이 받아줄 것처럼 보이다 집에서 축출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지금의 상황에 있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각국 유럽정부가 그리스에 요구한 초긴축정책을 완화시켜주고 그리스 역시 조속히 연립내각을 통해 완화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에리스라는 불화의 여신이 넘겨준 황금사과를 잘못 선택해 트로이를 멸망시킨 파리스처럼 지금 유럽에는 선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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