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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쉿! 통진당 쉿! 사찰지원관실 쉿!… 쉿!

[김재동의 틱, 택, 톡]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2.05.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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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보면 제 5편에 '대심문관'이란 장이 있다.

표도르 까라마조프의 둘째 이반이 자신의 자작 대서사시 '대심문관'을 막내 동생 알로샤에게 이야기해주는 장면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 장을 '세계문학사의 압권'이라 표현한 바 있다.

예언의 날이 아닌 다른 날에 부활한 그리스도와 그 그리스도를 잡아가둔 대심문관의 이야기. 아흔 살 대심문관은 불타는 열정을 담아 그리스도를 상대로 평생 가슴에 담아둔 자신의 진실을 토로한다.

"인간에겐 양심의 자유보다 더 매혹적인 것은 없지만 그것보다 더 괴로운 것도 없다"는 대심문관은 "당신은 인간의 양심을 영원히 평안케 할 확고한 근거를 주지 않고 대신 이상하고 아리송한, 인간의 힘에 겨운 것들만 줌으로써 인간을 혼란과 고통 속에 남겨두었다."고 비난한다.

그렇게 버려진 이들을 자신들은 기적과 신비와 권위로 다독였고 그들이 얌전히 바친 자유를 거두고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빵을 나눠주며 이 세계를 이끌어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왜 왔느냐? 당신 없이 잘 돌아가는 세상에 왜 나타나 우리 일을 방해하느냐?"

듣고 있던 예수는 아흔 살 먹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고 떠나간다.

"그 노인 심문관은 어떻게 됐나요?" 묻는 알로샤의 질문에 이반은 말한다.

"그 키스는 노인의 가슴속에서 불타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기 사상에 머물고 있었지."

뜬금없다.

까라마조프가 어떻고 대심문관이 어떻고...

근데 통합진보당 사태나 조계종 사태, 민간인 사찰 사태, 파이시티 사태 등을 접하다보며 문득 떠올랐다.

계율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파계한 이들과,
진보를 외치면서 스스로 파쇼에 매몰된 이들과,
국민을 위한 도덕정치를 입에 달고 살았으면서 실제로 도둑정치만 해온 이들과...

재림한 예수를 바라보는 대심문관처럼
이들에게 계율이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이들에게 민주적 진보가 얼마나 거슬렸을까?
이들에게 도덕적으로 검증해보자는 국민들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생각해본다.

이들은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당신을 버리고 악마와 손을 잡았다'고 밝힌 대심문관처럼 그들 스스로의 거짓을 알 것이다.

그리고 번민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이름'이란 기만 속에 숨어 영원히 거짓말을 해야 되는 대심문관의 고민처럼.

비록 돈과 권력과 향락의 유혹에 굴복했을 지라도 그렇게 매혹적인 양심의 자유는 그만큼 그들에게 괴로움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이반이 말했듯 날카로운 양심이 그리스도의 키스처럼 가슴을 헤집어도 그들은 자기 생각에 어떻게든 머물러 있을 것이다.

대심문관 가라사대 "인간 생활의 비밀은 그저 사는 것 뿐만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느냐 하는데 있다." 고 했음에도 말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믿음 상실'이란 고통을 무릎 쓴 대심문관의 열정적인 연설은 그 엄청난 말의 향연속에서도 가치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대 대한민국 땅의 우리가 들어야하는 것은 변명과 아집과 자기합리화와 뻔뻔한 오리발 등의 소음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도 대심문관의 입을 막았던 그리스도의 키스처럼 저들의 소음을 막을 무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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