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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두려운 그대에게

[웰빙에세이] 잘 자는 법 : '자자 클럽'의 숙면 프로그램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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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잠 못 드는 분이 많다. 나도 그런 편이다. 오래 깊이 자지 못한다. 잠의 양이 부족하고 질도 좋지 않다. 그래서 '숙면 클럽'이란 것을 만들어볼까 한다. 잘 자기 위한 동아리! 그렇다면 '자자 클럽'이라고 할까. 창립 회원은 아마 아줌마 몇 분이 되실 것이다. 그래도 오해는 마시길. 각자 잘 자기 위한 것이니까.

하긴 요즘같이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세상에 잘 자는 사람이 오히려 대단하다. 누우면 바로 코 고는 사람, 언제 어디서나 앉으나 서나 잘 자는 사람,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늘어지게 자는 사람, 나는 이런 분 보면 존경스럽다. 네댓 시간만 자도 쌩쌩한 분보다 훨씬 더 존경스럽다.

어떻게 하면 잘 잘 수 있을까? 나름대로 고민과 궁리를 해 왔고, 곧 '자자 클럽'의 회장도 될 것이니까 '숙면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봐야겠다.

◆그대 왜 잠들지 못하는가

우선 상태 점검! 잠 못 들어 밤이 무서운가?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가? 몸은 쳐지고 눈꺼풀은 내려앉는데 도무지 잘 수가 없는가? 그렇다면 불면증이다. 이것보다 약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도 불면증이라 한다.

1.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 자는데 30분 이상 걸린다.
2. 하룻밤에 자다 깨다 하는 일이 다섯 번 이상이다.
3.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일주일에 2~3회 이상이다.
4. 깊은 수면에 이르지 못해 자도 잔 것 같이 않다.

여기서 나는 네 번째(숙면장애)에 해당한다. 첫 번째(입면장애)도 그런 편이다. 돌이켜 보면 어려서부터 잘 자지 못했다. 어려서 낮잠을 자면 어머니가 긴장한다. 그건 십중팔구 아파서 눕는 것이니까. 밤에도 잠과 숨바꼭질 한다. 어머니는 자라하고, 나는 이리 빼고 저리 빼고, 이불 속에서 꼬물거리고…. 젊어서는 진짜 잠이 안와서 고생했다. 한때는 '멜라토닌'이란 시차 적응제를 복용하곤 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부엉이처럼 밤에 꾸물대고 낮에는 비실거렸다. 나이가 좀 들어서는 잠이 짧고 얕아서 고민이다. 꿈자리도 뒤숭숭하다. 항상 무언가에 쫓겨 조마조마하다. 이젠 좀 그만 쫒기고 내가 쫒아 다녔으면 좋겠다.

이 세 가지는 원인이 조금씩 다르다. 어려서는 크느라고 에너지가 넘치는데 그 에너지를 다 쓰지 않고 자려니까 잠이 안 왔던 것 같다. 젊어서는 욕심은 많은데 현실이 빡빡해서, 마음 분주하고 머리 복잡해서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예민한 체질과 성격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몸을 덜 써서, 머리와 마음을 너무 써서, 체질적으로 예민해서다. 다른 분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이 세 가지가 다양한 조합으로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러니 숙면 처방도 세 가지다. 우선 몸을 더 쓰고, 머리와 마음은 덜 쓴다. 하하~이건 우리 작은경제연구소의 실천강령과 똑 같다. 그렇다면 체질은? 그거야 바꿀 수 없으니 잘 다스리며 맞춰서 살아야 한다.

◆잠을 부르는 몸 풀기

이제 몸부터 시작해보자. 체질은 못 고치고 마음보다는 몸이 더 쉬우니까 숙면 프로그램도 몸부터 시작한다. 몸이 바뀌면 마음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면 체질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몸이 지쳐 잠을 부르도록 하루 종일 많이 움직인다. 몸이 쓸 때마다 '아~ 나는 지금 잠을 부르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정성껏 잠을 초대한다. 'I'm calling you!' 하루 1만보를 걸어도 좋고, 1시간을 달려도 좋다. 자전거, 수영, 배드민턴, 등산, 산책, 헬스, 요가, 에어로빅, 댄스, 태권도, 검도…. 어떤 것이든 하루 운동량을 정하고 그 이상을 하라. 처음에는 일주일에 3일 이상을 지키고, 그 다음에는 4일 이상, 그 다음에는 5일 이상을 지킨다. 그래야 습관이 만들어진다. 4일 이상을 지킬 정도가 되면 아마 자동으로 굴러갈 것이다. 운동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잠자리에서도 몸을 풀어보자. 잠을 부르는 이완 운동을 해보자. 'I'm calling you!' 하루 종일 힘쓰느라 힘 뺄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요즘에는 운동도 상당히 격렬하게 한다. 헤비하게 한다. 시간이 없으니 짧은 시간에 운동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심리다. 운동도 휴식도 여가도 집약적으로, 효율적으로, 전투적으로! 쉬는 것과 즐기는 것이 갈수록 일하는 방식을 닮아간다. 물론 격렬한 운동이 좋은 사람도 있다. 태음인처럼 땀이 많은 체질은 땀을 쑥 빼야 건강하다. 하지만 이런 분도 잠자리에서는 쉬엄쉬엄 몸을 푸시라. 잠자리에서 운동 세게 하면 잠이 놀라 달아난다.

몸을 푸는 이완 요령은 지금부터 좋은 것만 모아봐야겠다. 어렵게는 생각하지 마시라. 기본 원칙은 자기 편한대로, 제 마음대로, 아주 느슨하게 하기다. 잠자리에서도 어려우면 절대 안 되니까. 먼저 각자 눈을 감는다. 어디가 가장 쑤시는지, 갑갑한지, 뭉쳐 있는지 살펴본다. 검색 결과가 나왔으면 검색 순위대로 쑤시고, 갑갑하고, 뭉쳐 있는 곳을 푼다. 풀어서 통하게 한다.

허리가 아프면 허리를 푼다. 허리를 앞으로 굽혔다 폈다, 옆으로 기울였다 바로 했다, 크게 돌리고 작게 돌리고, 굽히고 버티고 펴고 버티고, 손으로 두드리고 주무르고…. 아무튼 허리가 시원해질 때까지 허리에 정성을 기울인다. 사랑을 보낸다. 그 다음 어깨라면 어깨도 그렇게 한다. 어깨를 크게 돌리고 작게 돌리고, 앞으로 돌리고 뒤로 돌리고 엇갈려 돌리고,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렸다, 두드리고 주무르고…. 자기 맘대로 시원할 때까지 한다. 그 다음은 목? 그것도 맘대로 하시라. 다만 어디를 어떻게 하든 눈을 감고 아주 편하게, 아주 느슨하게, 아주 부드럽게 하시라. 뼈 없는 동물처럼 흐느적거리다 스르륵 잠자리에 퍼질 것처럼.

◆눈 뜨고 꾸는 꿈 vs 깨어 있는 잠

둘째, 마음 다스리기. 잠과 다투지 않는다. 잠과 다툴 의사가 없음을 마음에 각인시킨다. 잠이 오지 않으면 자지 않는다. 억지로 자려고 애쓰지 않는다. 잠자리에서 뒤척일 정도면 일어난다. 자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지지 않는다. 안자고 만다. 그 대신 쉰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최대한 몸과 마음의 기능을 쉬게 한다.

잠이 들면 의식이 꺼지고 무의식이 켜진다. 밝은 의식의 세상에서 어두운 무의식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뇌파도 고주파(알파(α)파와 베타(β)파)에서 저주파(세타(θ)파와 델타(δ)파)로 내려간다. 그 과정을 보통 4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아주 얕은 잠. 이제 잠이 막 시작된 입면기다. 의식의 빛이 가물가물 남아 비몽사몽이다. 2단계는 얕은 잠. 이제 잠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의식의 불은 꺼졌다. 하지만 아직 무의식에 이르지 않았다. 3단계는 깊은 잠. 이제 무의식의 초입이다. 4단계는 아주 깊은 잠. 진짜 깜깜한 무의식의 세계다. 고요하고 평화롭다. 누구도 깨우기 힘들다. 잠은 여기서 완성되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뇌파로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인 단계다.

그런데 4단계를 지나 이상한 잠이 하나 더 끼어든다. 이른바 렘 수면이다. 렘(REM : Rapid Eye Movement)이란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서 붙인 말이다. 분명 자고 있는데 깨어 있는 사람처럼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뇌파도 이상하다. 갑자기 깨어 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고주파(알파파와 베타파)가 섞여 나온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눈은 꿈속의 영상을 쫒고 있다. 나는 무의식의 세상에서 다시 깨어난다. 그렇다면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가? 지금은 꿈이 더 생생하다. 꿈이 더 현실 같다. 어쩌면 내가 깨어서 보는 세상이 가짜일 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의 의식으로 굴절시킨 나만의 세상일 수 있다. 멀쩡히 '눈뜨고 꾸는 꿈'일 수 있다. 나는 지금 의식의 세상에서 꿈을 꾸고 무의식의 세상에서 깨어나는 게 아닐까?

아무튼 잠도 여러 가지다. 한 가지 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깊은 잠이 어려우면 얕은 잠을 즐겨라. 반수면 이든 가수면 이든 상관없다. 한 시간 정도 음악을 틀어놓고 자리에 누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경험적으로 이건 효과가 대단하다. 다만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일 없이 누워 있는 것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눕는 것은 쉽다. 일어서는 것보다 앉는 것, 앉는 것보다 눕는 것이 쉽다. 누워서 이것저것 하는 것보다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쉽다. 그러니 쉽게 하자. 한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뒹굴어라. 자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뒹굴어라. 그냥 편히 누워 있어라. 이것은 1단계 잠과 비슷하다. 굳이 자려고 하지 않는 점만 다르다.

이것으로 부족하면 명상을 하라. 명상은 '깨어 있는 잠'이다. 깊은 명상은 4단계 잠과 비슷하다. 고요하고 평화롭다. 완전히 깨어 의식의 빛으로 충만하다는 점만 다르다. 조용히 앉아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명상의 기초다. 그래야 생각이 가라앉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렇다면 당신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는가? 오늘 그런 적이 있는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은 적이 있는가? 그걸 하라. 명상을 하라. 명상을 하다보면 졸릴 수 있다. 그러면 잔다. 그것도 좋다. 어차피 자려고 했으니까. 졸리지는 않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앉아 있기 힘들다. 그러면 그 생각을 바라보라. 생각이 하도 많아서 바라보기도 힘들다. 그러면 앞의 방법으로 돌아가라. 누워라. 편히 누워서 뒹굴어라. 그것도 좋다. 그것도 잠과 비슷하니까.

◆뇌에 집중된 들뜬 에너지를 내려라

셋째, 체질 다스리기. 예민한 사람이 불면증에 잘 걸린다. 그렇다고 예민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예민할수록 '지금 이 순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남들보다 더 깨어 있을 수 있다. 더 감성적이고, 더 지성적일 수 있다. 예민한 사람은 머리에서 에너지를 많이 쓴다. 피가 머리로 쏠린다. 숨이 코와 가슴 사이를 얕게 오간다. 맥박은 빠르고 긴장돼 있다. 이럴수록 머리로 몰리는 불기운을 다스려야 한다. 뇌에 집중된 들뜬 에너지를 아래로 내려야 한다. 코에서부터 아랫배까지 수직으로 깊게 호흡하라. 숨을 아랫배까지 깊숙이 내려라. 숨을 내려 배를 따뜻하게 하라. 천천히 걸으면서 머리를 식혀라. 머리의 피가 가슴과 아랫배를 지나 발끝까지 내려가도록 하라. 발바닥과 발가락이 따뜻해지도록 하라. 마치 수면양말을 신은 기분이 들도록 하라.

체질과 관련 없이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뇌가 과열돼 있다. 머리를 너무 많이 쓴다. 잠이 오지 않으면 십중팔구 머리가 복잡한 것이다. 잡다한 생각과 걱정거리로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 머리가 쉬지 않고 돌고 돌아 밤이 돼도 도무지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럴 때는 머리부터 식혀라. 심호흡을 하고 걷고 움직여라.

불면증은 총체적인 증상이다. 몸과 마음과 체질의 균형이 깨진 결과다. 졸고 있는 강아지, 고양이, 사자를 보라. 얼마나 편안한가? 얼마나 무심한가? 불면증이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인 동시에 완전히 깨어 있지 못하는 것이다. 완전하게 깨어 있는 사람은 잠도 완전하게 잔다. 깨어있음이란 분열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꿈조차 꾸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고 있는 것도 아니다. 마냥 졸고 있으니 깨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한다. 불면증은 삶의 권태에서 온다. 삶에 생기와 깊이가 없으면 잠도 생기와 깊이가 없다. 잠이 오지 않는가? 그러면 그대의 삶, 그대의 인생이 졸고 있는 것이다. 그대의 삶이 비몽사몽 꿈길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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