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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집착과 삶의 버퍼

[머니위크][청계광장]

청계광장 머니위크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 |입력 : 2012.06.04 11:56|조회 : 6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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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이 주택에 집착하는가.”

한동안 유럽 주택학계에서 떠들썩했던 이슈이다. 유럽은 비교적 공공임대 주택제도가 잘 갖춰져 주택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지 않았다. 유럽 주요국가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영국 19%, 스웨덴 20%, 네덜란드 35% 등으로 한국(2007년 7%)에 비하면 많게는 5배에 이른다. 러시아 혁명이후 사회주의 확산에 대응, 노동자의 주거복지 개선 필요성이 부각된 데다 세계대전 중 파괴된 주택의 재건을 위해 국가가 나서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생산 방식으로 건립한 결과이다. 값싼 임대주택이 많다보니 유럽인들에게 주택은 다른 나라에 비해 소유 개념보다는 이용 개념의 인식이 높은 편이다.

이런 유럽인들이 주택을 보유하려는 욕구가 발동한 것은 복지국가의 쇠퇴라는 사회 경제적 배경이 있다. 원래 유럽은 전통적으로 국가가 일찍이 의료보험이나 실업보험을 제공하면서 강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놓은 지역이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와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진데다 소득이 불안해지고 사회보장 시스템까지 쇠퇴하면서 ‘내 처지가 어려울 때 뭔가 기댈 만한 것’이 절실했다. 그 일환으로 주택자산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즉 주택을 필요할 때 담보로 잡아 자금을 대출할 수 있는 ‘금융 안전망(Financial safety nets)’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주택은 가계가 신용경색 등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평상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일종의 ‘금융 완충장치(Financial buffer)’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주택이 본래의 삶의 안식처(shelter)나 주거서비스 공간에서 가계가 대출과 소비를 하는 데 중요한 담보기능을 제공하는 자산(asset)이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뀐 셈이다.

유럽인들에게 한때 주택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비상수단이자 ‘내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방편, 즉 금융버퍼와 안전망이었다. 그래서 주택은 대출자산으로서 금융 리스크를 방지하고 복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복지는 집값의 안정적인 상승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위험이 크다. 더욱이 개인의 자산이 가격 변동성(volatility)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서 고령자들의 부동산 비중이 높은 것은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불패신화 때문이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 다 일까. 공공복지나 사회보장제도가 거의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만이 자신을 지켜주는 안전망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까. 정부가 개인복지를 챙기지 못한 사이 국민 스스로가 기댈 수 있는 안전망이나 보호막을 마련하려는 서글픈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2000년대 유럽인의 주택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 고령 세대들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과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인구감소, 저 출산, 고령화 등으로 장기적으로는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구는 부동산가격을 결정하는 하나의 변수일 뿐이다. 유럽처럼 개인이 미래 불안의 예방책으로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욕구가 확산될 경우 부동산값이 지속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는 부동산값의 안정을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이 미래의 삶에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보장시스템의 안정적 운용도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시스템이 과연 기대만큼 믿음을 줄 지 자못 궁금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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