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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름캠프가 돈이 아까웠던 사연

[권성희의 뉴욕리포트]

권성희의 뉴욕리포트 머니투데이 뉴욕=권성희 특파원 |입력 : 2012.08.27 16:55|조회 : 2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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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때 아이를 통학형 캠프에 보냈다. 캠프 첫날 집에 돌아온 아이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았더니 피곤하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설명한 캠프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캠프장에 도착하면 오전 9시까지 잔디와 운동장, 놀이시설이 갖춰진 야외에서 자유롭게 놀다가 9시부터 수영장에서 자유롭게 물놀이한다. 오전 10시30분부터 자신이 원하는 활동, 예를 들어 야구나 농구, 요가,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 식물 기르기 등의 활동을 선택해서 한다.

정오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점심을 먹고 자유롭게 논다. 오후 1시30분부터 3시까지 수영을 배운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자유놀이를 한 뒤 뒷정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런 생활을 캠프 신청기간에 따라 최소 4주일부터 8주일까지 내내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한국에선 초등 4학년 때 평생 성적이 결정된다는 책도 유행하는데 5학년인데 너무 노는게 아닌가 싶었다. 영어라도 배운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수영하고 농구하고 뛰어 놀면서 무슨 영어가 그리 많이 필요하랴.

돌아보면 아이는 여름방학 때도 가족휴가를 제외하곤 하루 종일 밖에서 논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영어를 배우고 피아노를 배우고 미술을 배우고 방학 때도 항상 바쁘게 배워야 했다. 캠프도 영어캠프니 과학캠프니 공부에 도움이 되는 캠프만 갔다.

하루 종일 수영하고 밖에서 노는 캠프에 돈을 썼다는 것이 내심 아까워 이미 늦었지만 다른 캠프는 비용과 프로그램이 어떤지 조사해봤다. 거의 99%가 아이가 다녔던 캠프와 비슷하게 밖에서 수영하고 노는 캠프였다.

비용은 아이가 다녔던 캠프가 좀 비쌌는데 셔틀버스가 운행돼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다닐 필요가 없고 매주 목요일마다 떠나는 현장 여행지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인 듯했다.

아이가 목요일에 갔던 현장 여행지는 미국 동북부의 3대 테마파크 중 2곳, 뉴욕 인근의 유명 워터파크와 래프팅 계곡, 뉴욕 메츠 야구경기장 등이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여행조차 어떻게 박물관이나 과학관 같이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순 노는 곳으로만 가는지 불만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캐러비안 베이와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의 놀이동산으로 놀러 다니는 캠프를 비싼 돈 주고 보낸 셈이었다.

미국식 캠프에 놀랐던 나는 한 교민 엄마가 개학을 며칠 앞두고 마련한 식사 자리에서 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 교민 엄마는 함께 교회에 다니는 다섯 가족을 초청했는데, 그 집 큰 딸이 여름방학이 끝나면 12학년, 한국으로 치면 고3이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으면 엄마, 아빠조차 집에서 숨죽이고 지내야 한다는 한국에선 17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초청해 왁자하게 떠든다는 게 상상이나 될 일인가.

게다가 그 곳에서 유일한 고등학생인 그 집 큰 딸이 수영장 옆 바베큐 그릴에서 고기를 구웠다.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그 집 수영장에서 놀고 어른들은 수영장 옆 테이블 앞에 앉아 고기를 먹었다. 고3 올라가는 그 아이는 손님들이 시차를 두고 도착하는 바람에 꼬박 4시간을 밖에서 땀을 흘리며 고기를 구워야 했다.

그 집 엄마는 집에 손님들이 오면 큰 딸이 당연히 엄마의 음식 준비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대해서도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가고 봐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한국 엄마들의 지론인데 그 엄마는 실력에 맞지 않는 좋은 대학 가봤자 아이가 스트레스만 받는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좋은 대학에 갔다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집이 유별난 것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동네에 고3 올라가는 한 남학생은 풋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오전 9시부터 오후 4분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내내 학교 풋볼팀에서 연습을 했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도 학습의 질이 떨어진다고 많은 걱정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의 흥미와 실력에 관계없이, 다른 모든 활동을 희생하고 오로지 공부만 많이 시켜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목적인 한국식 교육도 정상은 아니다.

10살만 돼도 학교와 집, 학원, 스쿨버스 안에서만 거의 내내 생활하며 공부를 해대야 하는 한국 아이들은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일까.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가 최근 학교폭력으로 일부 드러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 아이들을 보니 한국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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