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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31살, 네팔의 크리스나에게

CEO에세이 머니투데이 진양곤 하이쎌 회장 |입력 : 2012.10.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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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31살, 네팔의 크리스나에게
"크리스티나는 여자 이름이고요 제 이름은 크리스나 입니다. 크리스나"
한국에서 5년간 공장 일을 한 덕에 한국말 배워서 히말라야 가이드 한다고 했던 서른 한 살 크리스나.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일에 치어 살며 북한산조차 안 가본 코스닥의 CEO들이 언감생심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를 행복하게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믿음직한 가이드, 크리스나 당신 덕이 큽니다. 고산병으로 헉헉대며 정신 줄 놓아가는 우리 일행들을 보며 킥킥대는 모습에 약간 약 오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당신의 미소는 늘 행복해 보여서 좋았습니다.

행복하냐고 물으니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행복하다"며 "돈은 사는데 꼭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지 그 이상은 오히려 사는 것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했지요. 속삭이듯 툭툭 던지는 말에서 넉넉한 삶의 철학이 느껴졌습니다. 힐링 열풍에 빠진 대한민국 사람들에겐 그 미소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만 했지요.

하지만, 등반 길 내내 초콜릿을 달라고 손 벌리는 네팔 꼬마들의 빈궁한 모습에 가슴 아파하는 우리들에게, "그러려니 하시라"며 눈짓을 한 당신에게 살짝 화가 났던 건 왜 일까요. 받아들임과 자기만족 그리고 내면의 행복추구에 익숙한 결과가 후손의 비참한 가난을 예정하고 있다면 과연 그 기성세대는 행복해 할 자격이 있는가 하고 자문하게 되더군요.

크리스나의 조국 네팔과 바로 옆 나라 부탄. 종교적 내세관과 운명론, 스토아적인 삶의 철학이 어우러져,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조차 대다수 국민들이 항상 미소 짓는 그런 나라입니다. 때문에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책과 신문에 자주 소개되곤 하지요.

하지만, 문맹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국민 대다수가 농민인, 그리고 숙명으로 받아들임에 익숙한 작은 국가의 행복지수에서 행복의 정의를 찾고자 하는 시도들에 대해 저는 심각하게 회의적입니다. 사실 중세시대 농노들도 대체로 행복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운명과 역할은 신이 준 것이라는 운명론에 익숙했으니까요.

많은 질병들을 정복하고 영아사망률을 낮추며, 기술 발전을 통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된 것은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산물이었습니다. 때문에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가겠다는 실천적 의지 없이, 현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자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 정의된다면 저는 기꺼이 행복하지 않고자 합니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데 크리스나 당신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국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게지요. 일전에 캄보디아 출장 때의 일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출장 중 주말을 이용하여 앙코르왓을 방문했는데 그날 가이드인 하나투어의 조서연 차장은 제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우선 가이드로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그처럼 상세히 꿰고 있는 가이드를 저는 처음 봤거든요.
하지만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건 그녀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호텔에서 나오실 때 호텔에 비치된 1회 용품 샴푸나 비누 등 안 쓰시거나 남은 것은 저 좀 주세요. 여기 캄보디아 애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물건이걸랑요."

그 조차장은 킬링필드 박물관을 놀이터 삼아 노는 한 어린아이의 절친이었고 그곳을 갈 때마다 그 아이를 꼭 껴 앉아 준다고 합니다. 직접 가보니 그 아이는 캄보디아인들조차도 슬슬 피하는 AIDS환자이자 정신박약아 였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가이드로서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달달 꿰고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을 보듬으며 함께 눈물짓는 가이드. 이런 사람은 캄보디아는 물론 그의 조국인 한국을 조금씩 더 낫게 바꿔가는 사람입니다

선하게 살며 자족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크리스나의 삶은 분명 옳습니다. 사실 부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변화 시킬 수 없는 것에 대한 받아들임과 작은 것 일지언정 변화를 위한 주체적 의지가 균형을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당신 조국의 초췌한 아이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히말라야. 그리고 네팔. 롤프 옌센은 그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불안정하고 변화무쌍한 세상에는 마음의 평안과 영원성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과거를 추억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상품이 유행할 것임을 암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네팔과 히말라야는 미래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희구할 상품을 가지고 있는 부러운 나라입니다. 벌써부터 눈에 밟히는 히말라야를 머지않은 시간 내에 또 찾게 되겠지요. 그땐 여전히 밝은 당신의 미소와 함께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네팔과 히말라야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난 7박 8일 여정을 함께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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