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절벽'칼바람..국내 진출 다국사는 구조조정중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끝나면서 매출 급감하는 것을 뜻하는 '특허 절벽(Patent Cliff)'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들도 실적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또 다국적제약사가 국내 제약사의 신약을 대신 파는 계약이 이뤄지는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일들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26일 동양증권과 의약산업정보업체 IMS에 따르면 오리지널의약품의 세계시장 규모는 211년 5960억달러에서 2016년 6300억달러로 연평균 1.1%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제네릭(복제약) 시장 규모는 2420억달러에서 4150억달러로 연평균 1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매출규모가 수조원을 상회하는 이른바 블록버스터의약품의 특허가 2012년을 정점으로 줄줄이 만료되는데 따른 것이다.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상당부분을 제네릭이 잠식하면서 제네릭 분야는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미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특허절벽은 2000년대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올해 최대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국적제약사의 경영악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다국적제약사는 특허절벽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몸집 줄이기에 몰두하고 있다. 인력감축, R&D센터 통폐합, 본사이전과 공장매각 등 다양한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BMS, GSK,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릴리 등 주요 제약사들은 일부 공장을 매각하기도 했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들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조기퇴직프로그램(ERP)을 진행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얀센, 바이엘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아벤티스 등이 올들어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국내 제약사와 벌이는 공동 프로모션을 늘리는 대신 영업인력을 줄이고 있다. 국내 제약사와 공동 프로모션을 늘리면서 병·의원 영업을 국내사에 일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들의 영업 제휴가 활발하다. 과거에는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을 대신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국내 제약사의 제품을 다국적사가 파는 계약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화이자는 국내 중소제약사인 서울제약으로부터 필름형발기부전치료제를 공급받기로 했다. 이 필름형발기부전치료제는 비아그라의 제네릭인데 화이자는 이 제품의 자사의 로고를 찍어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비아그라 복제약을 사다가 비아그라를 개발한 화이자가 파는 이상한 형태의 판매제휴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20일 한미약품 (324,500원 ▲2,500 +0.78%)은 사노피-아벤티스와 자체 개발 중인 고혈압 및 고지혈증 치료 복합신약 '이베스틴'에 대한 국내시장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이 복합신약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추가협력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한미약품의 고혈압복합제를 MSD가 공동판매하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는 이밖에도 LG생명과학 (67,500원 ▲500 +0.8%)이 개발한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를 공동으로 판매키로 했다. 또 한국얀센은 SK케미칼 (42,950원 ▼550 -1.26%)의 발기부전치료제 신약 엠빅스를 공동판매하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국적제약사들이 특허만료 이후 대안이 될 신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의 영업력을 활용한 다양한 제휴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해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는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