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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개발자가 삼성으로 간다면?"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31> 구글 출신의 페이스북 검색엔진 개발자들을 보며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3.01.21 06:00|조회 : 48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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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소셜검색엔진 '그래프 서치' 개발을 주도한 라스 라스무센이 구글 시절 제품을 발표하던 모습. <사진: 비즈니스 인사이더>
페이스북의 소셜검색엔진 '그래프 서치' 개발을 주도한 라스 라스무센이 구글 시절 제품을 발표하던 모습. <사진: 비즈니스 인사이더>
삼성전자 CEO가 신제품 발표현장에서 개발자들을 소개하는 데 이들은 LG전자에서 이직해온 사람들이다. 아니 반대의 경우도 좋다.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그런 일은 애초에 없을 것이므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해 볼 필요도 없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광경이다. 페이스북이 지난 주 소셜검색엔진 ‘그래프 서치(Grarh Search)’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두 명의 개발자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는데, 둘 다 페이스북의 라이벌인 구글 출신이었다.

그 중 한명인 라스 라스무센은 벤처기업을 창업해 구글에 매각하면서 구글에 합류한 케이스. 구글맵 개발을 주도했다. 그러다 2010년 페이스북으로 옮겼다. 당시만해도 ‘왜 구글 같은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페이스북으로 가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페이스북 사용자는 지금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는 이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회사(once-in-a-decade company)이다.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 나한테 딱 맞는 회사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한국이라면 이런 광경이 가능할까? 한국이라면 CEO가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에 경쟁사에서 데려온 개발자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을까? 아니 창업한 엔지니어가 자기 회사를 매각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다른 경쟁대기업으로 속 편하게 옮기는 것이 가능할까?

한국 엔지니어들의 이직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만일 A전자에서 B전자로 옮기면 배신자, 혹은 문제가 있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스타트업(초기벤처기업)을 하다가 대기업 직원이 되는 것은 거의 원초적으로 불가능하고, 잘 나가는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길라치면 쫓겨난 사람 취급을 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 기술유출과 같은 법률적 문제보다 정서적 문제가 더 크다.

어떻게 보면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은 엔지니어들의 이동성이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1970~1980년대 미국의 기술 중심지는 MIT공대가 있는 매사추세츠주였지만, 1990년대 실리콘밸리로 넘어온다. 여기에는 경쟁회사로의 이직을 제한하는 ‘Non-Compete Clauses(경쟁사로의 회사기밀 누설 방지조항)’가 미국 대부분 주들에 있지만,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만큼은 이를 금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조항이 처음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한 회사들을 보호하면서 기술발전에 보탬이 됐다. 그러나 기술발전속도가 빨라지면서 오히려 혁신을 더디게 만들었다. 인터넷시대의 기술이라는 것이 더 섞이고, 더 나누어지고, 더 뒤범벅돼야 더 나은 기술로 진화할진대, 엔지니어들을 가둬놓고 있으니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조항을 금지시키고 엔지니어들의 이동성을 높인 것이 실리콘밸리 발전의 동력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의 분석처럼 캘리포니아는 ‘Non-Compete Clauses’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도 많고, 실리콘밸리 기업간 인력이동을 둘러싼 분쟁도 적지 않은 것을 보면 꼭 이 조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이동이 자유로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것은 이직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더 개방적이기 때문이고, 실제 이직을 한 사람들이 더 창조적인 개발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야후 본사로 옮기고,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본사를 거쳐 최근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한 한 한국인 엔지니어는 “이곳에서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면 동료들이 경계시하기보다 오히려 축하를 해 준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으로 현대인들의 삶이 ‘디지털 노마드(유목민)’화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부유하면서도 늘 접속해있는 현대인의 삶을 비유한 것. 그런데 진짜 노마드가 돼야 할 사람들은 엔지니어들이다. 한 곳에 착 달라붙어 스스로를 끊임없이 적응시키고 타협시키는 삶이 아니라, 오히려 버려진 불모지를 찾아다니며 생명의 땅으로 바꾸고, 자신도 끊임없이 바꿔나가는 유목민의 삶. 때로는 성공한 터전마저도 떠날 수 있는 노마드의 삶. 지금은 기술도, 혁신도 닫혀있고 고여 있으면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낡은 관습의 프레임을 엔지니어들의 이직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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