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바일 확장 면죄부…주도권 강화할 듯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2002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자사 '윈도'에 인터넷익스플로러·MSN메신저·아웃룩익스프레스 등 자사 소프트웨어(SW)를 끼워 팔던 '번들(Bundle)' 제도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미국 과 유럽(EU) 등에서 MS가 PC 플랫폼 주도권을 이용해 경쟁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거나 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화해안을 내세운 것.

그리고 약 10년 뒤 모바일 시장에서의 플랫폼을 활용한 자사 제품 끼워팔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11년 4월 NHN과 다음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구글 검색엔진만을 선탑재(디폴트)하고 다른 회사의 검색 프로그램을 배제하도록 강제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 제소는 전세계 모바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PC시장에서는 플랫폼 주도권을 활용한 끼워팔기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모바일에서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2년여가 넘는 장고 끝에 공정위는 구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구글 검색엔진은 선탑재 이후에도 국내 시장점유율이 10% 내외에 머물렀다. 이번 제소의 주요 쟁점인 '경쟁제한성'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번 공정위 판결에 대해 NHN과 다음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양사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마당에 굳이 공정위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 같다"며 "구글 검색 점유율이 높지 않은 것도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된 계기"라고 밝혔다.

다만 구글은 구글검색 외에도 구글지도, 유튜브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를 선탑재했다. 해당 부문에서 이용률도 PC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단순히 검색엔진 점유율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검토가 있었야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글검색 역시 기존 PC보다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는 점도 일부 포털업계에서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한편 구글은 이번 공정위 판결로 국내 시장에서 향후 꾸준히 자사 서비스를 선탑재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의 국내시장 판매 점유율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 확장에 나설 수 있다.

아울러 모바일 플랫폼 주도권을 이용한 첫 판례인만큼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경우 유리한 고지를 잡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구글의 검색독점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모바일 부문은 이번 결정이 최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결정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활용한 구글의 서비스 확장을 인정한 것"이라며 "구글의 서비스 영토확장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국내 포털의 공정위 조사 가운데 포털의 자사 콘텐츠 우선 노출과 관련한 부분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있다"며 "이미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안에 대한 무혐의 판결이 나온데다 이번 구글의 선탑재 논란과 유사한 면이 있는 만큼 해당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