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92.40 690.18 1128.50
보합 4.34 보합 8.8 ▼0.7
+0.21% +1.29% -0.06%
메디슈머 배너 (7/6~)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된장녀'를 위한 변명

[영화는 멘토다] 41. 우디 앨런의 '블루 재스민'

영화는멘토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13.09.27 09:01|조회 : 6963
폰트크기
기사공유
'된장녀'를 위한 변명
# 한동안 바르셀로나 파리 로마 등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영화를 만들던 우디 앨런 감독이 다시 자신의 고향 뉴욕으로 돌아왔다. 그만이 가진 과하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특유의 조롱과 위트를 담은 블랙코미디와 함께.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블루 재스민'은 우디 앨런의 팬이라면 아주 반가워할 만한 작품이다. 물이 흐르는 듯한 유려한 화면 편집에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 거장의 감각이 여전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하면서도, 감정의 과정이나 어설픈 선악의 이분법에 빠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연출력의 내공이 대단하다.

블루 재스민은 한 마디로 미국판 '된장녀'의 이야기다. 잘 하는 것도 별다른 꿈도 없었던 금발의 미인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은 대학을 중퇴하고 애 딸린 중년의 부자사업가 할(알렉 볼드윈)과 결혼한다.

재스민은 명품을 휘감고 파티를 즐기며 '뉴욕 1%'의 상류층으로서 허세와 가식으로 똘똘 뭉친 삶을 살다가 이혼과 파산으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사는 여동생 진저에게 신세를 지기 위해 찾아간다.

영화는 재스민의 뉴욕에서 삶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또 '허영 덩어리' 언니 재스민과 가난하지만 활기차게 살아가는 동생 진저(샐리 호킨스)의 삶을 대비시킨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 주위를 보면 아직도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들은 더러 있다. 거기까진 아니어도 자신보다 나은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자를 만나려는 여성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신을 부자로 살게 해주는 남편이 영원히 자신만 사랑해줄 거라고 믿는 건 엄청난 착각이다.

김원중 건양대 교수가 쓴 책 '경영사서'에 보면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일화 한 가지가 소개돼 있다. 어느 부인이 자기 남편이 비단 100필을 얻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걸 보던 남편이 "왜 하필 100필이냐, 그보다 더 많으면 좋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이에 아내는 "100필보다 더 많으면 당신이 첩을 살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는 물론 현실주의자인 한비자의 관점에서 부부관계를 바라보는 것이긴 하지만, 틀렸다고 반박하기도 힘들다. 돈은 남자에겐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의리를 시험하고, 여자에겐 삶의 자제력을 테스트한다.

이 영화 속의 할은 물론 재스민의 외모를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재스민에게만 정착할 의사가 없다. 그에겐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보고 다가오는 여자는 널려 있으니까. 재스민 역시 부당한 사업을 통해 얻은 남편의 재력에 안주해 사치스런 생활을 즐기며 주체적인 삶에 대한 의지와 가치 판단을 잃어버린다.

#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여성을 혐오했다. 이런 식이다. '여자는 오징어가 먹물을 뿌리는 것처럼 거짓으로 자신을 감싸며 거짓말 속에서 편안히 헤엄친다', '여자들은 돈을 버는 건 남자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건 여자들의 일이라고 여긴다' 등등.

뿐만 아니라 니체나 빅토르 위고, 조지 버나드 쇼 같은 여러 철학자나 문필가들도 여성의 일견 그릇돼 보이는 속성에 대한 비난을 해댔다. 요즘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같은 사이트에서 '된장녀'들의 이기심에 대해 못난 증오를 퍼붓는 이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디 앨런이 이 영화를 연출한 방식처럼 된장녀들의 삶을 단순하게 선악의 이분법으로만 볼 일은 절대 아니다. 된장녀들은 사실 실체가 없는, 내 것이 아닌 삶을 원하는 이들이다. 나만의 실체가 없으니 값비싼 명품으로 몸을 감싸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이의 돈으로.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사람들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주체적인 삶의 자세를 지닌 여성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미혼 남성들이라면 그릇된 증오심이나 못난 자존심에 빠지기 보단 인간적 매력을 가진 여성들을 열심히 찾아보는 게 훨씬 더 현명하지 않을까. 예쁜 여자에게 혹하지 않은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 남성들 입장에서야 된장녀 재스민은 관심을 두지 않거나 상대하지 않으면 그만인 인물이다. 재스민은 능력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허세와 거짓말로 자신을 과장되게 치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나쁜 짓을 하진 않는다. '오버'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하지만 재스민 같은 된장녀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에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심리학에선 일반적으로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주위 사람들과 교류 과정에 좀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보다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재스민이 자신의 힘으로 뭐 하나 제대로 해 본 적 없는데도 미모를 앞세워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녀의 동생 진저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힘으로 자신의 삶을 힘차게 꾸려가는 여성들조차도 가치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진저는 언니 재스민의 부추김에 상류층 파티에 놀러 갔다가 음향기기 전문가를 만나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긴다. 진저는 이미 그녀만을 사랑하는 성실한 정비공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가 진저네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주길 기대하며 동거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진저는 파티에서 만난 음향기기 전문가의 낭만적이고 능력 있는 모습에 빠져 그와 데이트를 하면서 정작 남자친구는 멀리 한다. 하지만, 결국 음향 전문가가 유부남인 걸 알게 되면서 다시 남자친구에게로 돌아온다.

물론 운이 좋아 능력남을 만나서 신데렐라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결국 나만을 사랑해주고 삶을 함께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 선택은 각자의 자유겠지만.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