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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박찬호와 류현진의 ‘192 이닝’ 우연일까

장윤호의 체인지업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입력 : 2013.10.05 11:57|조회 : 17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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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박찬호와 류현진의 ‘192 이닝’ 우연일까

‘KOREAN MONSTER’.

말 그대로 류현진은 ‘한국산 괴물’ 다운 위력을 과시하며 메이저리그 신인으로서 2013 첫 정규 시즌을 14승8패로 마쳤다. 30일 새벽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최종전에서 류현진은 4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8패째를 당했다. 14승8패, 방어율 3.00의 성적이다.

14승8패? IMF 시절 박찬호에게 열광했던 팬들에게는 희미하게라도 기억에 남아 있는 시즌 승패였다. 1997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풀 타임 선발 투수 첫해 거둔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류현진과 박찬호는 14승8패만 같은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그저 우연이려니 했을 수 있다.

투구 이닝 192. 어떻게 투구 이닝까지 같을 수가 있을까. 류현진의 투구 이닝 192와 1997시즌 박찬호의 투구 이닝 192가 같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감탄사가 나오면서 ‘이럴 수도 있는가?’ 의문이 들었다.

물론 마지막 경기는 완전히 달랐다.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 짓고 애틀랜타와의 디비전 시리즈 준비에 들어간 LA 다저스 돈 매팅리감독은 류현진의 마지막 등판에서 투구 수를 70개로 제한했다.

1회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출발한 류현진이 4회를 마치면서 투구 수 76개를 기록하자 매팅리 감독은 주저 없이 5회부터 마운드를 포스트 시즌 선발 후보 리키 놀라스코에게 넘겼다.

반면 1997년 박찬호는 마지막 등판인 9월24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전에서 완투승으로 시즌 14승째를 거두었다.

전 경기인 9월1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8패째를 당해 13승8패를 기록중이던 그는 최종전을 강력한 이미지로 장식하며 LA 다저스 에이스 자리를 노리게 됐다. 공교롭게도 류현진과 박찬호의 2013, 1997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실점은 2점으로 같다.

그러나 박찬호와 류현진이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을 시작했을 때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박찬호의 1997시즌 등판 일지를 보면 4월6일 피츠버그전(승)과 10일 뉴욕 메츠전(승패없음)에 선발 등판한 뒤 3경기를 구원투수로 뛰었다. 그리고 4월30일 애틀랜타전에서 선발로 복귀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박찬호의 풀타임 첫해는 1996시즌이었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해 2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고생해 마침내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다. 1996시즌 그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선발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해 동료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런데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루키임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30경기 모두에서 선발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실력을 인정 받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첫 등판이었던 4월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패전을 기록했다. 박찬호는 1997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 류현진은 6 1/3이닝 3실점(1자책)의 수준급 투구에도 패전을 안았다.

팀 성적에도 차이가 있다. 2013 류현진의 LA 다저스는 애리조나를 2위로 내려 앉히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챔피언이 돼 애틀랜타와 디비전 시리즈에 돌입했다. 1997년 박찬호의 LA 다저스는 역사적인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2게임차 뒤져 2위에 머물렀다.

박찬호의 1997시즌 14승8패, 평균 자책점 3.38의 성적은 팀내 1위였다. 33경기 선발 등판에서 14승12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한 일본인 투수 노모를 능가했다.
류현진은 사이영투수 클레이튼 커쇼(16승9패, 평균자책점 1.83), 잭 그레인키(15승4패, 2.63)에 이어 세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박찬호와 류현진의 다른 점도 있다. 류현진에게는 푸이그, 유리베 등 늘 동료들이 함께 하며 화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1997시즌 특파원으로 한 시즌을 함께 하며 곁에서 지켜본 박찬호는 외로웠다. 자신이 마침내 이뤄낸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 자리를 결코 빼앗기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한 시즌을 정말 힘들게 버텨냈다.

류현진의 2013 정규시즌을 뒤돌아 보면서 많은 부분이 박찬호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마지막에 192이닝을 함께 했다는 사실은 1994년 태평양을 건너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메이저리그를 개척한 선구자 박찬호가 있었기에 오늘 류현진의 존재가 가능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문득 박찬호와 류현진은 투수로서의 스타일 차이, 성격, 인상, 더 나가면 ‘관상(觀相)’까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일본을 거쳐 한국프로야구로 돌아와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시작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류현진의 야구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흥미롭다.

[장윤호의 체인지업]박찬호와 류현진의 ‘192 이닝’ 우연일까

사진 2장을 함께 싣는다. 하나는 박찬호가 LA 다저스로 복귀해 재기에 성공한 2008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날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축하 파티 장면이다.

다른 한 장은 류현진이 애리조나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서부지구 1위를 확정한 뒤 한 시즌 내내 우정을 나눈 유리베(가운데) 푸이그와 함께 한 사진이다. 박찬호 시절에도 늘 함께 했던 LA 다저스 전속 사진 담당 존 수우가 찍은 사진이다.

2008시즌에도 LA 다저스는 애리조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뒤 시카고 컵스와의 디비전시리즈를 3승무패로 장식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필라델피아에 1승4패로 패하고 말았다.

류현진의 LA 다저스는 애틀랜타와 디비전시리즈를 시작했다. 그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이어 월드시리즈 마운드를 밟게 될지 궁금하다.

박찬호와 류현진, 같으면서도 무엇인가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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