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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흐르는 일제강점기로 날아온 체호프 '갈매기'

두산아트센터, 한·일 합작 연극 '가모메' 연출 타다 준노스케

이언주의 공연 박스오피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입력 : 2013.10.05 10:20|조회 : 7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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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모메'(カルメギ)는 한·일 배우들이 각자의 언어, 혹은 서로의 언어를 섞어가며 연기를 펼친다. 객석은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눠져 있다.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연극 '가모메'(カルメギ)는 한·일 배우들이 각자의 언어, 혹은 서로의 언어를 섞어가며 연기를 펼친다. 객석은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눠져 있다.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는 자신의 작품 '갈매기'가 2000년대의 K팝 음악과 한 무대에서 만나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이 의외의 조합은 묘한 매력으로 무대에서 구현됐고, 젊은 연출가의 '고전 비틀기'는 관객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오는 26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가모메'(カルメギ) 이야기다.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지원 아티스트 성기웅 연출(39)이 각색과 협력 연출을, 일본 극단 도쿄데쓰락 대표인 타다 준노스케 연출(37)이 연출을 맡은 초연작품이다. 체호프의 '갈매기'를 원작으로 했으며 193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가모메'는 '갈매기'의 일본어 단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체호프의 대다수 작품이 무대에서 구현되면 3~4시간은 기본이고, 현대 관람객들에게 때론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무대는 다양한 장치와 감각적인 무대 등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연출의 의도를 맛보는 동안 금세 시간이 흐른다. 공연을 2시간으로 함축한 것도 관객의 몰입을 도왔다.

특히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음악은 무척 인상적이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편곡 했고,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와 드라마 '겨울연가' 주제곡 등이 흐르기도 한다. 대부분 타다 연출이 직접 편곡과 리믹스 작업을 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타다 준노스케 연출은 배우로 활동하다가 극작·연출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동료 배우인 제 친한 친구의 일이 줄어드는 걸 보고, 직접 연출을 해서 그 친구에게 일거리를 많이 줘야겠다고 생각한 게 계기가 됐어요"라며 웃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타다 준노스케 연출은 배우로 활동하다가 극작·연출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동료 배우인 제 친한 친구의 일이 줄어드는 걸 보고, 직접 연출을 해서 그 친구에게 일거리를 많이 줘야겠다고 생각한 게 계기가 됐어요"라며 웃었다.
"아이돌을 좋아합니다. K팝도 즐겨듣고 일본 아이돌그룹도 좋아하죠. 물론 옛날 노래들도 좋아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곡을 작품 속에 넣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노래는 절대 안 쓰겠지?'라고 생각한 음악을 쓰고 싶었어요. 하하."

2NE1의 씨엘, 포미닛 현아, 아이유를 좋아한다며 얼굴에 화색이 도는 그는 확실히 젊은 연출가다. 엉뚱하고도 재치가 넘친다. "중간에 이 노래를 틀면 관객들이 재미있어할 거라 기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 부분에서 감동을 받아야 하나? 웃어야 하나?' 헷갈리게 만들고 싶기도 했어요."

그 중에서도 겨울연가는 특히 많은 생각을 하고 쓰게 된 곡이란다. "극중에도 '신파'라는 말이 나오지만, 일제강점기에 인기를 얻은 신파극에서 요즘 멜로드라마까지 연결된 게 아닌가 싶어요. 눈물 짜내는 드라마가 지금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재미있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역시 대표 드라마는 '겨울연가' 아니겠어요?"

타다 연출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흐름을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래서 현대인이 과거를 연기하는 듯한 분위기가 나는지도 모른다. 1930년대의 주인공이 느닷없이 핸드폰을 꺼내기도 하고, 마이크를 자연스럽게 들고 나오기도 한다. 시·공간은 물론 형식의 파괴와 자유로운 설정 등에 대해 그는 "아무래도 '갈매기'다 보니 새로운 형식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전 세계 수많은 연출가들이 재해석하고 새롭게 작품을 올리고 있으니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한 고민은 당연했을 것이다.

마이크와 같은 어울리지 않는 소품을 쓰거나 요즘 유행하는 대중가요 등을 쓴 이유를 묻자 "재미있으니까요"라고 했다. "물론 편리한 것에 대한 상징도 되고 근대화를 의미하는 부분도 있지만, 제가 마이크 잡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재밌는 요소라고 생각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는 작품 속에 농담과 유머가 살아있기를 바랬다. 이 공연을 보는 동안 심각한 장면에서 관객들은 종종 빵 터진다. 무대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마련된 객석, 서로를 마주보며 밝은 조명 아래서 관객들은 건너편을 의식하기도 한다. 마치 타다 연출이 관객들에게 걸어둔 장난 같다. 극이 시작되고 20분쯤 지나서야 작품 제목이 자막으로 뜨는 것에 대해서도 "어차피 작품이 긴데 제목이야 천천히 나와도 되지 않을까요?"라며 능청을 떤다.

그는 "중요한 것은 추상화시키지 않는 것"이라 했다. 작품을 만들기 전에 어떻게 해야겠다고 미리 마음먹지 않는단다. 일단 연습하면서 직접 해보고 그때그때의 감각과 판단으로 다듬고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은 한·일 간의 관계, 역사를 함께 다루다 보니 자문의 구해야 할 일도 많았고, 배우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사람들과 어울려 협업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이 즐겁다고 했다. "일본은 감추는 문화라면 한국 문화는 감정을 잘 표출하고 적극적인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표현 연기도 좋고, 연출가에가 질문을 무척 많이 한다"고 말했다.

타다 연출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원작 '갈매기'를 1930년대로 옮겨오는 부분, 또 역사문제와도 연결시켜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특히 한일관계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와 현재를 바라보는 시점이 한일이 서로 다르고, 또 한국 사람도 개개인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호숫가에서 재미삼아 그저 갈매기를 죽이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딱히 이유도 없이요. 또 등장인물들도 뭔지도 잘 모른 채 다들 불행해지고요. 한·일 관계도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당시 식민지 지배의 이유는 분명히 있었겠지만 생각해 보면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이런 안타까운 역사를 등에 얹고 태어난 오늘날 한국와 일본의 현대인들이 느끼는 것도 '갈매기'의 주인공들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연극 '가모메' 공연장면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연극 '가모메' 공연장면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공연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오는 26일까지며, 관람은 전석 3만 원(중·고생 1만원, 대학생 1만5000원). 문의 (02)708-5001.

△각색·협력연출 성기웅(원작 : 안톤 체호프 '갈매기') △연출 타다 준노스케 △통·번역/드라마투르기 이홍이 △출연 성여진, 이윤재, 권택기, 나츠메 신야, 사토 마코토, 오민정, 허정도, 사야마 이즈미, 마노 리츠코, 전수지, 김유리, 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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