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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의 춤꾼 홍신자에게 배우는 몸의 변증법

[웰빙에세이] 영혼의 증거를 바란다면 자신의 몸을 보라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3.10.25 09:05|조회 : 9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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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구도의 춤꾼 홍신자, 맨 몸으로 영혼을 만나는 여자. 그녀가 지난여름 춤 인생 40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가졌다. 올해 일흔 셋인데 춤을 춘지 40년 됐다면 그녀는 서른셋에 춤을 시작한 셈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10대와 20대의 꽃 같은 나이를 건너뛰고 무용계의 노년인 30대에 춤을 시작했다. 그만큼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스물일곱에 춤을 만나고 서른일곱에 춤을 버리다

그녀가 춤에서 운명의 길을 발견한 것은 스물일곱이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그녀는 그 나이에 미국에서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해서 서른셋에 데뷔하고 성공한다. 그 무모함과 집요함이 놀랍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재능이 '몸'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춤을 멈춘다. 춤과 삶에 대해 깊은 회의에 빠진다. 무언가 부족하다, 어딘가 허전하다! 몸을 통해 춤을 추고 춤을 통해 영혼을 만나지만 내 영혼이 허기와 갈증을 호소한다. 그녀는 서른일곱에 인도로 건너간다. 춤과 성공을 버리고 영혼을 갈구한다. 그녀가 인도에서 만난 스승은 오쇼 라즈니쉬다. 그녀는 오쇼의 첫 한국인 제자가 된다. 그때가 1977년이다. 당시 오쇼는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는 구루였다. 그를 따르는 산야신(제자)들이 구름처럼 몰렸고, 그와 비례해서 그를 지탄하고 배격하는 여론도 비등했다.

오쇼는 조용한 스승이 아니었다. 그는 가는 곳마다 파문을 일으켰다. 그것은 오쇼가 의도한 것일 수 있다. 그는 질긴 타성에 사로잡혀 무지의 단꿈을 꾸고 있는 영혼들을 깨우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언행을 즐겼다. 특히 그의 대담한 기독교 비판과 명상 프로그램은 큰 쇼크였다. 나중에 오쇼는 미국에서 추방되고 국제적인 기피인물이 되어 유랑하다가 인도 푸나에 정착한다. 이후 그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그에게 서서히 죽이는 약물을 투여했다는 '독살설'까지 나왔다.

그러니 그녀가 오쇼의 제자가 된 것도 당시로서는 화제였다. 그녀는 오쇼에 푹 빠진다. 나 역시 오쇼를 통해 깨우치고 있으니 그녀와 나는 같은 스승을 둔 도반이다. 그러나 스타일은 정반대다. 그녀는 한 번에 모든 걸 걸고 전력 질주한다. 춤을 배울 때는 춤이 전부다. 오쇼에 헌신하고 깨달음을 구할 때는 오쇼가 전부다. 그녀는 나처럼 미적지근하지 않다. 나는 올인하지 않는다. 몰입하지 못한다. 대신 끈질기다. 걸어가든, 기어가든, 갈 지(之) 자로 가든 계속 간다.

그녀는 오쇼를 향해 전력 질주한 다음 그를 떠난다. 이어 두 번째 스승 니사가다타 마하라지를 만난다. 6개월 동안 매일 아침 그를 찾아가 맹렬히 묻고 답을 청한다. 오쇼가 남성형 스승이라면 니사가다타는 여성형 스승이다. 뭄바이 사창가 중심부의 한 다락방에 사는 그는 고요하고 평안하다. 그가 어느 날 홍신자에게 말한다. "너는 다 배웠으니 세상으로 돌아가라!" 말하자면 '하산령'이다.

"너는 이제 떠나기 바란다. 거리의 춤추는 거지가 되든, 이름 없는 동네의 아낙이 되든, 무엇을 택해도 좋다. 너는 이미 삶은 환영일 뿐이라는 진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가라. 가서, 갠지즈 강가에 앉아 죽음을 기다리든, 도시의 인기 높은 광대가 되든, 결국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네가 원하는 바를 따라 가라. 아무 두려움을 가질 것 없다. "

다시 몸과 만나 '무아의 춤'이 되다

그녀는 서른아홉에 미국으로 돌아온다. 다시 춤을 추고 싶지만 이번엔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인도로 갈 때는 영혼이 아프더니 돌아와서는 몸이 아프다. 인도에서 3년 동안 영적인 추구에 매달리는 동안 몸을 너무 홀대한 탓이다. 춤이든, 구도든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그녀의 천성이다.

그녀는 몸이 지르는 비명 소리를 듣고서야 자신의 몸을 바라본다. 그리고 깊이 반성한다. 영적인 욕심에 사로잡혀 몸을 뒷전으로 물린 채 혹사하고 학대한 것을 뉘우친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달랜다. 몸의 이야기를 듣고 몸과 화해한다. 스스로 몸의 치유사가 되어 몸과 만나고 다시 춤을 춘다.

이후에도 그녀의 삶은 변화무쌍하다. 마흔 한 살에 열두 살 아래의 젊은 미술가와 결혼하고 딸을 낳는다. 가족과 떨어져 하와이 깊은 정글에 홀로 들어가 명상 생활을 한다. 국내로 들어와 안성에 자리 잡는다. '웃는돌' 명상센터와 무용단을 만들어 활동한다. 일흔에 한국학과 동양화를 하는 한 살 아래 독일인 교수와 재혼한다.

이 드라마틱한 삶을 관통하는 코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몸의 변증법'이다.

1. 正 : 몸을 통해 춤을 만난다.
2. 反 : 몸과 춤을 버리고 영혼을 만난다.
3. 合 : 영혼을 통해 몸과 춤을 만난다.

그녀는 몸과 만나고, 몸을 떠나고, 다시 몸과 만난다. 처음의 몸과 세 번째 몸은 다르다. 앞의 몸은 영혼을 모르는 '무지의 몸'이고 뒤의 몸은 영혼과 하나 되는 '무아의 몸'이다. 이때는 춤을 추는 순간, 춤추는 자가 사라진다. 그것은 그냥 춤이다. 몸과 영혼이 하나 된 춤이다. 평화로운 우주의 파동이다. 아름다운 신의 율동이다. 그녀는 평생 이 같은 '몸의 변증법'을 통해 황홀한 '무아의 춤'에 다가선다.

몸과 즐겁게 놀면서 영혼에 이르는 길

몸을 통해 영혼을 만나고 그것과 하나 되는 길이 있다. 이 길을 지나 '작은 나'를 극복하고 신의 나라에 이를 수 있다. 그것이 '몸의 변증법'이다. 그것은 기도나 명상보다 이해하기 쉽다. 훨씬 구체적이다. 내가 생생하고 느끼고 체험하는 몸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한다. "영혼의 '증거'를 바란다면 자신의 몸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불룩한 배와 언제나 화가 난 듯한 표정, 불면증과 비만과 알코올 중독, 이 모든 것이 바로 영혼으로 가는 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물질만의 육체가 아닌 영혼을 만날 수 있는 통로로서의 몸을 소중하게 다루자.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몸은 영혼이 어떤 결핍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아주 작은 소리로 말이다."

그녀는 각별히 몸을 아낀다. 몸과 두런두런 사이좋게 지낸다. "몸과 즐겁게 놀면서 영혼에 이르는 길이 자신의 마지막 숙제"라고 한다. "몸의 재촉으로 참삶으로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녀의 깨달음처럼 몸은 영혼을 만나는 통로다. 아니 영혼이 겉으로 드러나 눈에 보이는 거친 부분이 몸이고, 몸이 안으로 스며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부분이 영혼이다. 몸과 영혼은 다르지 않다. 몸과 영혼은 둘이 아니다. 그러니까 몸을 아끼고 돌보는 것, 몸과 사귀며 영혼을 만나는 것, 몸과 영혼이 하나 되어 '텅 빈 충만'에 이르는 것은 홍신자만의 숙제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숙제이고 당신의 숙제다.

영혼의 증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내 몸을 보자. 내 눈과 내 피부와 내 표정을 보자. 내 위와 내 간과 내 장을 보자. 내 머리와 내 허리와 내 다리를 보자. 그것들은 지금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나는 내 몸을 아끼고 돌보며 내 몸의 신호를 올바로 수신하고 있는가? 나는 내 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몸에 깃든 영혼을 느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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