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옵션 주문실수…파생사고 올해만 세번째

올해 마지막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수백억대 주문실수가 발생했다. 선물옵션 시장에서 주문실수가 일어난 것은 시장에 알려진 것만 올해 들어 벌써 세번째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은 이날 오전 코스피200지수옵션 43종목, 3만6000건 거래에 대해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또는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주문실수를 일으켰다. 콜옵션은 215~250까지의 행사가에서, 풋옵션은 270~287.5까지 행사가에서 주문 사고가 났다. 손실 규모는 466억원에 이른다.

한맥증권의 주문실수에 코스피200 콜옵션 240은 오늘 장 초반 17.5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싼 가격에 대규모 주문이 쏟아지면서 장중 한 때 가격이 0.5까지 떨어졌다. 이후 잘못된 주문을 커버하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옵션 가격은 59.65까지 급등했고 정상가격으로 다시 회귀했다.

업계는 이번 주문실수가 차익거래 시스템에서 비롯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증권업계의 한 파생 애널리스트는 "시스템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며 "컴퓨터가 주문을 내면서 자동으로 거꾸로 주문이 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주문실수가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편이었다. 옵션을 이용해 프로그램 잔고를 청산하는 옵션만기가 아닌 동시만기였기 때문이다. 주로 선물을 이용해 프로그램 매물 청산이 이뤄지고 있었기에 지수를 흔들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선물옵션 시장에서 주문실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배경으로는 업계 수익 감소가 꼽힌다.

지난 6월25일에는 KTB투자증권에서 선물 주문 사고가 발생했다. 담당 직원의 주문실수로 코스피200 지수 선물에 7000계약이 넘는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올해 초에는 KB투자증권이 사고를 냈다. 홍콩계 헤지펀드인 이클립스퓨처스가 KB투자증권을 통해 16조원 이상의 주문이 몰리는 오류가 발생해 200억 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KB투자증권은 이후 이클립스퓨처스로부터 손실 금액을 돌려받았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수익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돈을 벌기 위해 선물옵션 매매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매량이 늘어나니 실수도 잦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문 사고가 일어난 한맥투자증권의 자본금은 268억원, 3월말 현재 자기자본은 203억원에 불과하다. 일부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는 당기순손실 3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피해 규모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주문 실수가 사고였다는 점이 증명되면 손실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사고 거래가격이 직전 체결가 대비 상하 3% 이상 차이가 나면 한국거래소가 중개인으로 나서 매수자와 협의를 통해 체결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올해 주문사고를 낸 KTB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의 경우 사고 거래가격이 직전 체결가와 3% 이상 벌어지지 않아 손실을 그대로 끌어안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실제로 주문 사고인지, 매매전략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가격 차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라며 "아직 한맥투자증권으로부터 사고 거래 신청을 받지 못했지만 신청 후 조건에 부합하면 협의를 통해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잘못 나온 주문은 외국인이 받아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은 실시간 마켓메이킹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주문 실수가 나올 경우 바로 포착할 수 있다"며 "외국인이 실수한 주문에서 수익을 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맥투자증권 측은 사고 거래 신청 여부에 대해 "현재 회의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