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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시장’과 정세에 대한 통찰력

[김영수의 궁시파차이(恭喜發財)]<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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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시장’과 정세에 대한 통찰력
◇틈새시장과 정세(情勢)
‘틈새시장(niche marketing)’이란 마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어의 ‘니치(niche)’란 ‘빈틈’ 또는 ‘틈새’란 뜻인데, ‘남이 아직 모르는 좋은 낚시터’라는 은유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남이 아직 모르고 있는 좋은 곳, 빈틈을 찾아 그 곳을 시장으로 보고 공략하는 것이다. 주로 특정한 성격을 가진 소규모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목표를 설정하는 것이지만 공략의 성공여부에 따라서는 소비자는 물론 시장의 규모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니치 마케팅’ 전략을 보면 시대의 트렌드를 통찰하는 힘과 소비자의 욕구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치밀한 추적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에 따른 소비의 흐름과 욕구를 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되어야만 틈새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인데, 단순히 시장과 동향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 말하자면 거대한 흐름을 인식하되 그 속에서 순간순간 드러나는 작은 흐름까지 볼 수 있는 혜안(慧眼)까지를 요구한다고 보면 된다.

◇사기(史記) 속 틈새시장 공략
그런데 ‘화식열전’에는 놀랍게 이런 틈새시장 공략으로 치부한 사업가들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천 수백 년 전 상인들의 사업 성공 비결로 틈새시장 공략이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다른 사업가들과는 달리 직원 고용이란 점에서 남다른 수완을 보여준 조한이란 사업가를 소개한다.

조한은 직원으로 노비들을 채용하여 사업을 크게 성공시켰는데, 당시로서는 이만저만한 파격이 아닐 수 없었다. 조한 밑에서 일할 수 있는 노비의 자격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사나워야 하고, 또 하나는 셈이 밝아야 했다. 사납다는 말은 자기 한 몸 정도는 충분히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조한은 고리대금업과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사업을 키웠는데 전국 각지에서 사업을 벌였기 때문에 지역의 텃세나 배타적 분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일단 자기 몸 하나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갖춘 노비에 우선권을 주었고, 또 사업을 해야 하니까 셈이 밝아야 해서 영리한 노비를 발탁한 것이다. 게다가 조한은 오늘날 말하는 성과급 제도도 도입한 걸로 보인다. 실적에 따라 더 많은 보수를 주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오늘날 말하는 틈새시장 공략의 의미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남들이 꺼리는 노비를 과감하게 인력으로 기용한 점에서 본다면, 큰 맥락에서 틈새시장 공략이라 해도 될 법하다. 요컨대 조한은 일반적인 통념과 다른 사유 방식으로 접근한 것인데, 다른 말로 역발상 또는 개척(모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발상은 우리가 흔히 범하는 일반적 ‘인식의 오차구역’, 즉 노비는 사업에 활용할 수 없거나 어려운 존재라는 통념에서 탈피해야만 가능하다.

다음으로 화장품 사업으로 성공한 옹백이란 부자가 있다. 예뻐진다면 양잿물이라도 마신다는 속된 말도 있듯이 여성을 상대로 한 화장품 사업이야 성공을 담보하고 들어가는 사업 같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 경쟁 상대가 많은데다가 오늘날은 더 하겠지만 화장품 사업은 여성들의 심리를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옹백은 이런 만만치 않은 화장품 사업계에 뛰어들어 틈새시장 공략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는 무엇보다 당시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에 특별히 주목했다. 당시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다음 정성들여 곱게 빗어 위로 틀어올리는 머리를 선호했다. 이때 꼭 필요한 것이 머릿기름이다. 좋은 머릿기름이어야만 잘 빗기고 틀어올린 머리가 멋과 윤이 나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옹백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이나 연지 곤지가 아닌 머릿기름을 생산하여 성공한 것이다. 당시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머리카락을 죄다 길렀기 때문에 한번 단장하려면 머릿기름이 보통 많이 드는 게 아니었다. 바로 그 점에 착안한 것이다.

검을 찬 인물을 나타낸 벽돌그림.
검을 찬 인물을 나타낸 벽돌그림.
이밖에 당시 남자들의 패검(佩劍) 풍속, 즉 칼을 차고 다니는 풍속을 이용하여 돈을 크게 번 탁씨도 흥미로운 사례이다. 그는 칼을 팔아서가 아닌 칼을 가는 사업으로 거부가 된 케이스였다. 당시 패검 풍속이 사회에 만연했지만 차고 다니기만 할 뿐 그 칼을 수시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칼날이 빨리 녹슬고 무뎌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차고 다니는 칼을 어쩌다 한번 남에게 자랑하려면 번쩍번쩍 빛이 나야 체면이 섰다. 수시로 광나게 갈 수밖에. 탁씨는 이렇게 칼 가는 사업으로 거부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사업에서 틈새시장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장을 개척하느냐 개척된 시장을 잘 살펴 빈 곳을 찾아내느냐,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사마천은 이렇듯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지런히 정당하게 부를 축적하여 제왕 못지않은 부유한 삶을 누렸던 다양한 사업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든 머리를 써서 노력하면 다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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