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주가조작 조사에 애널들 '멘붕'

지난해 9월 '주가조작 철퇴'를 내걸고 출범한 자본시장조사단의 CJ E&M (98,900원 ▲2,200 +2.3%) 주가조작 조사가 본격화되며 여의도 증권가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해 4월 박근혜 정부가 '주가조작 근절'을 내걸자 금융위와 법무부, 금융감독원, 거래소가 정예인력을 모아 출범시킨 조직입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해 10월16일 코스닥시장에서 CJ E&M 주가가 실적 발표 한 달 전에 급락한 사건을 '첫 케이스'로 잡아 불공정 혐의를 조사 중입니다.


지난해 10월16일 개장 전, 증권업계 미디어·엔터 업종 애널리스트들은 CJ E&M 관계자로부터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인 2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은 애널리스트 일부는 평소 친분이 있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으며 16일 CJ E&M은 기관 투자자 매도로 9.45% 급락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조사단은 20명의 미디어·엔터 업종 애널리스트들을 줄소환해 조사했습니다. 20여명의 증권업계 미디어 애널이 소환돼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하고 지장을 찍었습니다. CJ E&M을 정식 커버하지 않는 애널리스트는 물론, 1년 반 동안 CJ E&M 관련 보고서를 단 한 건도 쓴 적이 없는 애널리스트까지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사건 발생 당일인 10월16일 전후 2주간의 모든 통화기록과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특히 애널리스트 본인이 속해있는 섹터(주로 내수업종) 전체의 애널리스트에게 모두 같은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때문에 한 증권사당 8~10여명에 이르는 애널리스트들이 개인 정보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조사 대상이 된 한 애널리스트는 "CJ E&M의 전화를 받았을 뿐 누군가에게 정보를 유포하지 않았는데도 거의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며 "2주치 개인정보를 통째로 제공하라니 당혹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자본시장조사단이 아직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을 부여받지 못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물론 자본시장조사단은 자본시장법 427조에 따라 압수수색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특사경이 있을 때에 비해 운신의 폭은 현저히 좁은 상태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조사의 대상이 된 이유는 이들이 정보의 '1차 유포자'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애널리스트가 내부자정보를 이용해 직접 주식을 매매하지 않아도 타인에게 주식 매매를 종용했다면 이는 불공정거래에 해당됩니다.

다만 현행법에 따르면 내부정보 유통경로가 같은 기관, 계열사에서 일어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증권의 애널리스트가 B운용사의 펀드매니저에게 정보를 넘긴 경우는 처벌 대상이 아닌 셈입니다. 때문에 같은 계열 운용사 기관투자자의 경우도 일부 조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 고발을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현 정부가 '주가조작 척결'을 내세운 이래 적발된 첫 사례에 해당돼 무조건 고발 당할거란 공포감이 팽배합니다.

그간 상장기업의 재무 담당자가 애널리스트들에게 중요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애널리스트들이 이 정보를 기관투자자에게 제공해왔던 관행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걸린 당사자들은 '운이 없었다'는 얘기도 증권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올 게 왔다"는 겁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는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좋지만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운 이 때 대대적인 조사까지 진행돼 부담이 크다는 하소연은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증권가의 한 리서치센터장은 "리서치센터가 증권사 구조조정의 최우선 타겟이 되고 있는데 주가조작 조사까지 겹쳐 애널리스트들 분위기가 크게 침체됐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