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71.23 670.85 1133.30
보합 9.21 보합 0.03 ▼0.6
-0.44% +0.00% -0.05%
양악수술배너 (11/12)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교수님은 왜 호수를 떠나 폭포수에 뛰어들었나

[송정렬의 중기人사이드]백운필 나노캠텍 대표...‘투잡’ 청산하고 CEO ‘인생 2막’

송정렬의 중기人사이드 머니투데이 송정렬 부장 |입력 : 2014.05.27 11:25|조회 : 9977
폰트크기
기사공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래도 선호하는 직업은 있기 마련이다. 안정적이면서 급여도 많고, 거기에 남들의 존경까지 받을 수 있다면 말그대로 ‘금상첨화’다. 대학교수도 그중 하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교수를 정년이 7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그는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 택한 ‘인생 2막’이 사업이다. 젊은 시절 ‘장사를 해라'라는 선친의 말씀을 한사코 마다했던 그였다.
나노캠텍은 백운필 대표(가운데)가 2000년초 대학원생 3명과 함께 실험실에서 창업한 회사다.
나노캠텍은 백운필 대표(가운데)가 2000년초 대학원생 3명과 함께 실험실에서 창업한 회사다.

#“드디어 우리의 진가를 알아보는군.”=2004년 봄. 당시 명지대 화학과 교수였던 백운필 나노캠텍 (6,180원 상승60 1.0%) 대표는 쾌재를 불렀다. 세계적인 스토리지업체인 미국 씨게이트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고서였다.

백 교수가 2000년초 대학원생 3명과 함께 실험실에서 창업한 나노캠텍이 보유한 도전성 소재 기술에 관심이 있다며 싱가포르의 자사 연구소에서 미팅을 갖자는 내용이었다.

나노캠텍은 당시 직원수 5명의 작은 회사였지만 백 대표는 창업 이후 줄곧 국가연구비를 지원받아 밤을 지새며 개발한 기술력에 대해선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백 대표는 부품 꿈을 안고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백 대표는 씨게이트 관계자들 앞에서 자사 기술을 열성적으로 소개했다. 씨게이트 관계자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백 교수의 발표에 집중했다.

술술 풀리던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질문 하나 때문이었다. “기술력이 매우 우수한데, 당연히 상장사죠?” “아니요. 저흰 아직 상장을 안했습니다.”

이후 참석자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이날 미팅은 흐지부지 성과없이 끝나고 말았다. 작고 이름없는 한국의 비상장회사를 어떻게 믿고 사업을 할 수 있느냐는 것. 백 대표는 나머지 일정을 접고 그날 밤 곧장 귀국 비행기를 탔다.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화학자였던 백 대표로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비행기 안에서 백 교수는 “꼭 상장을 하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다. 백 대표가 교수에서 기업가로 본격적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터닝포인트였다.

#“교수님, 웬간하면 하지마세요. 왜 힘들게.”=2005년 IPO(기업공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려는 백 대표에게 증권사 IPO 담당자가 던진 말이다.

하지만 구겨진 자존심 회복에 나선 백 대표에게 상장사 CEO로서의 ‘가시밭길’은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백 교수는 1년안에 반드시 IPO 서류를 제출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백 교수는 서울 방배동 아파트를 팔고, 회사 인근 용인으로 이사까지 감행하면서 ‘상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사실 김대중 정부시절엔 창업을 안하면 무능한 교수라는 낙인이 찍힐 정도의 분위기였다. ‘까짓 것 나도 하지’라는 생각에 창업을 했다. 개발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대차대조표가 뭔지, 손익계산서가 뭔지도 몰랐고, 사실 관심도 없었다.”

그때부터 백 대표는 독학으로 부기부터 재무공부를 시작했다. 또 증권사의 조언대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하고, 매출 확대 및 연간 순익 20억 달성에 매진했다.

용인공장을 짓고 5억원을 들여 후공정 기계도 구입하는 등 사세확장에 나섰다. 도전성 소재 핵심원료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기능성 필름 등 응용제품을 만들며 성장엔진을 돌렸다.

백 대표의 호언대로 딱 1년만인 2006년 10월 나노캠텍은 거래소에 상장서류를 제출했다. 그해 매출은 160억원, 당기순이익은 23억원 수준이었다. 막판에 특허소송이 제기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나노캠텍은 2007년초 당당히 코스닥에 입성했다.
백운필 나노캠텍 대표.
백운필 나노캠텍 대표.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미안해서…."=올해 3월 백 대표는 학교에 사직서를 냈다. 정년이 7년이나 남았지만, 34살부터 25년간 해온 교수생활을 미련없이 스스로 접었다.

“제가 나름 잘나가는 교수였습니다.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만 40여편에 특허도 70개 정도 갖고 있어요. 근데 회사가 성장하고 일이 늘어날수록 제대로 연구도 못하고, 논문도 못쓰니 교수로서 자존심이 상하더라구요.”

앞으로는 기업가로 살겠다는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백 대표의 표현으로는 변화없이 잔잔한 ‘호수’를 떠나 역동적인 ‘폭포수’에 뛰어든 것이다.

백 대표는 요새 카톡(카카오톡)에 푹 빠져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할 정도다. 지난해초 며느리와 시작한 카톡을 업무 전반에 활용하고 있어서다. 소저우방, 텐진방, 기획방, 원자재구매방 등 해외법인 및 부서별방을 오가며 반품률 등 업무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업무지시도 내린다.

‘투잡’생활을 접은 백 대표가 만들어갈 회사의 모습은 뭘까. “장사가 아니라 사업을 해야죠. 장사는 개인이 돈을 벌지만, 기업은 회사가 돈을 벌어요. 임직원들도 함께 과실을 나누는 거죠. 나노캠텍을 더 좋은 회사로 키워나가야죠.”

나노캠텍은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수익률도 더욱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백 대표는 오늘도 운전기사없이 낡은 국산 대형차를 손수 몰고, 거래처와 협력업체로 향한다. 오랜 ‘투잡’ 생활을 청산하고 기업가로서 ‘인생 2막’을 시작한 그의 발걸음은 가볍다.



송정렬
송정렬 songjr@mt.co.kr

절차탁마 대기만성(切磋琢磨 大器晩成).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