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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의 틱, 택, 톡] 부연동엔 '오대산 레인저'가 산다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4.08.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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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 두 문패 '와운산방-강릉꽃차연구원'. 내외가 사이좋게 집을 나눈다.
한 집 두 문패 '와운산방-강릉꽃차연구원'. 내외가 사이좋게 집을 나눈다.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부연동엔 친구가 산다. 서울서 가자면 진부에서 연곡으로 통하는 진고개를 넘어서선 가파른 외길따라 진고개 버금가는 전후재를 거푸 넘어야 닿는다. 그 깊은 산골에서 친구는 ‘심 하나 못 캔’ 주제로 심마니 노릇을 하고 있다. 자칭 ‘오대산 레인저’란 별명을 주변에 강요하면서..

그 친구의 집에는 명패가 둘이다. 하나는 와운산방(臥雲山房)이고 다른 하나는 강릉 꽃차연구원이다. 깔끔한 양옥이 산방보단 연구원에 걸맞다.

끊임없이 낙향을 꿈꾸는 선배와 길을 나누며 도착해보니 친구는 어디 가고 친구의 아내는 노란 달맞이꽃을 덖고있다.

그렇게 덖여진 달맞이꽃차가 상에 오르고 우린 꽃처럼 노란 찻물에 홀려 연신 목을 적셨다. 친구가 돌아오고 차려진 점심상, 주문진에서 장봐온 문어와 섭이 삶아지고 회도 한접시 올라온다. 당연한 반주가 이 동네선 예외라서(동행한 선배조차 금주한 관계로) 혼자서만 간단하게 소주 한 병을 뚝딱한다.

꽃이 품은 향과 빛을 우려내는 꽃차는 보기에도 좋은 것이 맛도 좋다.
꽃이 품은 향과 빛을 우려내는 꽃차는 보기에도 좋은 것이 맛도 좋다.


상 치워진 평상위에서 팔괴고 누워보니 전날까지 비를 뿌렸던 하늘이 파랗게 갠채 구름만 한 점 일어 흩어지고, 한 점 일어 흩어지며 제 길을 간다. 살풋한 취기에 까무룩 졸았나보다. 벌을 쫓는 달마시안(그래서 이름이 달마다)의 부산한 몸짓에 눈을 떠보니 주인 내외는 종적이 없다.

평상에 무릎 모은채 앞산 보고 구름 보고 벌레 소리 듣고 그렇게 무료한 채로 산바람에 머리나 빗자하니 철망에 갇힌 벅수와 태산이(삽살개 이름)가 펄쩍펄쩍 컹컹 난리 블루스다. 달마마저 짧은 꼬랑지를 정신없이 흔들며 짖어대는 격한 환영속으로 주인 내외가 한아름씩 옥수수를 꺾어들고 들어선다.

옥수수가 쪄지도록 친구의 아내는 다시 방바닥에서 꽃잎을 덖는다. 그네의 일과는 (꽃잎) 따고 씻고 널고 기다리고 덖고다. (수강생이 오면) 교육하고, (꽃차 주문 오면) 포장하고는 덤이다. 친구는 잠깐씩 평상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텃밭의 풀을 뽑고 견사를 관리하고 돌배도 따온다. 사실은 (온 산을) 헤매고 뒤지고 캐고 털고해야 마땅하지만 유붕이 자원방래한 탓에 좀 쑤시는 집돌이 신세다. 종종대는 부산함은 없어도 슬렁슬렁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내외는 그리 두고 평상위를 뒹굴거리는 호사가 마냥 꼬숩다.

와운산방 앞을 흐르는 계곡(위)과 야생화 지천인 동네길.
와운산방 앞을 흐르는 계곡(위)과 야생화 지천인 동네길.


재너머 것과는 또다르다는 자랑이 붙은 부연동표 옥수수까지를 얻어먹고서야 평상에서 엉덩이를 떼본다. 느릿느릿 윗동네를 벗어나 오대산 자락으로 접어드니 어느 새 동네 검둥이가 소리없이 따라 붙었다. 동네 강아지 길잡이 삼아 계곡따라 걷는 길이 어쩐지 향기롭다. 동네를 벗어나 20여분 산을 올라서야 만나는 너와집에서 동네 제일 이란 샘물을 얻어먹고 다시 놀멘 쉬멘 내려온다. 친구집을 눈에 두고 얼핏 둘러보니 말없이 동행했던 검둥이가 사라졌다. ‘아하, 달마에게 죽게 혼났다던 놈이 바로 너였구나!’ 별 것도 아닌 일에 절로 웃음이 난다.

저녁빛에 홀린건지 꽃차향에 유혹된 건지 날아든 반딧불이(왼쪽)와 암컷 장수풍뎅이.
저녁빛에 홀린건지 꽃차향에 유혹된 건지 날아든 반딧불이(왼쪽)와 암컷 장수풍뎅이.


한 것 없이 또 맞은 저녁상. 산촌 살림다운 소박한 밥상에 매운탕 한가지로 맛있게 한그릇 비우고 친구 아내의 설명을 곁들여 꽃차를 즐기는 중에 애기 주먹만한 장수풍뎅이가 날아들고 모기가 집적대고 벌처럼 생긴 파리도 얼씬거린다. 그 중 백미는 꽁무니를 환하게 달군 반딧불이 서너마리. 너무 오랜만이라 경이롭기까지한 그 자태를 감상하며 “자연은 귀찮은 것”싶던 심사가 쑥 들어가고 “자연은 아름다운 것”이란 감흥이 샘솟는다.

부연동을 떠나오는 길. 친구의 전화가 울린다. “그래 그럼 넘어와.” 친구나 친구 안사람이나 속에 천리향이라도 품은 모양이다. 나비가 꽃을 찾듯 그 험한 길 넘어 찾아드는 이가 우리 말고도 많다.

꼬불꼬불 전후재를 넘으며 드는 생각이 “조만간 또 오겠군”이다. 친구가 부르는 손짓은 못봐도 친구가 부르는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힐링을 마치고 다시 도시의 아우성속으로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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