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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메멘토'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언론이여

신혜선의 잠금해제 머니투데이 신혜선 부장 |입력 : 2014.10.3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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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메멘토'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언론이여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던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논란이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와우, 동의하지 않으신다? 그렇다면 당신은 적어도 둘 중 하나다.

자유롭게 폰을 팔 수 없어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 이동전화 대리점 관계자들이시거나 약정기간이 끝날 때마다 '이번엔 어느 사업자로 갈아타서 신형 폰을 가질까'라는 즐거운 고민을 하던 소비자들.

하지만 그와 좀 다른 소비를 선택했던 이용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주부 A씨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건 실화다.

# 남편이 새 스마트폰을 선물 받았다. 부부는 약정기간이 남아있던 터라 새 폰으로 바꾸기가 망설여졌다. 더군다나 이 부부는 자녀의 폰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던 터라 아이들 보기에도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판단도 있었다. A씨는 이래저래 머뭇거리다 신형폰을 6개월 가까이 묵혔고, 약정기간이 끝났다.

A씨는 단통법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오히려 '횡재'한 느낌이다. 사용하던 사업자, 쓰던 번호 그대로 폰만 교체했는데도 지원금 수준의 요금할인을 12% 받았다. 2년 새 약정에 따른 20%의 요금할인(기존제도)에 법 시행으로 추가 할인을 받는 거다. A씨는 아이에게 쓰던 폰을 물려줄 생각이니 여기서도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런 예가 드문 사례인거 같지만 아니다. 대한민국 5000만 국민 모두가 '얼리 어댑터'는 아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남들은 0원에 폰 샀다고? 난 바보같이 100만원 다 주고 샀다. 그래 난 호갱(호구)이다"라는 자조 섞인 소비자들이 원성이다.

지금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왜 막느냐, 내가 발품을 팔든, 인터넷을 24시간 지키고 있든지 간에 내 재주로 더 싸게 폰을 산다는데 왜 그 기회를 막느냐"이다.

이런 불만은 절대 틀린 게 아니다. 이런 불만이야 말로 자본주의와 시장의 속성을 100% 인정하라는 목소리 아닌가.

그렇게 보면 단통법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사회주의적' 속성이 있는 법이다. 모든 경쟁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해서 더 많은 국민이 '행복하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게 단통법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2002년을 돌이켜보자.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를 운영하는 행정부가,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단통법의 전신이나 마찬가지인 '보조금 금지법'을 왜 '일몰(일정 기간 후 자동 사라지는)'제로 만들었을까. 지금 나오는 비판처럼 국민과 시장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법은 2008년 4월 사라졌다. 그리고 이번 단통법도 3년 후 사라진다.

그렇다면 '무덤에 들어갔던 보조금 금지법'이, 위헌소지가 있어 일몰로 만들었던 그 법이, 도대체 단통법으로 어떻게 부활한 걸까.

확실한 건 단통법을 만든 주범이 '유령'은 아니라는 거다. 감히 말하건 데 최소한 제1의 공범은 '언론'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근 한 달 동안 "통신사만 배불리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법"이라고 단통법을 욕하고, 법을 만든 입법기관과 주관하는 담당 부처를 몰아쳤다. 분명 여러 이해관계가 얽혔는데 한쪽 목소리만 있는 것처럼, 단통법의 폐해만 부각시켰다.

하지만 언론 스스로 안다. 실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소비자가 '호구'가 되는데도 손 놓고 있다"며 규제하지 않는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더 세게 냈다는 사실을. 법이 없었던 1년 반전 상황이다. 단통법은 그 언론의 '비난'을 양분으로 태어난 애물단지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 모두가 행복해질까. 단통법 싸움에서도 우리는 보고 있지만, 대부분의 규제는 강화하든 완화하든 폐지하든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 단통법 시행에 비명을 지르는 집단이 있듯, 단통법이 폐지되면 또 비명을 지르는 집단이 생긴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통신사만 배부르게 한다'며 SK텔레콤을 단통법의 최고 수혜자로 꼽았지만, SK텔레콤도 삼성전자처럼 법 폐지를 원한다. 왜? 두 기업 모두 시장경쟁을 원하는 자본주의 기반의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자본'을 가진 집단이고, 누구보다 가장 '통'하는 자들이다.

자, 준비하시라. 이제 여러분들은 단통법이 어떻게 바뀌든, 언론이 '메멘토'의 영화주인공처럼 지금과 또 다른 목소리를 아무 표정 변화 없이 내게 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너무도 부끄럽지만 언론이 바로 어제 부르짖었던 주장을 모른 척 메멘토 주인공 노릇을 자처하는 이상, 독자와 소비자는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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