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308.98 831.85 1123.20
보합 5.97 보합 2.97 ▼3.4
메디슈머시대 (7/6~미정)
블록체인 가상화폐

[신혜선의 잠금해제]"내가 누구냐고요? 페북에 물어보세요"

<20> 무료 서비스에 눈 멀어 자기 정보 그냥 주는 사람들

신혜선의 잠금해제 머니투데이 신혜선 부장 |입력 : 2015.01.09 06:48|조회 : 9445
폰트크기
기사공유
[신혜선의 잠금해제]"내가 누구냐고요? 페북에 물어보세요"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서 애들의 고만고만한 다툼을 경험했다. '왕따 사건'이라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아이들이 가해와 피해로 구분되니 엄마들도 참 난감했다. 가해(?) 아이 대신 울먹이는 엄마의 말은 한결같다. "얼마나 착한데. 자기야, 우리 애 알잖아. 우리 애가 그랬다는 게 믿기지 않아. 뭔가 사정이 있었을 거야."

딸아이는 어른들의 이런 상황에 오히려 무덤덤했다. "엄마, 걔는 친구들한테 보이는 모습, 남자친구한테 보이는 모습, 선생님한테 보이는 모습이 너무 달라. 달라도 너무 달라. 물론 나도 다르겠지. 근데 걘 진짜 심하거든. 그러니 엄마아빠한테 보이는 모습이 다겠어? 엄마아빠들은 우리를 참 모르는 거 같아."

하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의 모습, 비즈니스로 만나는 관계에서 모습, 친구나 가족 앞에서 각자의 모습은 100% 일관되지 않는다. 어쩌면 일부러 조금씩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지 모르고, 이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가식적'이라거나 '솔직하지 못하다'라는 건 관계에서 뒤통수를 칠 정도가 아니라면 용서되기도 하던가.

'진짜 내 모습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 앞에서 문득 해가 바뀌기 전 페이스북(페북)에 등장한 놀이가 떠오른다. 아무개님의 한해 정리, 그리고 그 한해를 신문 한 개면 형식으로 정리해준 서비스 등이다. 다들 재미있어하면서도 실망했다. "와우, 전 역시 1년 내내 '먹방'이었군요!" "설마, 내가 이렇게 한가롭게 살았다고요?"

내가 첫 번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페북이 대신 정리해주는 한해의 나'를 직면하는 게 불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의미를 부여한 일과 페북이 선정한 일들 간 괴리가 있지만 어쩌겠나, 페북이 그렇다는데"라는 어느 페친의 말은 가히 틀리지 않다.

페북은 통계다. 내가 얼마나 자주 '먹방' 사진을 올렸는지, '셀카 놀이'를 했는지, 혹은 놀러 다녔는지(여행지 사진)를 분석한 결과물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리고 페친들이 어디에 박수(좋아요 혹은 공유)를 보냈는지, 나는 너는 몰라도 페북 안의 '두뇌'는 알고 있다.

두 번째 서비스는 더 끔찍했다. 그 서비스는 페북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페북 플랫폼을 이용한 다른 사업자의 서비스였다. 신문 1면처럼 헤드라인을 장식한 내 뉴스를 편집해줬다. 재미 삼아 해볼까 하다가 멈칫 한 이유는 '내가 올리는 모든 데이터와 나의 페친의 데이터 공유'에 동의해야한다는 문구 때문이었다.

이미 나와 친구 관계를 맺은 다른 이들이 그 서비스를 이용했기에 내 정보 역시 그들 손에 들어갔을 거다(심지어 어떤 이의 1면에는 내가 반응을 많이 한 친구로 게시됐다). 그럼에도 추가로 그들에게 내 데이터 접속을 허용하고, 내 친구들의 동의 없이 그들의 정보마저 내주는 일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어찌됐건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 누구냐(연극 리어왕)'라는 다소 '다큐적인' 질문은 '개그'로 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내가 누구냐고? 페북에 물어볼지어다. 깨닫기 위해 고민하지 말지어다. 내가 누구인지 정밀한 분석을 통해 대신 말해주는 페북이 있는데 그 시간에 다른 것을 고민하는 게 생산적이다."

김대식 KAIST 교수의 충고를 다시 곱씹어 본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정보는 스스로 정보를 수집해주는 '드론'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어쩌면 우리는 무료 서비스라는 인센티브에 눈이 멀어 존재 구석구석 모든 정보를 일상적으로 진공청소기에 제공하고 있는지 모른다."(김대식의 빅퀘스천, 279쪽)

페북을 공용일기장으로, 사진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친구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메신저 수단으로, 정보취득의 장으로,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공짜로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내가 나를 판 대가, 내가 뿌린 대로 거둔 결과'일 뿐이다.

이왕 나를 통째로 내줬으니 아예 더 정확한 분석을 바래야하는가. 페북을 비롯한 주요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업체에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데이터 분석의 전문가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니 이런 상상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귀하는 욱 하는 성격을 고쳐야합니다. 무엇보다 페북을 의심하지 마세요."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