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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암호는 어떻게 뚫렸나

[팝콘 사이언스-66]'이미테이션 게임'…암호 해독기 개발한 천재수학자의 드라마틱한 삶

류준영의 팝콘 사이언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입력 : 2015.02.14 05:24|조회 : 9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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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이미테이션 영화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미테이션 영화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연기 천재'로 불리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수학 천재' 앨런 튜링을 열연한다.

인물의 흡입력은 "역시!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게 만든다. 17일 설 연휴 시즌,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가족관객들을 만난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꼽은 '최고의 각본'으로 주목을 이끌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영화는 24시간 마다 바뀌는 해독불가 암호를 풀고 전쟁의 역사를 뒤바꾼 천재 수학자의 드라마틱한 실화를 스크린에 옮겨 놓았다.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수학자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군을 무력화해 종전을 2년 앞당긴 인물이다.

당시 튜링의 임무는 독일군 기계 에니그마(수수께끼를 뜻하는 그리스어) 암호를 해독하는 것. 이를 위해 '튜링 화이트해커팀'이 발족된다. 때는 1938년. 각 분야 천재들이 모여 '튜링 머신'을 개발, 히틀러의 암호화된 무전을 해독한다.

튜링과 팀원들과 협업은 순탄하지 않다. 카메라는 이 장면을 길게 쫓는다. 그의 독단적인 행동은 팀원들의 눈엣가시다. '이중첩자'라는 의심까지 살 정도이다. 그가 '괴팍한 천재' 전형 그대로였던 탓이다. 하지만 튜링은 이런 따가운 시선에 신경쓰지 않는다. 학창시절 어린 천재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숱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튜링인듯 튜링 아닌 튜링 같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 감성선은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

그러던 어느날, 누구보다 깊은 신뢰를 보내고, 마음을 열며 다가서는 조력자가 등장한다. 여성 수학자 조안 클라크로(키이나 나이틀리)이다. 같은 팀 소속으로 앨런의 고뇌·외로움을 모두 껴안는다. 그녀는 앨런을 사람들 속으로 끌어당기는 친화력을 발휘하며 '튜링 머신' 개발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한다.

'튜링 머신'으로 전쟁은 조기에 끝나지만, 영국 정부의 '함구령'으로 그와 튜링 머신 존재는 그가 죽고 난 뒤 30년이 지나서야 알려진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튜링은 자신을 인정해준 동성 친구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당시 동성애는 불법이었다. 호르몬 치료를 선고받은 튜링은 이 때문에 극심한 우울증과 신체 변형의 고통을 겪는다.

역사서에 따르면 튜링은 1954년 시안화칼륨(청산가리)을 넣은 사과를 먹고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지난 2013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튜링을 공식 사면했다.

천재의 고통과 결국 자살에 이르렀던 그의 삶은 관객들로 하여금 숙연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저토록 잔인해질 수 있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든다.

영화는 마치 역사책 한권을 읽듯 시대를 그대로 구현한 세트, 당시의 의상, 1940년대 영국의 과거를 고스란히 재현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히틀러의 암호는 어떻게 뚫렸나
◇계산 시간의 싸움…치열했던 암호戰


2차 대전 때 독일군 암호는 '다표식 대치암호'였다. 알파벳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다른 알파벳으로 바꿔 표기하는 방식이다. 에니그마는 또 알파벳을 입력할 때마다 규칙이 바뀌도록 했다.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에니그마 형태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

에니그마는 타자기 형태이다. 하지만 타이핑한 지령이 전기기계 신호로 바뀌도록 설계됐다. 에니그마엔 3개의 원판 톱니바퀴가 장착돼 있는 데 이 순서에 따라 전혀 다른 암호체계를 생산했다.

또 톱니바퀴 둘레에 알파벳을 나열하는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암호가 나오는 데다 부착된 반사경을 이용, 두 알파벳을 바꾸면 무려 1해(垓)5900경(京)에 달하는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독일은 톱니바퀴 수를 더 늘려가며 경우의 수를 더 크게 늘려 나갔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에니그마 암호 해독의 실마리는 독일서 불명예 제대를 한 퇴역 군인이 제공했다

독일장교로 임관돼 1차대전에 참전했다가 자질 부족으로 군에서 쫓겨난 한스틸로 슈미트는 1만마르크(약 3000만원)를 받는 조건으로 연합군 비밀요원에게 기계 암호해독법 서류를 넘기면서 철옹성 같던 에니그마 암호벽은 깨진다.

1년만에 이 암호는 풀렸고, 그렇게 나온 암호 해독기가 '봄베(Bombe)'이다. 하지만 독일군이 암호보안을 더욱 강화하면서 봄베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튜링팀의 암호 해독 프로젝트는 '울트라'였다. 1940년, 에니그마 메커니즘을 부분적으로 모방한 새 기계가 나온다. 폴란드의 암호해독가 레예프스키가 만든 이전 기계처럼 '봄베(Bombe)'로 이름 붙여졌다. 이는 시간당 1만7576가지의 가능한 암호조합을 20분 안에 잡아 낼 수 있었다.

사람 키만한 높이, 무게 1톤(t)짜리 기기는 108개의 드럼과 톱니바퀴, 펀치테이프, 전기회로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독일에 막강한 잠수함 U보트의 이동상황을 파악해 공격에 대비할 수 있었다.

튜링은 케임브리지대학의 맥스웰 뉴먼교수와 설계한 새 기계 '히드 로빈슨'(Heath Robinson)으로 독일군 암호 해독을 더 빠른 시간 내에 해냈다. 전화교환기보다 1000배 빠른 논리적인 연산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943년, 독일군이 에니그마 암호체계를 바꿔버리면서 기존 암호 해독기는 쓸 수 없게 됐다.

독일의 새 암호는 '피쉬(Fish)'였다. 히틀러가 간부들간의 통신에만 사용했다.

피쉬 암호는 알파벳을 5자리의 2진수로 코드화한 후 비트조작을 해 암호화한 것으로 에니그마를 풀던 봄베와는 전혀 다른 구조의 암호해독기가 필요했다.

새 암호해독기는 1년여 만에 제작됐다. 진공관으로 작동되는 전자식 암호해독기 '컬로서스 마크 I(Colossus Mark I)'이 바로 그것이다.

컬로서스는 10자리 수의 덧셈·뺄셈은 0.2밀리초 내, 곱셈은 3밀리초 내, 나눗셈과 곱셈은 20밀리초 이내에 풀었다.

이를 통해 1주일 걸리던 암호해독을 몇 시간 만에 해냈다. 튜링은 이 기계를 더욱 업그레이드해 '컬로서스 마크II'를 내놓는다. 2400개 진공관과 800개의 전자기식 릴레이를 덧붙여 설계했다.

연합군은 이 해독기를 통해 독일군 해안포대 위치까지 자세히 알아냈고, 이를 통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2차 대전의 종전을 알리는 전투였다.

류준영
류준영 joon@mt.co.kr twitter facebook

※미래부 ICT·과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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