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에 기업들 퇴직금 '폭탄'…12개사 年4700억↑ '비상'

'기준금리 1% 시대'에 진입하면서 퇴직연금 운용수익 악화로 인한 기업의 재정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 악화는 임금 인상률과 격차 확대를 불러오고 격차가 커질수록 기업이 보전해줘야 할 퇴직금도 그만큼 늘기 때문이다.


15일 머니투데이가 10대 그룹 지주회사와 주력계열사 12개사를 대상으로 '기준금리 인하 이후 퇴직연금 수익률 영향과 그에 따른 기업 부담'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12개 기업이 연간 추가로 부담해야 할 퇴직금 규모가 47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조사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차 (112,700원 ▼2,000 -1.74%), SK (207,000원 ▼12,000 -5.5%)(주) (주)LG, LG전자, LG화학 (398,000원 ▼6,000 -1.49%), 롯데쇼핑 (69,100원 ▼100 -0.14%), 포스코, GS (43,750원 ▼1,150 -2.56%)(주), 대한항공, 한화 (26,550원 ▼600 -2.21%) 등 12개사를 대상을 진행됐다.

퇴직금 부담액 가중치는 기업들이 감사보고서에 기재한 수익률 변화와 그에 따른 확정급여부채(퇴직금) 증가액을 근거로 추산했다. 10대 그룹이지만 감사보고서에 해당 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현대중공업 그룹은 제외됐다.


부담액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자동차 (244,000원 ▼3,000 -1.21%)로 우량 회사채 이자율이 1% 포인트 낮아졌을 때 현대차의 부채 증가액이 5248억원에 달했다. 회사채 시장에 이번 기준금리 인하율(0.25%p)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1/4인 1312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현대차 다음으로 부담액이 큰 곳은 기아차 (112,700원 ▼2,000 -1.74%)로 기준금리에 연동해 환산했을 때 68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568억원), LG전자 (97,900원 ▼900 -0.91%)(532억원), 포스코 (398,000원 ▼4,500 -1.12%)(358억원) 등의 순서로 조사됐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퇴직금 부담이 가중되기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을 채택한 기업일수록 두드러졌다. DB형 기업 부담이 큰 건 근로자가 퇴직금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기여형(DC)과 달리 퇴직금 전액을 회사가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는 퇴직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미래에 있을 퇴직금 부담이 덜하다. 10대 그룹 중 DB형인 곳은 현대기아차 그룹, LG그룹, 포스코, 대한항공 등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DB와 DC가 혼재하지만 2013년말 현재 연간 직원 임금총액이 9조5751억원에 이를 정도로 인건비 지출 규모가 커 부담액 순위 상위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12개사의 퇴직금 추가 부담액 이 정도라면 전체 기업으로 범위를 확대할 경우 부담액 총액은 드러난 숫자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기업 부채 증가와 직결된다. 회계처리 규칙(K-IFRS)상 퇴직연금 수익률의 근거인 우량 회사채 이자율이 기준금리 흐름과 그대로 연동돼서다. 실제 지난 기준금리를 내린 12일 직전(11일) 2.119%였던 3년만기 신용등급 AA0 회사채 이자율이 13일에는 2.075%로 0.044%p 낮아졌다.

운용 수익은 갈수록 악화되는 반면 정부의 임금인상 압박으로 기업 부담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추산한 임금인상률(4.2%, 통상임금 배제)과 최근 수익률(우량 회사채 2.075%)간 간격(2.125%)을 영업에서 번 돈으로 보충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세계 경제 침체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데 금리 인하로 인한 퇴직금 부담 증가, 정부의 임금인상 압력까지,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회사채 수익률은 장부상 기재사항일 뿐 실제 운용수익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