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62.23 670.42 1132.10
▼9 ▼0.43 ▼1.2
-0.43% -0.06% -0.11%
양악수술배너 (11/12)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대기업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갑질 반복 왜?

[조성훈의 테크N스톡]

조성훈의 테크N스톡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입력 : 2015.06.27 08:39|조회 : 11723
폰트크기
기사공유
"한화생명이 한화그룹 빅딜관련 증권사 법인영업부서를 통해 부정적 리포트를 내지말라는 압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11월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통화에서 놀라운 얘기를 전해들었습니다. 당시 한화그룹은 삼성그룹과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을 인수합병하기로 합의했는데 증권가의 의견은 대체로 비판적이었습니다. 한화가 M&A에 따른 자금부족과 석유화학산업 분야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 앞으로 중국 회사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불리함 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 사진=머니투데이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 사진=머니투데이
그러나 증권사들이 실제로 내놓은 리포트에서 부정적 의견은 많지 않았습니다. 일부 "삼성 프리미엄이 사라졌다"거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대체로 M&A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화 측이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센터장은 "최소한 중립 내지 매도의견까지 검토했었는데 회사 법인영업부에서 한화생명측의 압력이 거세니 되도록 부정적 의견을 피해달라는 요청이 왔었다"면서 "안그래도 증권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영업부서인 리서치센터의 입지가 좁아져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한화가 국내 대다수 증권사에 이같이 요청했다는 후문입니다. 해당 리서치센터는 한화 M&A관련 리포트를 아예 발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물론 한화 측은 당시 "증권사 IR 담당자들에게 의례적인 M&A의 효과에 대한 설명만 했을 뿐 압력을 가한일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정황상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한화생명은 운용자산만 72조원이 넘어 삼성생명(173조6000억원) 에어 국내 2위 생보사입니다. 그만큼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에게는 수퍼갑으로 군림합니다. 한화그룹 역시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0위권 회사로서 채권발행이나 연금운용, 주식매매 등을 맡기기 때문에 증권사가 밉보이게 되면 엄청난 영업상 손실을 감내해야합니다.

최근 비슷한 갑질논란이 또 벌어졌습니다. 토러스투자증권 유통담당 모 애널리스트가 지난 24일 현대백화점 IR담당 부사장으로부터 '면세점 입찰후보자 평가' 리포트관련 항의와 함께 소송위협을 당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번 건은 애널리스트가 SNS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수면밖으로 드러난 케이스입니다.

논란이된 면세점 관련 리서치보고서의 대목
논란이된 면세점 관련 리서치보고서의 대목
이 애널리스트는 시내면세점 선정관련 7개 대기업 면세 후보자를 분석해 점수화하고 SK네트웍스, 신세계, HDC신라 등이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SK네트웍스가 94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현대DF는 570점을 받았습니다. 반면 현대백화점이 참여하는 현대DF는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평가 기준 중 '특허보세 구역 관리 역량' 항목에서 특히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또 '운영인의 경영능력'에서도 150점으로 SK네트웍스(295점)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의 IR담당 부사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무슨 자격으로 면세점 후보자들을 평가했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틀 내에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내릴 것 △보고서 내용이 인용된 기사를 모두 제거할 것 △보고서가 잘못된 내용이었음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게재할 것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애널리스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히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개입으로 봐야합니다.

이에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해당 연구원이 작성한 정량평가가 타당하지 않고 보고서로 인해 여론이 갈릴 수 있으니 정량평가 부분만 지워달라고 한 것"이라며 "보고서 및 기사 삭제, 사과문 게재 등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기업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갑질 반복 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현대백화점이 혹 떼려다 혹붙인 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리포트에 불만이 있다하더라도 팩트가 틀린 부분이나 해석상 논란이 있는 경우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면 될 일을, 리포트 내용자체를 지워달라는 것은 누가봐도 과도한 압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증권업계는 격앙되어 있습니다. 최근 안그래도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리포트 발행 관행을 문제삼으며 매도리포트를 줄일 것을 요구하는 상황인데,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상황이 또다시 연출됐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이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마냥 '을'로만 바라보는게 원인이라는 겁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리포트를 발행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투자판단의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자사에 불리한 리포트를 쓰지 말라는 것은 결국 투자자에 대한 피해로 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다른 업계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왜 매도 리포트를 맘대로 쓰지못하는지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만약 해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더라면 암묵적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그 회사를 유니버스(분석대상)에서 빼고 더이상 레코멘드(추천)하지 않는 식으로 왕따를 시켰을 것"이라면서 "평가방법론에 문제가 있거나 팩트가 틀리다면 얼마든지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실제 그런사례가 많았는데 리포트를 내리라거나 소송 운운하며 협박하는 것은 누가봐도 불합리한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 사진=머니투데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 사진=머니투데이
금융당국도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증권회사가 공정한 시각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한다"면서 "해당 증권사 준법감시인과 리서치센터장에게 해당 애널리스트를 보호하고 회사차원에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대백화점 (85,300원 상승900 -1.0%)에 대해서는 상장사로서 공시업무 외에는 금감원 관할 대상이 아닌만큼 추후 유사사례 발생시 상장사협의회나 코스닥협회 등을 통해 자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성훈 머니투데이 증권부 차장
조성훈 머니투데이 증권부 차장
이번 사건이 앞으로 증권사 리포트작성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갑질논란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게됐는데, 다른 기업들에게도 반면교사가 되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현대백화점이 아니라 한화와 같은 대기업이 이같이 개입했다면 과연 수면위로 드러났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또다른 외압을 막기위해서는 증권사들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기업이 부정적 리포트가 나올 때마다 건건이 압력을 가하면 리서치센터의 독립은 요원할 것입니다. 결국 이는 신뢰에 기반한 건전한 투자문화와 자본시장의 발전을 좀먹고 결과적으로 기업들에 불이익이 돌아갈 것입니다.

당국이 증권사에게만 독립적으로 임할 것을 주문할 게 아니라 리포트작성에 대한 기업의 부당한 개입을 막고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할 보다 효과적인 장치를 마련하길 기대해 봅니다.

조성훈
조성훈 search@mt.co.kr

조성훈 산업2부 차장.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