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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얼굴 바뀌는 그대, 우울증 앓게 된 로맨스 어쩔꼬

[팝콘 사이언스-89회]독특한 설정을 평범한 스토리로 담은 '뷰티 인사이드'…21명 배우가 한 인물 연기

류준영의 팝콘 사이언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입력 : 2015.08.29 08:09|조회 : 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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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우진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사진 상단 좌측 첫 번째는 이수(한효주)/사진=NEW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우진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사진 상단 좌측 첫 번째는 이수(한효주)/사진=NEW


자고나면 얼굴이 바뀌는 남자, 그와 사랑해도 될까.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주인공이 자고 일어나면 매번 모습이 바뀌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관심을 모은다. 모처럼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이다.

하지만 이를 무척 평범한 러브 스토리로 담아 기대를 저버린다. 보통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내려 한 제작진의 의도는 좋다. 하지만 기막힌 소재로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 놓고선 이건 너무 평범하게 포장했다는 평가도 따른다.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가 원작의 복제품같다"는 냉정한 평가를 날릴 정도. 필름이 중간 정도 돌았을 무렵 '아! 다른 영화볼 걸 그랬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리듬감 없는 전개에 흥미와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범수·김주혁·고아성·유현석·이동욱·이진욱·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까지 21명의 배우들이 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스태프들과 단연 배우까지 합하면 '123명의 우진'이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한 장면/사진=NEW
영화 뷰티 인사이드 한 장면/사진=NEW

영상미는 수려하다. 한 마디로 광고 혹은 동화같다. 화면의 색상만으로 앞으로 전개될 배우들의 감정선을 예측할 정도로 디테일하다. 스토리 보다 그간 촉촉한 멜로 감성에 목이 말랐던 관객들에겐 단비같은 작품이다.

영화의 기본 설정은 원작 '더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 2012년)'에서 가져왔다. 이는 인텔과 도시바가 만든 6부작 광고용 단편 영화이다. 두 기업은 이 작품으로 칸 국제광고제와 클리오 국제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석권했다.

영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우진은 국적과 연령, 성별까지 매일 변화 무쌍하게 바뀌는 남자다. 18세때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모습으로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없는 기묘한 삶을 살게 된다.

그의 직업은 가구 디자이너다. 외부와 단절된 혼자만의 공간에서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지낼 수 있어 이 길을 택한다.

그러던 우진은 우연히 가구 전문점에서 일하는 이수(한효주)를 보고 강한 끌림을 느낀다. 이수와 우진은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현실과의 갈등이 불거진다.

우진은 자신의 처지를 알면서도 이수를 사랑해도 되는 걸까. 이수는 내일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모를 남자를 사랑해도 되는 걸까.

평범치 않은 남자와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수는 그 결단을 계속 뒤로 미룬다. 우진의 내면만을 보고 사랑하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뇌하게 된다. 이수는 자신에 묻고 또 묻는다. "내가 이 남자를 평생 사랑할 수 있을까."

자고나면 얼굴 바뀌는 그대, 우울증 앓게 된 로맨스 어쩔꼬
◇우울증 앓는 이수, 치매·뇌졸중 위험 높아

극상에서 이수는 우진과의 사랑으로 급기야 우울증까지 앓게 된다. 현실을 견디지 못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만다. 정신치료과를 드나들며 처방약을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 원만한 직장생활이 어려워진다.

작품처럼 남녀 간 사랑이 아니더라도 직장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 은퇴, 대인관계 단절, 질병 등의 이유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때문에 우울증 관련 의학 논문도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많이 나오는 편이다. 이중 몇 가지를 살펴봤다.

먼저 우울증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hippocampus)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재발성 우울증 환자가 해마 위축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시드니 대학 뇌-정신연구소 이언 히키 박사는 "첫 우울증을 겪은 사람은 해마 크기가 정상이지만 우울증 빈도가 늘수록 해마 축소는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며 "이는 우울증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선행한다는 일부 연구결과를 뒷받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뿐 아니라 우울증은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인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파올라 길산스 박사 연구팀은 50세 이상 남녀 1만 6178명을 12년 간 관찰한 결과 우울증이 심한 사람은 우울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2배 이상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기간에 1192명이 뇌졸중을 겪었다. 우울증을 앓은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뇌졸중 위험이 그리 크지 않았다. 길산스 박사는 이에 대해 "우울증이 장기간에 걸쳐 생리학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우울증이 고혈압이나 신경계 이상 등을 야기하고 악화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최근 우울증을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에바 리데이 박사는 "우울증 발생시 혈액에선 9가지 화학물질이 증가한다"며 "이 중 3가지 혈중수치 측정만으로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이 혈액검사법을 우울증 환자(32명)와 우울증이 없는 일반인(32명)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우울증 환자를 정확하게 구분해 냈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스트레칭과 요가 등 가벼운 운동이나 규칙적인 식사를 권한다. 술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우울증에 빠지면 뇌 기능이 떨어지는 데, 이때 술까지 마시면 뇌세포가 마비돼 기능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우울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우울증을 막으려면 햇볕을 직접 쬐는 것이 좋다. 하루 30분 이상 햇볕에 노출되면 우울증을 완화하는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햇볕을 쬐기 어렵다면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국 조지아대 앨런 스튜어트 박사는 "비타민D가 결핍됐을 때 계절성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류준영
류준영 joon@mt.co.kr twitter facebook

※미래부 ICT·과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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