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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재테크 공부에 열 올리지 마"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 |입력 : 2015.09.19 06:46|조회 : 7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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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가 인터넷 까페에 가입해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월급쟁이 부자 되기라든가 10년안에 10억 모으기, 무조건 아껴쓰자는 짠돌이 까페 등 재테크 까페는 다양했다. 더 놀라운 것은 까페 회원들의 학습열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매일 경제기사를 읽고 서로 요약해 올리고 재테크 서적을 읽고 인상적인 부분들은 필사해서 공유한다고 한다.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월급쟁이들의 공통된 소망은 안정적으로 꼬박꼬박 나오는 수익이다. 불안한 세상, 돈 걱정에서라도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의 표현이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내용은 영국 국가통계국이 설문 조사한 결과 “가계의 부가 늘어날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 가치 있다는 느낌, 행복감 등은 올라가고 불안감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저축이나 주식, 집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 등 순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행복감도 커졌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어"라든가 "돈이 다가 아니잖아" 같은 말들은 결국 가진 게 없는 자들의 자기 변명에 불과하거나 사회 불안을 억누르려는 정권의 눈속임용 선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친구야, 재테크 공부에 열 올리지 마"

그러나 재테크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건지는 확신할 수 없다. 지난 늦봄에 갑작스럽게 어려운 일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쓰게 됐다. 그야말로 생돈이 나가는 경험이었다. 연간 1~2%대의 저금리를 참아가며 적금을 붓는다 한들 내 수준에서 저금할 수 있는 원금을 생각할 때 이자를 100년 가까이 모아야 하는 큰 돈이었다.택시비 아낀다고 지하철에 버스를 갈아타며 고생하고 외식비 절약한다고 집에서 밥 먹고 치약 아껴쓴다고 아무리 힘을 줘도 튜브에서 치약이 안 나올 때까지 짜서 쓰고 쓰레기 봉투값이 아까워 봉투가 터지기 직전까지 힘을 줘가며 쓰레기를 집어넣은 고생이 공중의 티끌처럼 허무하게 느껴지는 체험이었다.

이 경험은 뭐랄까, 개인적으론 인생관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아무리 아껴쓰고 돈에 대해 공부하고 발발거리며 투자 기회를 찾아봤자 운명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는 티끌 같은 노력에 불과하다고 할까. 물론 운명론자가 된 것은 아니다. (운명론적 사고방식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 다만 인생의 큰 파도 앞에 다소 겸손해졌다고 할까, 해도 안 되는 일이 많다는 사실에 머리를 숙이게 됐다고 할까, 그런 정도의 생각 변화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되 결과에 대해선 그 결과가 어떻든 가능하면 감사하게, 감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가능하면 담담하게 받아들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재테크 공부를 하는 것은 자신의 자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최소한 너무 몰라서 돈이 새나가고 손해를 보고 노후관리를 하지 않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재테크 공부를 해서 부자가 될까, 생각해본다면 ‘글쎄요’다. 세계적인 부자 대부분은 워런 버핏처럼 주식 투자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하거나 큰 기업체에서 인정 받아 높은 지위에 올라가 큰 돈을 벌었다. 버핏조차도 기업을 경영한다는 관점에서 투자했지 단기적으로 차익을 노리거나 노후자금을 크게 늘리려는 생각으로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영국 국가통계국의 조사 결과대로 돈이 많으면 걱정이 줄고 안정감이 높아지고 행복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쫓아 재테크 공부를 많이 한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쫓을수록 멀리 달아나고 욕심을 낼수록 탈이 생긴다. 돈은 결과인데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 속에서 먼지 같이 작은 존재인 우리 자신은 일의 결과를 전적으로 통제하거나 지배할 수는 없다. 인생에 큰 파도가 밀려올 땐 어쩔 수 없이 휘말리게 된다.

따라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돈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소명을 목표로 하는 것이, 그 소명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최선의 태도일 수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무덤 속에서 가장 부유했던 사람이 되는 것은 나에게 중요치 않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놀랄만한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게 내겐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업가인 케빈 크루즈는 "인생은 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성공을 위해 노력하지 말고 가치 있게 되려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미국 인디언 속담엔 “어떤 일들은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사로잡는 것만을 추구하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결과를 지배할 수 없다. 인생에 닥쳐오는 수많은 불확실성을 다 제어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란 내 마음을 사로잡는 일, 그리고 세상에 큰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일, 최소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찾아 내게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최선을 다할 뿐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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