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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청업자의 '무모한 도전'?

[신아름의 시시콜콜]

신아름의 시시콜콜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입력 : 2015.12.26 03:20|조회 : 6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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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청업자의 '무모한 도전'?
최근 한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억울함을 호소하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중견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에 마감재를 납품키로 하고 발주서를 받아 반제품 제작까지 마친 상황에서 갑자기 "납품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대신 납품키로 했다는 업체의 제품을 보니 우리 것과 디자인이 똑같았다"며 "우리 제품은 자체 개발해 디자인권 등록까지 마친 것이어서 시중 제품들과 차별화되는데 디자인이 같다는 건 결국 우리 것을 베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원청업체인 건설사를 상대로 '디자인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업계에선 흔한 일이지만 가만히 있으면 계속 당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는 자칫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이번 싸움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건설 및 유관업계에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기술이나 디자인을 중간에서 편취한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붙박이 가구 등 마감재 업체들에 스펙인(샘플) 물량을 주고 모델하우스에 설치토록 해 입주 예정자들의 반응을 살핀 뒤 호응이 좋은 디자인만 그대로 베껴 더 싼 가격에 납품해줄 다른 업체를 찾아 발주서를 보내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사태의 배경엔 허술한 법망이 자리한다. 현행 주택법에선 사업주체가 주택의 판매촉진을 위해 모델하우스를 건설할 때 내부에 사용하는 마감재 및 가구는 '사업계획승인'의 내용과 같은 것으로 시공·설치하도록 규정할 뿐, 실제 아파트에 설치되는 마감재에 대한 기준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원청업체들은 이런 법의 틈새를 교묘히 파고든다. 세련된 디자인과 양질의 자재로 모델하우스를 꾸며 소비자의 발목을 잡아놓고선 실제 아파트엔 다른 자재로 대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분양 홍보물에 '실제 아파트에는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마감재와 동급의 제품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문구를 적어넣음으로써 이로 인한 분쟁의 소지를 차단한다.

결국 애가 타는 건 하청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원청업체가 사실과 무관하게 품질 하자를 이유로 납품 취소를 통보해와도 이렇다 할 변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생각보다 좁은 이 업계에서 자칫 소문이 안 좋게 돌아 찍히기라도 하면 영영 일감을 따내지 못하고, 일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니 상대는 더욱 기고만장해진다. 적반하장도 이만한 것이 없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이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관계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말이 아닐까 싶다. 지금껏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관행이라는 이유로 하청업체들을 상대로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왔던 건 아닌지 원청업체들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아름
신아름 peut@mt.co.kr

머니투데이 증권부 신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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