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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이세돌이 보여준 겸손의 류(流)

알파고가 신(新)수 알려줬다면 이세돌은 겸손의 수 보여줘

현장클릭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입력 : 2016.03.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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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3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내리 3번을 지고 첫 승을 거둔 뒤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이기범 기자
/사진=13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내리 3번을 지고 첫 승을 거둔 뒤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이기범 기자
# 이세돌이 2001년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와 대결할 때다. 이세돌이 먼저 두 판을 이기고 내리 세 판을 져서 준우승에 그치자 그는 덤덤하게 평소처럼 복기를 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선 한참을 펑펑 울었다. 당시 이세돌의 나이는 열일곱이었다.

국수(國手)라 불리는 조훈현 9단의 자서전에서 이세돌 9단을 기억하는 대목이다.

인간이 기계와 벌인 세기의 대결에서 3대 0으로 궁지에 몰렸던 지난 12일. 이 9단은 만인 앞에서 패배의 쓰린 표정을 애써 감췄지만 속으로 이를 갈았음이 분명하다. 바로 그날 밤을 새워 연구했다. 그리고 다음 대국에서 알파고를 이겼다.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 9단과 벌인 바둑 대국은 '기계와 인간의 대결' 이상의 의미를 전파했다. 사람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한 AI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인간 이세돌이 보여준 울림은 남달랐다.

표정도 반응도 없는 무색무취의 기계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면서 보여준 승부사로서의 면모에선 거침도 가식도 없어 보였다. 이 9단은 내리 3번 패한 후 기자회견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내가 진 것일 뿐 인간이 진 게 아니다"며 상대에 대한 내 실력의 부족을 인정했다. 마지막 대국 후에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인간 이세돌의 품격이 묻어난 소회였다.

첫 승을 거둔 4국 후에는 사실상 최종 승자가 결정된 마지막 대국에서 불리한 흑을 잡고 알파고를 이겨보고 싶다고 도전했다. 기계와의 대결이었지만 패배를 받아들이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바둑에 대한 새로운 재미도 선사했다. 해설자들은 대국 초반에 "이 9단이 평소와 다른 수를 뒀다", "알파고를 너무 얕잡아 보고 둔 것 같다"는 해설을 쏟아냈다. 이 9단이 '자기만의 바둑'을 두지 않아 최종 승기를 못 잡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그가 알파고와의 대결을 새로운 시험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분명 신선한 착수들이었다.

여기엔 알파고의 역할도 컸다. 알파고는 악수가 될지 묘수가 될지 모르는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수를 두면서 상대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대국 날인 15일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알파고가 두는 수를 보면서 '나에게 고정관념이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국별로 그 수의 진가가 판가름났지만, 어찌 됐든 알파고와 이 9단의 기보는 역사에 남을만한 '연구 대상'이 된 건 분명하다

바둑에는 류(流) 라는 말이 있다. 류는 바둑을 두는 기사의 기풍을 말한다. 조훈현 9단은 "류를 통해 각자의 성격과 주장하는 바가 나타난다"고 했다. 바둑을 잘 모르는 이들도 '쎈 돌'이라는 별칭이 있는 그의 '류'가 어떤 것인지 이번 대국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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