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새 7000만원 상승, 매매 취소 할 수 있냐고…"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개포주공2단지 일반분양 전후로 열흘 만에 집값이 7000만원이나 올랐어요. 2~3주 전에 집 팔았던 사람은 너무 싸게 팔았다며 매매 취소할 수 있냐고 찾아올 정도예요."(서울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서초구 신반포자이에 이어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블레스티지' 역시 높은 청약 경쟁률로 조기 마감하면서 덩달아 매매가 상승도 견인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블루칩으로 통하는 강남권 재건축은 수요가 탄탄하고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청약에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최근 개포주공 재건축 이슈로 강남권 재고주택 가격도 급등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반전될 계기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진행된 래미안블레스티지 일반분양은 317가구 모집에 1만660명이 몰려 평균 33.6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이달 6일 당첨자가 발표되고 11일부터 14일까지 당첨자를 대상으로 계약이 진행된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가운데 첫 분양스타트를 끊은 2단지는 청약 흥행 여부에 따라 향후 다른 개포주공 아파트들의 분양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1월 3.3㎡당 평균 4290만원이라는 초고분양가에 공급됐던 잠원동 신반포자이가 평균경쟁률 37.8대1로 조기 마감하면서 개포주공2단지도 분양가 4000만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개포주공2단지는 청약 흥행을 고려해 3.3㎡당 3760만원으로 평균분양가를 예상보다 조금 낮췄다. 대신 인기가 높은 중소형 49㎡(이하 전용면적)는 3.3㎡당 4382만원으로 책정해 가격 차별화 전략으로 나섰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분양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와는 달리 개포2단지가 흥행에 성공하자 개포동을 비롯,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매매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강남구 재건축 단지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1% 상승해 지난달 평균 주간 상승률(0.04%)을 상회했다. 재건축 이주가 진행되고 있는 개포시영 아파트의 경우 2월에 5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28㎡ 5층 매물이 지난달에는 5억70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나 한달 만에 6000만원이 뛰었다.

개포시영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2~3주 동안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추세"라며 "개포주공 단지들의 분양이 본격화되면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조합 역시 개포주공2단지의 분양 성공에 고무적인 모습이다. 철거가 진행 중인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프리미엄 단지로 계획하고 있어 분양가는 2단지보다 높게 책정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올 6월 일반분양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일원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5월말쯤 일반분양을 진행할 계획인데 분양가는 개포2단지를 기준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겨울 동안 위축됐던 매매시장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5% 올라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아파트 매매건수는 7115건으로 2월(4967건)보다 43.2% 증가했다.

매매 분위기는 다소 호전됐지만 부동산 시장 부활의 신호탄으로 보긴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개포2단지의 분양 성적을 전체 시장을 가늠할 척도로 보긴 어렵다"며 "4월 총선이 끝나고 전국에서 대규모 신규분양이 예정돼 있는데 강남을 비롯한 서울·수도권과 지방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센터장은 "지난해에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여러 정책적인 호재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규제 강화로 바뀌면서 상승 동력이 사라졌다"며 "강남권 역시 최근 급등한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