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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예술'을 위해 자연 '훼손'한 작가에 면죄부?

현장클릭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입력 : 2016.04.1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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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현이 '천하걸작 한국영송 고송 장국현 사진전'에 출품한 제왕송 사진. 제왕송은 금강송의 한 갈래로 알려져있다. /사진제공=미술과 비평
장국현이 '천하걸작 한국영송 고송 장국현 사진전'에 출품한 제왕송 사진. 제왕송은 금강송의 한 갈래로 알려져있다. /사진제공=미술과 비평
"자연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가라면, 인위적으로 자연을 훼손시켜가며 찍은 행위가 예술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나."

사진촬영에 방해가 된다며 수령 200여 년에 이르는 금강송을 무단 벌목한 장국현(74)에 대한 한 유명 평론가 A씨의 일갈이다. 생명 경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사진에 대해 예술성을 논하기는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다.

장국현은 앞서 작품 촬영 방해를 이유로 경북 울진군 삼림보호구역 내 금강송을 무단으로 벌목했다. 그는 2011년 7월과 2012년 봄, 2013년 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수령이 220년 된 것을 포함해 금강송 11그루와 활엽수 14그루를 무단 벌채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금강송의 아름다움에 주목한다는 사진가가 마음에 안 드는 금강송을 베어버린 셈이다. 벌목 대상이 된 금강송은 단순히, 그 자리에 220년간 뿌리 내리고 있었다는 이유로 베어졌다.

무단 벌목 전력을 지닌 장국현의 금강송 사진을 마주할 관객의 반감이 거센 시점에서 장국현은 새로운 전시를 강행키로 결정했다. 최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천하걸작 한국영송 고송 장국현 사진전'에선 금강송 사진 50여 점이 선보였다.

전시 주최측인 미술 평론지, 미술과비평은 이번 전시에 나온 금강송은 무단 벌목 논란에 휩싸인 장소에서 촬영한 금강송은 아니라고 밝혔다. 장국현 역시 2014년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고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제명당하는 죗값을 치렀다. 그러나 대관 신청은 예술의전당에 그보다 일찍 들어온 것으로, 대관이 확정된 시점은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때다.

장국현의 전력을 뒤늦게 알게 된 예술의 전당 측은 앞서 계약된 사진전의 대관을 거부했다. 그러나 법원이 주최 측이 낸 '전시회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전시는 열리게 됐다.

물론 한 작가가 과거 전력으로 비판받는 것과 예술 활동의 길을 막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장국현이 자기 예술 세계를 이렇게 빨리 수면 위에 드러내야 했을까.

A씨는 "자기의 예술적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비판을 극복하려 했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사람 모두가 지금 소나무 하면 장국현이 자른 금강송을 떠올릴 만큼 반감이 크다는 것이다. 장국현은 자숙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국현은 지난 일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이 전시에 나섰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장국현에 대한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작가 스스로 겸허한 반성의 시간을 보다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사진계 생명 경시 행태에 대한 자성도 필요하다. 최근 경기 안산 대부도 간척지 바위 절벽 중턱의 수리부엉이 둥지가 훼손된 것이 드러났다. 멸종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를 찍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둥지 주변 은폐물을 제거해 새끼들을 천적에 노출한 것이다.

저널리즘 사진작가 케빈 카터는 지난 1993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찍은 '수단, 아이를 기다리는 게임'이라는 사진으로 일약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카터는 내전 중이던 수단에서 시체를 먹는 새인 콘도르가 어린 소녀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카터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 상을 받았지만 '아이를 안아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30대에 자살했다. 존엄한 생명을 마주한 사진가의 고뇌를 읽게 하는 대목이다.

미술과비평은 오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제9회 아트페스티벌(ACAF)을 연다. 이 행사의 특별 초대전 형식으로 장국현의 사진이 선보인다. 강원도 평창 반경 50km 안팎에 있는 설악산, 오대산, 제왕산, 대관령, 두타산 일대의 해발 500m 이상 산지에서 찍은 금강송 작품 54점 등 이다.

재판부는 이번 전시 개최와 관련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전시회가 무산될 경우 큰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홍보된 전시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전시 개최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관객의 반감이 줄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는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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