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기업구조조정 더 못미뤄, 직접챙긴다"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정혜윤 기자

4·13 총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유일호 부총리가 기업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표심을 신경쓰지 않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인데, 내년 대선 정국이 시작되기전인 올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 될것으로 관측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이미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워놨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만큼 빨리하겠다"며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운사들의 용선(선박 대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예상대로 안 되면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상선의 예를 들며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 중이지만 용선료 협상이 잘 될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에 대해선 "고용 문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앞서 4·13 총선이 끝난만큼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채권단은 해운과 조선업 구조조정을 속도감있게 진행하기로 했다. 내달 우리와 산업, KEB하나, 신한, 국민, 농협 등 6개 채권은행이 39개 주채무계열 기업집단의 재무상황을 평가해 부실우려 기업을 가려내는 것으로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특히 구조조정이 가장시급한 해운업종의 경우 이달중 현대상선이 진행중인 해외선사들과의 용선료 인하협상이 최대 관심사다. 해운업 활황기에 책정된 용선료 인하가 이뤄져야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나설수 있다. 산업은행은 용선료 인하협상이 무산되면 현재 조건부 자율협약중인 현대상선에대한 지원을 끝내기로 했는데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행까지 예상된다.

조선역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사업통폐합설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강조하는 것은 총선이후부터 내년 대선정국 전까지가 구조조정의 최적기로 보기때문이다. 지역표심에 신경쓰지않고 대대적 감원을 동반할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주도의 기업구조조정 어디까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유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선 추경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꼭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아직은 할 때가 아니고 총선 이후 더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경 이외 다른 방식의 확장적 재정정책 운용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 부총리는 "지금은 쓸 수 있는 게 거의 없지만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G20 역시 전 세계 공조를 통해 확장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하며 "우리도 중기재정계획상 확정적이기는 하지만 예산을 줄이고 재정적자를 낸다고 해서 확장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려면 지출증가율을 높이고 재정적자폭을 늘이는 방안이 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을 곧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총선 결과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 것과 관련 "19대 국회에서도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설득을 해야했고 20대도 마찬가지"라며 "야당이 둘이기 때문에 잘 얘기하면 더 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주식시장 주요 참가자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주식시장 개장시간이 연장되면 외환시장 역시 연장해주는 게 맞다"며 "주식시장 30분 연장에 맞춰 자동으로 따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식시장 매매거래 시간이 오전9시부터 오후3시30분까지 6시간30분으로 연장되는 데 따라 외환시장 역시 30분 연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마련,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