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브랜드 이용해 상호 지었다가…1450만원 물게 된 치킨집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명품 브랜드 이름을 이용한 상호로 치킨 가게를 하던 사장이 해당 상호명을 쓰지 말라는 법원 결정을 받은 뒤에도 이를 따르지 않다가 1450만원을 물어주게 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치킨 가게 사장 A씨가 "강제집행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 명품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유명 명품 브랜드와 같은 알파벳 철자 끝에 'DAK'(닥)만 붙인 가게 이름을 사용했다. 이 명품업체는 지난해 9월 A씨가 자신들의 브랜드와 유사한 이름과 로고를 사용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이를 금지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법원은 "A씨가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브랜드 이름을 쓰지 말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만약 A씨가 이를 위반할 경우 명품업체에 1일당 50만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A씨는 가게 이름을 조금 수정했다. 알파벳 철자의 띄어쓰기를 바꾸고 상호 앞에 다른 알파벳을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여전히 A씨가 유사한 상호를 쓰고 있다며 29일간의 위반 금액인 총 1450만원을 내라는 강제집행을 청구했다.

이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름을 새로 바꾼 만큼 위반 금액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기존 상호의 띄어쓰기를 달리하고 상호 앞에 다른 알파벳을 덧붙였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그 의미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유 판사는 "A씨가 바꿨다는 상호는 문자 표장을 이루는 알파벳이 완전히 동일하고 그 식별력을 판단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칭이 여전히 같게 읽힌다"며 "법원이 사용금지를 명령한 범위 밖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