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수익개선, 파생시장에 달렸다

세계 1위를 자랑했던 파생상품 시장이 고사 위기에 몰리면서 한국거래소의 수입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39억3000만계약이 거래됐던 파생상품 거래량은 지난해 7억9000만계약으로 80% 가까이 감소해 4년만에 5분의 1 토막이 났다. 올해는 상황이 한층 더 악화돼 지난달말까지 5억3000만계약으로 전년의 6억2000만계약 대비 15%가 줄었다. 이 기간동안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에서 한국의 순위는 세계 1위에서 12위권으로 밀려났다.


한국거래소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2600억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783억원으로 위축됐다. 한국거래소가 수입의 대부분을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 수수료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장내 파생상품 거래가 급감한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코스피 200선물·옵션, 국채 선물의 수수료 비중은 전체 수수료의 약 6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거래대금과 수수료율 감소로 4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찬우 신임 이사장이 선임되면서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은 높아져 있다. 한국거래소의 수익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직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 신임 이사장이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등 제도 개선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당장 이달내로 금융위원회는 파생상품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힌 업계 관계자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율을 높이는건 당장 쉽지 않고 거래대금을 늘리는게 가장 손쉬운 방법인데 규제를 풀면 당장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파생상품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개인투자자 진입 장벽 완화가 핵심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 및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도입 등 주요 규제를 국제적 수준으로 낮추는 일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기관투자자에 필요한 상품을 제때 공급하기 위한 신상품 상장 및 제도변경과 관련한 거래소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이 거래량 기준으로 연평균 10%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정 신임 이사장이 파생상품 시장을 주력으로 키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주식 중개수익을 비롯해 주된 수익원이었던 상장(IPO) 수익의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장내파생상품 중개 및 장외파생상품 청산, 결제 서비스 등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도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장외파생상품 거래정보저장소(TR)로 선정된데 이어 올해는 유럽증권감독국(ESMA)으로부터 중앙청산소(CCP)로 인증받는 등 사업범위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 연구위원은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 중개 및 청산, 결제 등 후선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공개기업 주식 중개 서비스 등 장외시장 투자 수요를 장내 인프라로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