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차명주식분석시스템 가동, 재벌가 편법승계 차단"

국세청이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을 구축해 명의신탁을 통한 편법증여나 체납회피 등 고액탈세, 탈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에따라 국내 재벌가 비자금 수사나 비리조사시 단골 조사대상이던 경영권, 자산승계 과정에서의 명의신탁과 차명주식 보유행위가 근절될 지 주목된다.


국세청은 18일 국세행정시스템(NTIS)의 정보분석기능을 기반으로 차명주식통합분석시스템을 구축해 명의신탁을 통한 탈세행위 차단에 하반기 세정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 시스템을 통해 장기간에 걸친 주식보유현황과 취득양도 등 변동내역, 각종 과세자료,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외부기관 자료까지 연계해 취득·보유·양도의 모든과정을 통합분석하기로 했다. 이로써 명의신탁 혐의가 높은 자료만을 선별해 정밀검증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올 하반기부터 이 시스템을 본격가동해 자료를 각종 명의신탁 의심자의 자료를 분석하며 적발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과 대자산가의 세금부담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한 탈루세금을 엄정추징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이 이처럼 명의신탁 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명의신탁을 통한 상속증여세, 양도세, 종합소득세 등 조세회피와 체납처분 강제집행 면탈, 주가조작을 통한 불공정 거래 등이 관행화되면서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명의신탁관련 세금추징 적발자는 2006년~2010년사이 1700명이었는데 2011년~2015년 사이에도 1702명이 적발됐다. 최근 5년간 명의신탁 관련 추징액은 1조 1231억원에 달한다.

명의신탁의 근본적 원인은 상법상 법인설립시 발기인 요건인데 1996년 9월 30일 이전에는 7인 이상이었다. 이후 3인이상으로 줄었다가 2001년 7월 이후부터는 발기인 1인 이상으로 완화됐다.

때문에 2001년 이전 법인설립시에는 대표가 가족이나 임직원, 지인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신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이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법이 개정된 2001년 이후에는 명의신탁 필요성이 없는 셈이지만 법개정전 법인설립자의 명의신탁분이나 탈세목적 명의신탁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오너 2~3세 경영권승계 과정에서 임원 등 제3자 명의로 신탁이 공공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3000억대 탈세사건 수사나 지난해 국세청의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등 총수일가 2000억원대 추징금 등이 대표적이다.

명의신탁이 적발되면 신탁자나 수탁자 모두에게 고액의 증여세 부과되는 등 불이익이 적지않다.

예컨데 명의대여자나 그 자녀들에게 증여세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 또 신탁자가 세금미납시 대여자 본인 명의의 부동산이나 급여가 압류되거나 공매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명의신탁자 역시 증여세 연대납부의무가 있고 탈루세금 추징은 물론 조세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간혹 대여자가 배신해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환원소송 등 법률비용이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소유자를 입증하지 못해 기업이 수탁자에게 넘어가는 사례도 종종 벌어진다.


이와관련 국세청은 '중소기업 명의신탁주식 간편 설명전환대상'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2001년 이전 법인설립 요건때문에 부득이 주식을 명의신탁하거나 2세에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중소기업(주식가액 30억미만)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 등 번거로운 절차없이 간편히 실명 전환하도록해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제도다. 또 실명전환 기피사유 등 납세자 의견과 현장반응을 수집해 추가적인 지원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신설법인의 명의신탁을 예방하기위해 법인사업자 등록시 주주 등의 명세서에 본인확인란을 추가해 명의대여 심리를 차단하기로 했다. 명의신탁시 불이익과 실명전환 방법을 안내해 조기실명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양병수 자산과세국장은 "명의신탁은 탈세수단으로 악용될 뿐 아니라 지하경제의 한축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이를 근절하기위해 강력하고 실효성있는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