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76.55 695.72 1131.60
▼6.03 ▲4.91 ▲5.8
-0.29% +0.71% +0.52%
메디슈머 배너 (7/6~)KMA 컨퍼런스 배너 (11/9~11/22)
블록체인 가상화폐

[박종면칼럼]도망가는 게 상책(上策)이다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6.11.14 04:30
폰트크기
기사공유
고전 중의 고전이 ‘역경’(주역)이다. 역경은 원래 일월(日月)의 운행법칙을 서술한 것으로 과학이자 기호논리다. 이를 처세(處世)와 처사(處事)의 문제로 접근한 사람이 주나라 문왕과 그의 아들 주공이고 공자에 의해 완성된다. 이게 주역이다.

역경은 제왕의 학문이자 지도자의 학문이다. 옛 중국에선 주역을 깊이 이해해야 영명한 군주,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늘과 우주의 이치를 잘 알아야 백성들의 삶을 살필 수 있다는 의미다.

옛 선비들은 강한 날에는 경서(經書)를 읽고 부드러운 날에는 사서(史書)를 읽으라고 했다. 불만이 쌓이고 가슴 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면 역경이나 사서오경 같은 책을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에 100만명이 모여 대통령 퇴진을 외치던 날 나는 다시 주역을 뒤적거려 본다. 제왕의 학문인 주역을 통해 ‘최순실 사태’의 본질과 대통령의 처세와 처사의 답을 찾아본다.

주역의 핵심사상은 겸양과 절제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가 항룡유회(亢龍有悔)다. 여기서 ‘항룡’은 임금을 가리키며 ‘하늘 높이 올라간 용은 하는 일마다 고질적 병폐가 있다’는 뜻이다. 공자는 항룡유회라는 말에 이렇게 주석을 붙였다. “귀하지만 편히 앉을 자리가 없고, 높지만 따르는 사람이 없으며, 어진 자가 밑에 있어도 도움이 안 되고 아첨꾼들만 득실거리고, 그래서 하는 일마다 병폐가 생긴다.” 2500년 전 공자가 어떻게 지금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예측했을까.

그럼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공자는 진단한다. “덕이 없는데 지위가 높고, 지혜가 없는데 도모하는 일이 크고, 힘이 없는데 맡은 일이 무거우면 예외 없이 불행을 겪는다.” 문왕과 주공이 쓴 주역에선 이에 대해 “솥의 다리가 부러지고 뜨거운 음식이 쏟아져 얼굴이 엉망이 되었으니 흉하다. 이는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서술했다.

‘정절족’(鼎折足)이란 솥의 다리가 부러진 것을 말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주역에 물어본다. 공자는 대답한다. “용사지칩 이존신야(龍蛇之蟄 以存身也), 용이나 뱀이 겨울잠을 자는 것은 몸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상황이 아주 어렵거나 운수가 사나울 때는 숨고 도망가는 게 상책이다. 우선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는 게 급선무고 그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공자는 이처럼 치밀하게 생각해서 행동하는 것은 사회와 인류를 위한 것이며, 덕을 숭상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청산(靑山)에 머무르니 땔나무 걱정이 없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거지 3년에 임금도 부럽지 않다’는 말도 있다. 주역은 이미 현재와 같은 난국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충분한 답을 제시했다. 바로 ‘청산’과 ‘거지’가 정답이다.

공자는 제왕의 영도학으로서 주역을 강조하면서 평온하지 않으면 평온하게 하고, 뒤집어질 사회나 나라는 뒤집어지지 않게 하는 게 최고의 정치철학이라고 강조한다. 또 지도자의 첫째 조건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며,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복종할 수 있도록 해야 천하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이 정도면 ‘최순실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지지율 5%의 대통령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답은 나왔다. 문제는 이렇게 답이 분명한 데도 난국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할 때까지 혼란과 갈등을 겪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행여 세상을 원망하거나 시대를 한탄하지는 말자. 우울해 하지도 말자. 치욕스럽겠지만 자존감은 지키자. 내일도 해는 동쪽에서 뜬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